(왼쪽부터)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
(왼쪽부터)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

‘제4차 야구 세계대전’이 3월을 뜨겁게 달군다.

전 세계에서 ‘야구 잘하는 나라’ 16개국이 우승을 놓고 격돌하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World Baseball Classic)’이 3월 6일 개막해 3월 말까지 열전에 돌입한다. 대회 스타트 총성이 울려퍼지는 곳은 대한민국 서울의 고척스카이돔. 한국과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맞붙는다.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WBC 대회는 이번이 네 번째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야구의 세계화를 주창하면서 2006년 첫 대회를 열었다. 2009년 2회 대회를 연 뒤 4년 주기로 대회를 치른다. 그동안 일본이 두 차례, 도미니카공화국이 한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은 1회 대회 3위,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2013년 대회에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최고 몸값은 미겔 카브레라… 2800만달러

WBC 대회는 야구 스타워즈란 평가답게 메이저리그 수퍼스타들이 소속 국가를 대표해 그라운드에 나선다. 각국의 최종 엔트리를 마감한 대회 주최자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WBC 출전 선수 중 63명이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력자라고 밝혔다. 이들 중 25명은 지난 2016 시즌 별 중의 별로 선정됐다. 최다 올스타 보유 팀은 미국(19명)이다. 그 뒤를 도미니카공화국(16명)이 이었다. 16개국 중 9개국이 올스타 출전 경험 선수를 보유했다.

출전 선수 중 2017년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루수인 미겔 카브레라(34)다. 베네수엘라 대표로 나서는 그는 올해 2800만달러를 받는다. MLB 2017 연봉 랭킹 10위권 내에서 WBC 무대를 밟는 선수는 카브레라와 함께 베네수엘라를 대표할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2685만7142달러·7위)와 지난 대회 도미니카공화국 우승의 주역이었던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2400만달러·9위)가 있다. 카노의 연봉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28명의 한국 선수들 총 연봉(206억원)보다도 많다. 한국 대표팀 중 올 최고 연봉 선수는 유일한 현역 메이저리거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75만달러(약 32억원)이다.

WBC에 가장 많은 소속 선수를 내보내는 팀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6개국 15명)이며 뉴욕 메츠(13명),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캔자스시티 로열스·시애틀 매리너스(이상 각 11명) 순.

한국 대표팀의 오승환과 김태균(한화)은 2006년 1회 대회부터 올해까지 4번째 대회에 빠지지 않고 출전 중이다. 이밖에 미겔 카브레라, 카를로스 벨트란·야디어 몰리나(이상 푸에르토리코), 저스틴 모노(캐나다), 애드리언 곤살레스(멕시코) 등 18명이 출신 국가를 대표해 WBC 개근 도장을 찍었다.

WBC를 치르면서 가장 수모를 겪은 팀은 주최국 미국이다. 가장 화려한 멤버를 보유하고도 단 한 번도 우승 맛을 느껴 보지 못했을 뿐더러 준결승 무대도 2009년 2회 대회 단 한 번 밟아 봤을 뿐이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때를 맞춰 선수들이 몸을 만들기 때문에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그건 메이저리거들을 다수 보유한 다른 나라 사정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올해도 막강 멤버를 내보낸다. 선수 전원을 메이저리거로 채웠다. 2017시즌 MLB 연봉 1위인 당대 최고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3357만달러)와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3400만달러), 마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등이 빠졌지만, 미국 출전선수 명단을 보면 그 존재에 대한 아쉬움을 갖지 못할 정도로 화려하다. 마운드엔 지난해 16승(평균자책 2.83)을 따낸 태너 로크(워싱턴 내셔널스)를 비롯해 대니 더피(캔자스시티 로열스·12승3패 3.51) 등이 버티고 있다. 타선은 더욱 화려하다.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로키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다니엘 더피(워싱턴 내셔널스), 앤드루 매커친(피츠버그 파이리츠) 등이 모두 방망이를 잡는다. 미국은 자국 선수들의 출전을 독려하기 위해 부상과 관계없이 투수들을 라운드별로 두 명씩 교체할 수 있는 ‘지명투수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미국 ESPN은 최근 선정한 WBC 파워랭킹에서 미국을 2위로 지목했다. 1위는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도미니카공화국. 메이저리거 출신인 모제스 알루가 사령탑을 맡은 도미니카공화국도 엔트리를 거의 현역 메이저리거로 채웠다. 2013년 대회 MVP인 로빈슨 카노를 비롯해 애드리언 벨트레(텍사스 레인저스), 넬슨 크루스, 호세 바티스투타, 매니 마차도, 핸리 라미레스 등의 방망이 파워는 오히려 미국보다 낫다는 평가다. 마운드 역시 조니 쿠에토,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등 선발과 주리스 파미야, 산티아고 카시야 등 불펜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지난 대회에서 막강 멤버를 앞세워 8전전승으로 우승했다. 26명의 메이저리거를 출전시키는 베네수엘라도 복병이다. 미겔 카브레라, 호세 알투베, 펠릭스 에르난데스 등이 출전해 첫 우승에 도전한다. 베네수엘라는 선수들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2009년 3회가 최고 성적이었다.

1, 2회 대회 우승 이후 지난 3회 대회 준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에 1 대 3으로 발목이 잡혀 3위에 머물렀던 일본은 자국 스타 출신인 고쿠보 히로키를 전임감독으로 선임한 뒤 일찌감치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등 메이저리거가 대거 빠져 전력이 약해졌다. 여기에 최고스타인 오타니 쇼헤이까지 부상으로 빠졌다. ‘영원한 우승후보’인 쿠바는 아롤디스 채프먼, 야시엘 푸이그 등 미국 망명 선수들을 배제하고 모두 자국 리그나 일본 리그 경력선수로 채웠다. 푸에르토리코는 방망이, 콜롬비아는 마운드로 반란을 꿈꾼다.

복병 도사린 ‘죽음의 A조’

한국은 A조에 속해 네덜란드, 대만, 이스라엘과 2라운드 진출을 다툰다. 1, 2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며 KBO리그 붐업에 한몫했던 대표팀은 2013년엔 2승1패를 기록하고도 공방률에서 뒤져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당시 첫 경기에서 0 대 5 패배를 안긴 네덜란드와 재격돌한다. 네덜란드는 현역 메이저리거가 6명인 데다 KBO를 경험한 릭 밴덴헐크가 마운드에 버티고 있어 한국으로선 어려운 상대다. 네덜란드는 3회 대회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다. 대만은 언제나 한국만 보면 ‘무조건 타도’를 외치며 물고 늘어지는 팀이다. 아시아인 메이저리그 최다승인 왕젠밍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경력자가 5명이다. 가장 랭킹이 낮은 이스라엘 역시 조부모 혈통까지 허용하는 WBC의 독특한 규정을 앞세워 선수단 대부분이 미국 야구 출신이다. 현역 메이저리거가 4명, 경력자가 8명이어서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추신수(텍사스), 류현진(LA 다저스), 김현수(볼티모어), 강정호(피츠버그) 등이 나오지 못한다. 오승환이 유일한 현역 메이저리거이며,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뛴 이대호가 방망이에 힘을 보탠다.

1, 2회 대회 4강과 준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고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강호철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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