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4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됨으로써 한 달여를 남긴 ‘5·9 장미 대선’은 막바지 총력전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들은 각종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면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적임자임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치열한 선거전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건 누가 뜻하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표를 깎아먹느냐는 것. 얼마 전 모 후보는 ‘표창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후보 본인은 물론 측근들의 말실수,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지지자들의 이탈이 생겨난다.

‘선거와 골프는 고개 쳐들면 진다’는 격언을 새삼 상기시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생전에 대선을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선거에서 이기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선거는 본인이 정책을 잘 개발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아야 하지만, 실수를 안 해야 해. 선거에서 이기는 원인은 상대방의 실수가 40%쯤 돼.”

‘상대방의 실수’는 선거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승리의 큰 요인이다. 스포츠 종목 중 야구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호투, 홈런, 안타, 멋진 수비가 물론 승리의 으뜸 요인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실수를 하지 않으면 쉽게 이기지 못한다. 어이없는 병살타, 수비 실책, 맥 빠진 주루사, 폭투 등이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것들이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잘해야 하지만 상대방의 잇단 미스로 승리를 거저 줍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월 2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 클래식에서 2년6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거둔 이미림(27). 그는 2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할 기회를 잡았다. 마지막 라운드를 선두로 나섰지만 어이없는 더블보기를 2개나 저지르며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최종일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는 완벽한 플레이로 잦은 실수를 한 경쟁자들을 쉽게 따돌렸다.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더 심하다. 파 행진을 벌이며 내깃돈을 휩쓸다가도 어처구니없는 OB(아웃 오브 바운즈)나 스리 퍼트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날 라운드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거나 내기에서 승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서든 실수를 줄여야 한다.

실수를 하는 주된 이유는 연습 부족, 컨디션 난조, 수면 부족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연습장엘 가고, 거의 매일 스트레칭으로 몸을 부드럽게 하고, 라운드 2~3일 전부터 과음을 삼가면 좌우로 어이없이 휘어지는 샷이나 퍼팅 미스를 방지할 수 있다. 라운드 당일 “동반자들을 혼내 주겠다”는 지나친 욕심도 실수를 유발한다. 18홀 내내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 굿 샷으로 이어진다.

한 홀에서 큰 실수를 했다고 낙담하면 18홀 전체를 망치게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다. “정치인은 복서다. 얻어맞더라도 절대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더블보기 혹은 트리플보기를 범해 일순간 ‘지옥의 나락’에 빠져도 다음 홀에서 ‘멋진 파’로 만회를 한다면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낼 수 있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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