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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5호] 2017.05.01

“실수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 말라” SK 돌풍 이끄는 힐만의 ‘신사 리더십’

정세영  스포츠월드 야구담당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photo SK 와이번스
“야구를 통해 연고지인 인천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
   
   지난해 10월 27일 SK의 제6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트레이 힐만 감독의 당찬 포부였다. 6개월이 지난 지금, 힐만 감독은 인천 야구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힐만 감독은 화려한 경력을 가졌다. 2003년부터 다섯 시즌 동안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감독을 맡아 일본시리즈 우승(2006년)과 준우승(2007년)을 이끌었다. 일본 무대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8년부터 세 시즌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감독을 지냈다. 비록 캔자스시티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당시 리빌딩에 나선 팀의 토대를 제대로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거물급 감독이 KBO 무대에 온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이 KBO리그 사령탑에 오른 것은 힐만 감독이 처음이다. 일본 프로팀 감독이 한국에 온 것 역시 최초다.
   
   
   힐만, ‘SK 야구’를 확 바꾸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힐만 감독은 SK 야구를 바꾸고 있다. SK는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의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SK의 순위는 6위→5위→5위→6위였다. 한때 화려한 우승 왕조를 구축했던 SK였지만 강한 ‘인천 야구’ 색채는 바래가고 있었다. 문제는 디테일이었다. SK 야수들은 번트, 도루 등 이른바 세밀한 야구에 취약점을 드러내왔다. 타자친화적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맞춰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로 라인업을 재편한 데 따른 부작용이었다.
   
   SK는 일본에서 스몰볼을 받아들인 힐만 감독의 야구가 SK의 단점인 디테일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이 기대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어느새 트레이드마크가 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는 힐만 감독의 디테일함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확률의 싸움이다. 힐만 감독의 시프트는 불안한 SK 내야진의 수비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개막 초반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최근 힐만 감독의 시프트는 당겨 치는 풀히터들에겐 적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힐만 감독은 ‘토털 베이스볼’을 추구한다. 안치용 KBSN 해설위원은 SK에서 선수생활을 한 적이 있다. 안치용 해설위원의 말이다.
   
   “현재 SK에는 엔트리를 잡아먹고 있는 선수가 없다. 엔트리를 전체적으로 두루 활용하면서 ‘원팀’을 만들어간다. 엔트리에 있는 모든 선수에게 역할이 있다.”
   
   현재 확실한 자리를 보장받은 야수는 3루수 최정과 포수 이재원 정도다. 힐만 감독은 매 경기 상대 선발투수와 타자 컨디션에 따라 라인업에 변화를 주고 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경쟁 구도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주전과 비주전의 전력 격차가 확 줄었다. SK가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이다.
   
   전문가들은 “SK는 지금, 야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힐만 감독은 선수를 우선으로 여기는 팀 문화를 강조한다. 지난 4월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대타로 나와 홈런을 친 정의윤이 더그아웃에 들어온 뒤 힐만 감독의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힐만 감독은 당시 경기를 앞두고 부진했던 정의윤에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나를 쳐라”고 말했고, 정의윤은 이에 대한 장난기 넘치는 화답을 했다. 또 지난 4월 19일 인천 넥센전에서는 7회 이대수 타석에 대타로 등장한 박승욱이 2점 홈런을 때리자, 힐만 감독은 이대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주물렀다. 한국 정서로 봤을 때 지도자로서 쉽지 않은 모습이다. 선수 중심의 현장 운영이 잘 드러난 대표적인 두 장면이다.
   
   ‘따뜻한 리더십’도 돋보인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는 박정권을 주장으로 선임하면서 선수단의 톱이 되어달라는 의미로 금색 고급 헤드폰을 자비로 구입해 선물했다. 올해 새 마무리로 낙점한 서진용에게는 미국 헤비메탈 밴드 ‘건스앤로지스’가 부른 ‘웰컴 투 더 정글’을 등장곡으로 골라주며 든든한 신뢰를 보였고, 서진용은 올해 SK의 새 수호신으로 맹활약 중이다.
   
   
   힐만과 로이스터는 어떻게 다를까
   
   힐만 감독은 눈앞의 성적보다 긴 시즌을 생각해야 하고 선수가 편해야 야구가 잘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실수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선수단에는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SK가 개막 초반 6연패의 부진을 딛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에는 힐만 감독의 이런 ‘신사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힐만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엄지손가락부터 치켜세운다. 주장 박정권은 “자신뿐만 아니라 선수들끼리도 서로를 존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선수들이 아주 편안한 환경에서 야구만 생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다. 감독님이 아닌 큰형님이 생긴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서진용은 “감독님께서 이렇게 선수들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런 힐만 감독의 모습을 보면, 2008년 롯데에 부임해 ‘노 피어(No Fear·두려움을 없애라)’ 야구로 선풍적 인기를 끈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떠오른다. 로이스터 감독은 KBO리그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두 사람은 선수단 간 소통과 믿음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경기 운영 스타일은 다소 다르다. 로이스터 감독은 ‘책임’을 강조하며 선수들이 직접 상황을 마주하고 풀어나가기를 원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중요시한다. 경기 중 낯선 상대 타자들의 타격 성향 등을 꼼꼼히 필기해 자신의 수첩에 자료를 축적한다. 전력 분석을 담당하는 외국인 라일 예이츠 퀄리티컨트롤(Quality Control) 코치를 자신의 밑에 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힐만 야구가 올해 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건 틀림없다.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터득한 힐만 감독의 독특한 야구 철학이 남은 시즌 SK의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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