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456호] 2017.05.08

MLB가 바라보는 테임스의 활약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 밀워키 브루어스의 에릭 테임스가 타격을 하고 있다. photo 연합
36년째를 맞은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이다.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역사도 어느덧 20년째가 되었다. 지난 19년간 국내 프로리그를 거쳐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던 선수도 여러 명이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훌리오 플랑코부터 한화 이글스의 브래드 토마스,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루카스 하렐, 현재 디트로이트에서 뛰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짐 아두치까지. 하지만 어느 누구도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스와 같은 조건으로 복귀하고 맹활약을 한 선수는 찾아볼 수 없다.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 판을 뒤흔드는 그를 바라보는 현지 시각을 짚어 보았다.
   
   일단 메이저리그의 밀워키 브루어스는 테임스에게 3년간 1600만달러의 계약을 맺었으며 4년째는 팀 옵션으로 이 조항이 발동되면 750만달러를 더 수령할 수 있다. 테임스는 지난 3년간 NC에서 뛰면서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에 두 번이나 한 경기에서 안타부터 홈런을 모두 기록한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을 기록했으며 유일무이한 한 시즌 40홈런-40도루를 기록한 수퍼스타로 군림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타이런 우즈, 다니엘 리오스에 이어 시즌 MVP에 뽑히기도 했다.
   
   지난 겨울 밀워키의 계약을 바라본 대다수의 현지 전문가들은 ‘모험수’로 판단했다. 우선 수년간 KBO리그를 지배하는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이 첫손에 꼽혔다. 강정호, 김현수, 이대호, 박병호 등 KBO리그를 호령했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나름대로 실력 발휘를 했지만 국내 리그 타자들의 기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투수들과 국내 투수들의 수준 차이를 또 다른 부정적 이유로 보았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테임스의 방망이는 불을 뿜고 있다. 우선 4월 29일 현재 11개의 홈런으로 리그 1위에 올라 있고 .345의 타율은 10위이다. 그리고 19타점은 공동 17위, 18개의 볼넷은 공동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출루율은 .466으로 3위, 장타율과 출루율의 합산인 OPS는 1.276으로 수많은 기존 스타들을 제치고 4위에 올라 있다.
   
   그의 시즌 초반 활약이 현지인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지는 약물 검사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잡지 ‘스포팅뉴스’는 테임스를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토리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또한 이런 활약 때문에 혈액과 소변을 통한 금지약물 검사를 3차례나 당해야 했다. 시범경기 당시는 모든 선수가 거치는 단계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홈런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면서 4월 초에 시카고에서 다시 받았고 지난 4월 26일 또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한 테임스의 반응은 쿨했다. “사람들이 나의 약물 복용에 대해 의혹을 갖는다면 매일 받아도 상관없다. 내 혈액과 소변은 넘쳐나기 때문이다”라며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역시 스포츠 전문 온라인 매체인 ‘블리처리포트’는 야구팬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테임스는 근본 없는 4월의 홈런 센세이션이 아니라면서 과거 메이저리그에서의 모습과 국내 프로야구에서의 기록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를 스카우트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스카우터 존 라론데는 페퍼다인대학 시절 테임스를 보고 미래의 메이저리거라는 감이 바로 왔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감은 올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왜 블리처리포트가 ‘파워 넘치고 사랑받을 수 있는 테임스가 빠르게 스타가 되고 있다’라고 했는지는 그의 기록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볼에 배트 나가는 확률 36 → 20%로
   
   메이저리거들의 기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베이스볼 서번트(Baseball Savant)’에 따르면 그가 홈런을 기록한 구종은 직구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으로 구종을 가리지 않았다. 또한 홈런을 기록한 가장 빠른 공은 154㎞였고, 가장 느린 공은 116㎞로 타이밍 싸움에도 밀리지 않았다. 흔히 좌타자가 약점을 보이는 좌투수 상대로도 무려 5할의 타율에 4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반쪽짜리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그의 소셜 SNS를 살펴보고 가끔씩 한국말로 국내 팬들이나 과거 NC 팀메이트들에게 감사의 표시, 그리움 등을 표현하는 것도 인성이 뛰어난 선수라는 칭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아메리칸리그 팀 스카우터는 이미 지난해 12월 현지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테임스는 절대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재목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테임스는 단순한 홈런 타자가 아니라고 했다. 나름대로 매 경기 계획을 가지고 임한다고 했다. 이는 실제로 기록과 테임스 자신의 인정에서 나타난다. 테임스는 인터뷰를 통해 시즌 초반 이런 성공의 이유로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을 골라내고 참는 인내력을 첫손에 꼽았다. 이 스카우터 역시 한국에서 새로운 언어만 배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 같은 모습은 현재의 기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팬그래프 닷컴’에 따르면 국내 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11년과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당시 선구안은 현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배트가 끌려나가는 확률이 무려 36%를 상회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런 공에 배트가 나가는 확률이 19.8%에 불과하다. 쉽게 풀어서 얘기하자면 그를 유혹하기 위한 상대투수의 유인구에 속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한마디로 치기 좋은 코스의 공을 끈기 있게 기다리다 원하는 공이 왔을 때 파워 스윙으로 큰 타구를 만들어낸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의 수석 야구기자 톰 버두치는 기사를 통해 2017시즌 4월 최고의 뉴스는 ‘에릭 테임스와 나머지’라는 표현으로 테임스의 활약을 조명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테임스가 한국에서 공을 고르는 선구안에 대한 훈련을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장타를 치기 위해 수평 스윙을 버리고 퍼올리는 어퍼 스윙으로 바꾸면서 장타자 변신에 성공했다고 자신했다.
   
   많은 현지 전문가들은 테임스가 구속이 훨씬 빠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빠른 볼 상대 타율 5할을 기록하며 이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이제 테임스는 미국인의 표현대로라면 ‘Real Deal(진짜배기)’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다섯 달이 남았다. 그에 대한 견제는 점점 심해질 게 분명하다. 이를 이겨냈을 때 테임스는 KBO리그 스타에서 진정한 메이저리그 수퍼스타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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