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의 완성도’를 위해 지난주 그립 잡기에 이어 유의사항을 몇 가지 살펴보자. 퍼팅엔 왕도(王道)가 없고 아마추어는 개인별 습관이 다르므로 ‘잘하는 요령’을 교과서처럼 풀어내기 어렵다. 누구나 귀담아들을 수 있는 팁(Tip)을 소개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최고 장타자인 렉시 톰슨(22·미국)이 지난 5월 22일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전인지(23)를 제치고 우승, 통산 8번째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톰슨의 우승이 눈길을 끈 것은 최종 라운드에서 눈부신 퍼팅을 선보인 점. 그간 엄두도 못 내던 5~10m짜리 퍼트 5개를 ‘쏙~쏙’ 성공시켜 전인지의 추격을 쉽게 따돌렸다.

500야드가 넘는 파5홀에서 가볍게 ‘투언’을 시킬 정도의 장타력을 갖춘 톰슨은 2~3m짜리 퍼트를 어이없이 놓치는 경우가 많아 우승에 발목이 잡히곤 했다. 톰슨은 왜 퍼팅에 약할까. 정상급 선수들 중 유일하게 왼손에 장갑을 낀 채로 퍼팅을 하는 탓이다. 한쪽 손이지만 장갑을 착용하면 거리감이 둔해진다. 장갑을 낀 채 펜으로 글을 쓰는 것과 맨손으로 글을 쓰는 걸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 대회에서 퍼팅이 장타력을 앞선 것은 최근 퍼팅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고 최종일 바이오리듬이 최상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톰슨이 장갑을 벗으면 퍼트 수를 훨씬 줄여 우승 수를 몇 번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늘 아쉬워했는데,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간접적으로 문의한 적이 있다. 톰슨은 “어려서부터 장갑을 끼고 퍼팅을 해와 굳이 장갑을 벗을 필요를 못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반드시 양쪽 맨손으로 퍼팅하길 권한다. 주위에 열 명 중 한두 명은 장갑을 끼고 퍼팅하는 걸 볼 수 있다. 필자의 권유대로 장갑을 벗고 퍼팅한 이들은 한결같이 “퍼터 그립에 손이 착 달라붙는 느낌으로 거리와 방향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여성들도 과감히 장갑 벗기를 권한다.

골프장의 그린을 보면 홀컵 뒤편이 내리막인 경우가 30~40%쯤 된다. 귀찮다고 홀컵 뒤편을 살피지 않고 좀 세게 퍼팅하면 홀컵을 쑥 지나가 이후 투 퍼트를 하기 일쑤다. 그린에 올라가서는 부지런을 떨어 반드시 홀컵 뒤편 라이를 확인해 어이없는 실수를 막자. 대부분 평소 집이나 연습장에서 퍼팅 연습을 하기 힘들므로, 라운드전 연습 그린에서 퍼팅감을 잡아야 한다. 실제 그린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거리·방향 감각을 익히는 데 안성맞춤이다. 대개 식사 후 1번 홀로 이동하기 바쁘지만 골프장에 여유 있게 도착, 필수코스로 연습 그린에 들러야 퍼팅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4~5m짜리 퍼트를 두세 개만 성공해도 그날은 상쾌한 기분으로 집에 갈 수 있다.

퍼트 거리는 공을 때리는 강약으로 조절할 게 아니라 백 스윙 크기로 맞춰야 한다. 사람을 때리면 도망가듯, 공도 때리면 저 멀리 도망가 버린다. 짧은 거리는 짧은 백스윙, 먼 거리는 긴 백스윙으로 조절해야 정확성이 높아진다. 초보자 때의 습관대로 발자국 수로 거리를 측정하는 이들을 자주 보는데, 프로처럼 눈짐작으로 하는 게 좋다. 사람의 뇌는 단순한 동작이나 생각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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