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461호] 2017.06.12

그들이 찍은 선수는 뜬다!

외국인 선수 영입 담당 NC 데이터팀의 야구 덕후들

김승재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tuff@chosun.com 

▲ NC 데이터팀 직원들. 왼쪽부터 패트릭 버고 코디네이터, 임선남 팀장, 송민구 과장, 박찬훈 차장. photo 이진한 조선일보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외국인 선수 영입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뽑는 외국인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며 팀 성적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에릭 테임스, 찰리 쉬렉, 에릭 해커뿐 아니라 올 시즌 NC에 합류한 우완 제프 맨쉽과 내야수 재비어 스크럭스도 기량이 폭발했다. 맨쉽은 다승 부문에서, 스크럭스는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2012년부터 KBO리그 무대를 밟은 NC는 지금껏 뽑은 외국인 8명 중 6명이 ‘대박’을 터뜨렸다. 다른 구단 팬들조차 “우리 팀도 NC의 외국인 스카우트 비결을 좀 배우라”고 할 정도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외국인 선수 가운데 폭발적 기량을 보여주는 ‘대박’은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NC의 외국인 스카우트 능력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비(非)선수 출신 편견을 이겨내고
   
   NC의 외국인 선발 방식을 들여다보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NC소프트 본사를 찾았다. NC는 다른 구단과 달리 스카우트팀이 아니라 데이터팀이 외국인 선발을 전담하고 있었다. 야구통계 전문가인 임선남(39) 팀장, 외국인 전담 스카우터인 박찬훈(38) 차장, 투구추적시스템 전문가 송민구(35) 과장, 외국인 선수의 한국 적응을 돕는 패트릭 버고(39) 코디네이터 등 데이터팀 4인방에게 비법을 물었다.
   
   이들이 설명한 외국인 선발 기준은 간단하다. 감(感)이 아니라 숫자를 믿는 것이다. 대부분 구단은 선수 출신 스카우터들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관찰과 직감에 의존해 외국인을 뽑는다. 선수 출신은 단 한 명도 없고 오로지 야구 통계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NC 데이터팀은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외국인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영입 여부를 결정한다.
   
   분석 대상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를 경험한 선수 3000여명이다. 이들의 3~5년간 데이터를 100가지 항목으로 나눠 살펴보는 것이다. 임 팀장은 “100개 중 20여개 항목을 중점 평가해 어느 것 하나 처지지 않는 선수를 택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필요한 선수 후보군을 추린 뒤엔 박 차장이 직접 선수를 보고 평가한다.
   
   박 차장은 1년에 3~5개월을 미국에 머물며 각지에서 50명에 달하는 선수를 관찰한다. 데이터로 본 선수가 실제 어느 정도의 기량을 가졌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다. 시차 탓에 한국과 밤낮이 정반대지만 박 차장은 국내에 남아 있는 임 팀장과 수시로 통화해 의견을 교환하며 옥석을 가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보는지는 ‘영업 비밀’이다. 임 팀장은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우리가 눈여겨보는 항목은 남들과 다르다”고 했다. 외국인 선발의 전 과정은 데이터팀이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감독과 코치의 역할은 데이터팀에 다음 시즌에 어떤 유형의 선수가 필요한지만 알려주는 게 전부다.
   
   NC의 외국인 스카우트 방식은 2011년 개봉한 영화 ‘머니볼’의 실제 모델인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을 닮아 있었다. 1998년 하위팀 오클랜드의 단장이 된 빌리 빈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의 컴퓨터광을 영입한 뒤 출루율·수비율 등 데이터를 근거로 선수들을 선발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2000~2003년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고, 2002년에는 메이저리그 최다승(103승)을 거뒀다.
   
   NC 데이터팀 역시 ‘머니볼’의 성공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NC 관계자는 “구단주인 김택진(50) NC소프트 대표가 게임회사인 모기업의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분석 노하우를 야구단 운영에도 적용해 보자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처음부터 데이터팀을 전폭적으로 신뢰한 건 아니었다. 초창기에는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편견과 텃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임 팀장은 “글러브 한 번 안 껴본 사람들이 뭘 안다고 저렇게 나대느냐는 눈총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데이터팀이 뽑은 외국인 선수들이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자 구단 안팎의 대우도 달라졌다. 박 차장은 “선수 출신 스카우터들이 초창기에는 본체만체했는데 요즘에는 먼저 다가와 선발 비결을 물어본다”며 “구단 내 위상도 전보다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영입한 외국인마다 대박 행진을 벌이지만 NC 데이터팀은 정작 ‘실패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선수’를 데려오는 게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임 팀장은 “특급 선수를 데려오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선수를 선발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사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했다. 박 차장은 “테임스는 데이터가 좋은 데다 인성까지 갖춰 기본 이상은 할 거란 확신은 있었지만, KBO리그에서 3년 있으면서 통산타율 0.349에 홈런 124개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 타자가 될 거란 예상은 우리도 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데이터팀 직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2013~2015시즌 활약한 찰리 쉬렉을 꼽았다. 박 차장은 “쉬렉은 데이터를 근거로 뽑은 첫 사례라 솔직히 저 역시 확신이 없었다”며 “이 선수가 잘해준 덕분에 구단에서도 데이터팀을 더 믿어주게 됐다”고 했다. 찰리는 2013시즌 평균자책 1위에 오른 데 이어 2014년에는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데이터만 보고 선수를 뽑는 건 아니다. 선수들의 SNS는 물론 구단 프런트와 동료의 평판까지 수집하는 등 다면평가도 한다. 2013시즌 도중 퇴출한 아담 윌크의 실패를 경험한 뒤부터다. 시즌 중 트위터에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아담은 부진한 성적(17경기 4승8패)으로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과 NC를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북한과 전쟁이 벌어질까 항상 불안했고, 전시에는 배를 타고 일본으로 도망갈 준비를 해둬야 했다’거나 ‘한국에선 나보다 나이가 어리면 심부름을 시킬 수 있고, 말을 안 들으면 때려도 된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아담의 설화(舌禍)를 계기로 큰 교훈을 얻은 NC는 데이터와 현장의 평가가 아무리 좋더라도 인성에 문제가 있으면 절대 뽑지 않는다. 박 차장은 “더그아웃에서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성격이 보인다”며 “개인 기량은 출중한데 팀플레이가 전혀 안 된다거나 동료의 실수를 강하게 질책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 가차 없이 후보군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성공한 야구 덕후’ 되고 싶으면 기록을 남겨라
   
NC 데이터팀 직원들은 열성 야구팬 사이에서 ‘성공한 야구 덕후’로 불린다. 덕후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일본어로 ‘오타쿠’)을 일컫는 조어다. 좋아하는 영역을 직업으로 삼아 돈까지 버니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야구와 관련한 공부만 했을 것 같은 이들은 사실 대학 때까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임 팀장은 서울대 미학과, 박 차장은 고려대 사회학과, 송 과장은 연세대 토목과를 졸업했다. 임 팀장과 송 과장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박 차장은 축구 에이전트로 일하다 취미를 좇아 NC로 둥지를 옮겼다.
   
   대학 졸업 후 국내 한 대기업에 입사한 임 팀장은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았다. 박찬호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부터 야구를 즐겨 본 그는 야구 통계(세이버 매트릭스)에 관심을 갖고 혼자서 영어 원서를 사서 공부를 하며 글을 썼다. 야구단을 창단한 NC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이터팀으로 데려왔다.
   
   임 팀장은 “각본 없는 드라마인 야구에서 데이터를 갖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게 정말 재밌어 보였다”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데이터 분석이 활성화된 게 아니라 혼자 아마존에서 영어로 된 야구 통계 서적을 사다가 공부하곤 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원래 이과 출신으로 서울대 입학 당시 전공은 산업공학이었다. “세상에 공부하고 싶은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그는 미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복수 전공으로 경제학도 공부했다고 한다.
   
   공으로 하는 스포츠는 다 좋아했던 박 차장은 대학 졸업 후 축구 에이전트로 일하다 야구계로 둥지를 옮겼다. FIFA(국제축구연맹) 에이전트 자격도 있었지만,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축구계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으로 야구 유학을 떠났다가 NC 데이터팀 창단 멤버로 합류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송 과장은 취미로 포털사이트에 야구 관련 칼럼을 쓰다가 2015년 초 NC 데이터팀에 발탁됐다. 대구 출신인 송 과장이 야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이만수(59) 전 SK 감독과의 ‘작은 인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옆집에 삼성의 전설적인 포수 이만수 아저씨가 살았어요. 그분이 쉬는 날에는 아들과 같이 야구를 하면서 놀았는데 저도 그 틈에 껴서 뛰어다니다 보니 프로야구 경기도 자연스럽게 챙겨 보게 됐죠. 그땐 사실 이만수 아저씨가 그렇게 대단한 선수인지도 몰랐거든요.”
   
   송 과장은 야구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야구 매니아들에게 “마냥 즐기지만 말고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야구 관련 숫자를 다루는 걸 좋아했는데 그걸 블로그에 올리고 칼럼도 쓰면서 흔적을 많이 남겼다”며 “그런 활동이 쌓이다 보니 그걸 보고 저에게 야구 관련 일을 제의하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2016시즌부터 NC에 합류한 패트릭 버고 코디네이터는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미국 크레이튼대 철학과 출신인 그 역시 고교 시절 취미로 잠시 야구를 해봤을 뿐이다. 대학 시절 한국 유학생들과 친하게 지냈던 그는 2004년 말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미국을 떠나왔다고 한다. 한국 여자와 결혼까지 한 그 역시 국내 프로야구의 광팬이다. NC 관계자는 “버고가 테임스에 관련한 칼럼을 국내 영자신문에 쓴 걸 보고 그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한국 야구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걸 보고 구단 직원들도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어렸을 적부터 야구를 보고 분석하는 걸 즐겼던 이들은 “다시 태어나도 야구선수가 되기보다 멋진 경기를 감상하고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지금의 일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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