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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3호]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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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의 Power Golf] 이병철 회장도 못 고친 ‘헤드업’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1997년 6월 2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양CC. 지인들과 오후 1시쯤 라운드를 시작했는데 앞 조에 누가 휠체어를 타고 페어웨이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페어웨이에는 카트도 진입금지인데 휠체어가 다니는 게 이상해 캐디에게 물어보았다. 주인공은 김기수씨(전 WBA 주니어미들급 챔피언·1941~1997)였다.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았지만 워낙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 골프장 허락하에 휠체어를 타며 한 손으로 자치기를 하듯 샷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8일 후 그의 부음(訃音)을 들었다.
   
   이 세상에 골프를 사랑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김기수씨에 이어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1901~1987)을 들까 한다. 이 회장 역시 혼자 걷기 힘들 정도로 병이 깊었지만 별세하기 21일 전인 1987년 10월 27일 안양CC에서 해질 무렵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불을 켠 채 생애 마지막 라운드를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회장은 평생 못 이룬 세 가지가 자식, 조미료 사업(미원), 골프였다고 한다. 남들이 일생 동안 한 번도 못 하는 홀인원을 세 번 기록할 정도면 아마추어 골퍼로서는 소원을 성취한 셈인데 골프 욕심은 정말 남달랐던 모양이다.
   
   이 회장은 1970년대 중반, 당시 골프 황제였던 아놀드 파머(1929~2016)를 경기도 군포에 있는 안양CC에 초대해 동반 라운드를 했다. 이 회장은 드라이버샷 300야드를 넘게 날리는 파머에게 기가 눌려 라운드 중에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고 한다. 라운드 후 식사를 하면서 초청료 5만달러(현재 가치로는 100만달러 이상)가 마음에 걸렸는지 파머는 이 회장에게 원포인트 레슨으로 ‘Head Up!’을 적어 건넸다.
   
   세계적인 프로골퍼가 골프 잘 치는 비결로, 팁을 준다는 게 고작 헤드업 주의하라는 것이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실망스럽긴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 ‘머리 들지 말기’ 아닌가. 골프 시작할 때 누구나 코치에게서 듣는 소리가 “어깨 힘 빼는 데 3년, 헤드업 고치는 데 3년”이다. 하지만 아마추어에게는 평생 동안 고치기 힘든 게 이 두 가지다.
   
   얼마 전 에이지 슈터를 기록한 바 있는 40년 구력의 70대 중반 유명 인사와 라운드를 했는데, 그 역시 18홀 동안 서너 차례 헤드업을 하며 미스샷을 저질렀다. 필자는 10여년 전 지인에게서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비교적 헤드업을 적게 하고 있다. 그는 “매번 샷하기 전, 춘향이가 옥(獄)에서 목에 칼 찬 걸 연상해 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도 꽤 효과를 보고 있다.
   
   오래전 라운드에서, 어떤 동반자는 골프화에 ‘MDK라고 써 놓았길래 무슨 뜻인지 물어봤다. 너스레를 떨면서 하는 소리가 “M(머리) D(들면) K(개XX)”라고 하지 않는가. 하도 헤드업이 고쳐지지 않길래 어드레스 때 눈 아래의 글귀를 쳐다보며 각성을 한다고 했다. 그래도 고개를 들면 골프화에 침을 뱉는다고 해 세 명의 동반자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헤드업 방지에는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 같아 나중엔 고개를 끄떡인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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