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 하기 전 연습 스윙은 몇 번이 적당할까? 아마 모든 아마추어 골퍼들의 영원한 숙제일지 모른다.

프로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번 정도에 그친다. 프로들은 티업 약 두 시간 전에 대회장에 도착해 충분히 몸을 풀기 때문에 연습 스윙이 필요 없다. 프로들이 연습 스윙을 않는 것은 ‘경기속도지침’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대회마다 규정이 다르긴 하지만, 한 개의 스트로크를 40~50초 내에 마치지 않으면 벌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PGA(미국프로골프)의 재미동포 나상욱이나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에서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미국인 크리스티 커처럼 연습 스윙을 10번씩이나 해 동반 플레이어의 눈총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프로들은 연습없이 깔끔한 진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프로들도 어프로치나 퍼팅 전에는 서너 번씩 연습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어프로치나 퍼팅은 한 스트로크가 바로 스코어와 연결되므로 프로들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마추어는 거의 다 골프장에 도착한 후 제대로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1번홀 티샷을 하므로 연습 스윙을 한 번이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그러면 몇 번이 적당할까. 물론 많이 할수록 좋지만 인체생리학상으로는 열 번이 적당하다. 연습을 여러 번 하면 근육이 ‘드라이버 샷 모드’로 전환이 돼 바로 굿샷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골프에는 동반자가 있다. 혼자 잘하려고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골퍼로서의 기본 매너를 잊는 것이다. 이병철 회장(1910~1987)은 연습 스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다. 천하의 이병철 회장이 연습 스윙 몇 번 한다고 해서 아무도 불만을 갖진 않을 텐데, 골퍼로서의 이 회장은 이렇게 기본 매너를 지켰다.

주위에는 연습 스윙을 대여섯 번씩 해 동반자의 눈총을 받는 이들이 더러 있다. 필자의 친구 중에도 티샷 전에 꼭 다섯 번 이상의 연습 스윙을 하는 이가 있다. 동반자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의 습관을 지키는 걸 보면 한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하다.

모 언론사 사장 역시 매홀마다 연습 스윙을 대여섯 번씩 해 동반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라운드가 언론사 사장을 위한 접대 자리이므로 아무도 입을 벙끗하지 않았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 그는 요즘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연습 스윙을 늠름하게 한다.

모 그룹 A 회장이 주요 하청업체 B 사장을 불러 라운드를 했다. 문제는 B 사장이 연습 스윙을 항상 여섯 번이나 하는 ‘꼴불견 골퍼’라는 사실. B 사장은 자신의 사업 목줄을 쥐고 있는 지엄한 A 회장 앞임에도 평소와 같이 연습 스윙을 여섯 번씩 했다. A 회장은 라운드 도중 아무 말도 않다가 플레이 후 비서실장에게 바로 전화했다. “다음 달부터 B 사장 회사 납품 끊어!”

골프 한 번 잘못쳐서 인간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고, 비즈니스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아마추어의 연습 스윙은 한 번은 짧고, 세 번은 길기 때문에 두 번이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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