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467호] 2017.07.24

김기태는 어떻게 만년 꼴찌팀을 강팀으로 만들었나

이선호  OSEN 야구전문기자(KIA 타이거즈 담당)  

▲ 김기태 감독 photo 뉴시스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의 리더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임할 때 KIA는 초라한 만년 하위 팀이었다. 그러나 부임 3년 차인 KIA는 8경기 차 1위로 전반기를 마쳤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LG 트윈스 감독 시절부터 ‘형님 리더십’으로 잘 알려졌다. 기자는 담당 구단이 달라 피부로 느낄 기회가 없었다. 2014년 10월 KIA 담당기자와 감독으로 처음 조우했다. 그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日向市)의 가을 마무리 훈련부터 김기태 감독을 비로소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기자가 처음 느낀 점은 타이거즈를 지휘했던 감독들과는 스타일이 아주 다르다는 것이었다. 김동엽, 김응룡, 김성한, 유남호, 서정환, 조범현, 선동렬에 이르기까지 타이거즈 감독들은 엄격했다. 선수 훈련 방식은 달라도 한결같이 다가서기 힘들었다. 출범 이후 수십 년 동안 타이거즈는 엄격한 가부장 감독의 시대였다.
   
   김 감독도 얼핏 보면 엄격한 모습은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짝다리를 짚거나 팔짱을 끼면 안 된다. 숙소에서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는 것도 금지했다. 날씨가 더울 때 반바지 훈련도 못 했다. 코치들과 선배들에게는 깍듯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운동장에서는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팬들에게는 언제나 성심성의껏 응대하도록 했다. 그는 “돈을 받는 프로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주목했던 부분은 교감을 통해 선수들의 능동성을 끌어내는 힘이었다. 운동장에서 하루 훈련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스트레칭이다. 넓은 외야 잔디에 선수들이 모두 모여 가볍게 인사하고 몸을 푼다. 김 감독은 이 시점부터 선수들과 교감을 시작한다. 스트레칭이 끝날 때까지 일일이 선수들의 얼굴 표정과 몸놀림을 보며 전날 제대로 휴식을 취했는지를 살핀다. 김 감독은 끊임없이 “왜 야구를 하는지” “왜 이런 플레이를 하는지” “왜 팀을 위해 희생하는지”를 질문하고 이야기한다. 선수들은 감독이 항상 무엇인가를 물어오자 생각을 다듬고 준비한다. 스스로 야구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교감이 높아질수록 감독과의 거리도 좁혀진다. 어느새 선수들이 먼저 말을 걸고 농담을 해오기 시작했다. 특이했던 장면은 선수, 코치, 프런트 직원들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마지막 수비 훈련에는 운동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도열한다. 중계 플레이와 송구, 병살 플레이를 잘하면 함께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친다. ‘우리는 하나’라는 일체감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 감독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동행(同行) 야구’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김 감독과 함께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선수들
   
   그와 야구를 한번 해보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김주찬이었다. 김주찬은 삼성 신인시절 선배가 김기태 감독이었다. 김기태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하자 가장 반겼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부임 당시 김선빈과 안치홍의 군입대로 KIA는 키스톤 콤비 구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강한울을 유격수로 발탁했지만 마땅한 2루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최용규를 낙점했지만 타격이 약했다. 대안으로 멀티 포지션을 생각했는데 외야수 김주찬을 2루수로 병행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핵심 선수에게 다른 포지션인 2루수를 맡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김주찬은 “감독님께서 시키시면 하겠습니다”라면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만큼 김 감독을 생각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주장 이범호와도 코드가 맞았다. 이범호도 “감독님과 한번 야구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베테랑들을 존중한다. 실질적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것은 30대 이상의 베테랑 그룹이다. 믿음을 보내고 훈련은 각자 조절하도록 자율권을 주었다. 이범호는 주장으로 감독의 스타일대로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감독도 주장이 요청하면 전폭적으로 들어주었다. 주장에게 힘을 실어주면 선수단은 잘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범호는 “감독님이 잘해주시는데 우리도 잘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선수단을 결집시켰다. 김주찬과 이범호는 2016년 생애 최고 기록을 세웠고 올해도 선두 질주의 중심이다.
   
   그렇다고 항상 베테랑들만 밀어주는 것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발탁해 베테랑들이 안주하지 않도록 경쟁구도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한다. 시즌이 시작되면 2군의 젊은 선수들도 적절하게 기용한다. 2군 감독이 추천하는 선수는 1군에 불러 곧바로 출전시킨다. 2군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감독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2군도 똑같은 방향으로 훈련과 경기를 펼친다.
   
   경기 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감독실에는 원정팀 선수들이 끊임없이 인사를 온다.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제자들과 후배들이다. 어떤 선수는 눈물을 글썽이며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선수는 “감독님 한번 안아주세요”라며 덥석 안기는 모습도 보았다. 가볍게 안부를 묻고 눈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과 마음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런 식으로 스승에게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는 선수들은 흔치 않다. 선수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김기태 야구가 성공하는 비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선빈과 안치홍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선수는 2014 시즌을 마치고 상무와 경찰청에 입대했다. 김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두 선수의 배번 3번(김선빈)과 8번(안치홍)을 임시 결번했다. “군에 가서 빠졌지만 기둥 선수들에 대한 예우를 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소식을 들은 두 선수는 휴가를 받으면 어김없이 챔피언스필드를 찾아 인사를 왔다. 김 감독은 용돈을 챙겨주며 “몸 건강히 잘 지내다 돌아오라”며 당부했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두 선수는 공수에서 기둥 역할을 하며 감독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고 있다.
   
   선수들의 마음만 사지 않았다. 치열하게 체질개선 작업을 병행했다. 주요 목적은 선수층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었다. 유망주들은 가능성이 있으면 충분히 기회를 주었다. 김호령을 발탁해 외야수로 키웠고 임기영과 정용운도 발탁해 주전 선발투수로 자리를 유도했다. 고졸 2년 차 최원준도 주전급으로 성장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초반 부진에 빠져도 기회를 주며 기다렸고 호타준족의 3번 타자로 환골탈태시켰다. 외부적으로는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2016년 멀티플레이어 서동욱, 2017년은 외야수 이명기와 포수 김민식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올해는 4번 타자 최형우의 영입, 김선빈과 안치홍의 제대라는 호재도 있었다. 그러나 구슬을 꿴 것은 분명 김기태 감독이었다. KIA 야수진은 빠르고 강해졌고 두꺼워졌다. 수비도 튼튼해졌다. 마운드는 구원투수진이 약점이지만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야구, 자발적이고 기꺼이 희생하는 ‘김기태 야구’가 완전히 정착됐다. 굳이 구체적인 용병술을 다루지 않아도 그의 리더십은 빛이 난다. 강한 KIA를 빚어낸 김기태의 눈은 이제 생애 첫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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