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8월 7일)가 성큼 다가오지만 무더위는 물러갈 기세가 없다. 올 여름은 1973년 전국적으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994년 다음으로 더워 불쾌지수는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는 라운드를 삼가며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영화관을 찾는 게 더위를 잊는 방법이다. 지난주 지인들과 폭염 속 골프를 쳐보니, 더위에 지쳐 15홀부터는 샷이 힘들 정도였다. 운동을 마친 후 저녁 시간도 멍한 상태에서 보냈다. 이튿날까지 후유증이 이어졌으니 내년부터는 ‘7월 중순~8월 중순 라운드’를 가급적 삼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앞 조의 50대 여성은 화장실에 갔다가 잠이 들어 동반자들이 사람 찾는 소동을 벌였다고 캐디가 전해주기도 했다. 50대 이상 시니어들은 특히 한여름 라운드를 자제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혹은 지인의 초청으로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라운드 하루 혹은 이틀 전부터 과음을 삼가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술로 인해 잠을 설치면 더 빨리 지친다.

둘째, 라운드 전 식사는 평소보다 덜 먹는 게 좋다. 과식을 하면 열이 머리로 올라와 더위를 식힐 수 없다. 대신 그늘집에서 바나나, 카스텔라 같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시장기를 면하면 샷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

그러지 않고 봄, 가을처럼 푸짐한 안주에 생맥주를 들이켜면 그늘집을 나가자마자 더위에 혼이 나게 된다. 공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어프로치나 퍼팅의 정교함도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라운드 중 찬물을 자주 마시는 것보다 소금을 소량 섭취하는 게 갈증을 식히는 데 더 도움이 된다. 한여름인데도 그늘집에 소금을 비치하지 않은 골프장이 의외로 많다. 필자처럼 소금을 골프백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동반자들과 나눠 먹는 게 좋다.

세 번째는 넉넉한 인심을 발휘해 명랑한 분위기를 이끌어 보자. 평소엔 상대방의 멀리건에 인색했지만, 가만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엔 OB 날 때마다 한 번 더 치게 하면 웃음꽃이 필 수도 있다. 그린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 50~60㎝의 퍼팅 거리에 OK 사인을 줬다면 여름철엔 인심 후하게 80~90㎝라도 ‘기브(give)’를 준다면 상대방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이참에 내기 스트레스도 날려버리자. 1타당 1000원짜리 스트로크 방식은 못 쳐도 별 손해가 없고 샷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어 적절한 내기로 여겨진다. 스킨스나 조폭 등 다른 방식을 택하더라도 개인별 18홀 동안 최대 잃는 액수를 1만~2만원으로 정하면 편안하게 샷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졸음운전에 유의하자. 힘든 라운드를 마치고, 거기에다 식사까지 하고 나면 몸은 천근만근이다. 가능하면 골프장에서 출발 전 쉬고 가는 게 좋다. 바쁜 일이 있어 바로 운전대를 잡았더라도 졸음이 오면 급히 쉼터나 휴게소로 들어가자. 고속도로에서 2~3초만 깜빡 졸아도 100m 이상 눈감고 운전하는 셈이라고 한다. 충분한 휴식으로 사고를 예방해야 하지 않을까.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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