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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호] 2017.09.04

류현진은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나

윤형준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bro@chosun.com 

▲ 지난 6월 18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1회 투구 전 동료에게 공을 전달받고 있다. photo 연합
2년 전인 2015년, LA 다저스 류현진(30)은 왼쪽 어깨의 ‘관절와순(窩脣)’ 부분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공을 던질 때마다 통증이 반복되는 치명적인 부상. 수술 후 재기할 가능성도 낮아 한때 투수들에겐 ‘사형선고’로 통했던 부상이다. 야구 전문가들 대부분이 “전성기 때 모습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 예상을 통째로 뒤엎는 대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8월 30일까지 올 시즌 20경기에 등판, 5승6패 평균자책 3.34를 기록하며 다저스 선발진의 한 축을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엔 부상 후유증 탓에 다소 고전했으나,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에선 6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무패 평균자책 1.54로 ‘언터처블’ 수준으로 거듭났다. 이에 ‘부활을 넘어서 진화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류현진은 어떻게 재기했을까.
   
   
   ① 되찾은 직구 구속
   
   꼬박 2년간의 재활 끝에 류현진은 투구의 기본이 되는 ‘직구 구속’을 되찾았다. 올 시즌 초반 평균 시속 140㎞ 정도였던 직구 구속은 시즌을 거치면서 최근 10경기 기준 평균 146㎞까지 올라왔다. 그의 전성기였던 2013시즌(평균 145.3㎞), 2014시즌(146.3㎞)과 비슷한 수준이다.
   
   직구에 힘이 붙으면서 피홈런이 급감했다. 전반기 14경기에서 15개의 홈런을 내줬던 그는 후반기 6경기에선 단 1개의 홈런만 허용했다.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 10명 중 9명이 구속 저하에 시달리지만 류현진은 천운이 따랐다.
   
   
   ② ‘컷패스트볼’ 신무기 장착
   
   류현진은 과거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4가지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를 했다. 올 시즌 그는 여기에 한 가지 구종을 더했다.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몸쪽(우타자 기준)으로 꺾이는 ‘컷패스트볼(커터)’이다.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이라고 생각했던 공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걸쳐 안으로 들어오면 상대 타선은 급하게 방망이를 돌리게 마련이다. 타이밍이 늦어져 제대로 맞히기 어렵다.
   
   비슷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5가지 구종이 어우러지면서 상대 타자들은 류현진의 공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류현진이 시즌 4번째 승리를 따냈던 8월 8일 뉴욕 메츠전은 컷패스트볼의 위력이 극에 달했던 경기다. 메츠 우타자들은 류현진의 컷패스트볼을 상대로 12차례 파울볼(파울플라이 1개 포함)을 기록했고, 4차례 헛스윙했다.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간 2개의 타구는 힘 없는 내야 땅볼이었다. 이날 그는 7이닝 0볼넷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완벽한 경기였다.
   
   
   ③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꽂히는 칼제구
   
   물론 컷패스트볼이 ‘천하무적’은 아니다. 제구가 되지 않으면 공이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직구보다 얻어맞기 쉽다. 그러나 류현진은 요새 원하는 곳에 공을 뿌리는 제구가 살아났다. 메츠전에서도 96개의 투구 중 6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72.7%로 볼 카운트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특히 한복판에 몰린 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좌우 위아래 코너 부근을 정밀 공략했다. 그는 경기 후 “역시 구속보다 제구가 더 중요하다. 최근 2경기 제구가 잘되다 보니 제대로 맞은 공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을 정도다.
   
   시즌 5승째를 거둔 8월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선 아웃 카운트 18개 중 12개를 땅볼로 잡았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꽂혀서 정타를 맞지 않았다. 6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내줬는데 모두 단타에 그쳤다.
   
   
   ④ 역발상 볼 배합
   
   시즌 첫승을 따냈던 5월 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로 되돌아가 보자. 아직 직구 구속이 충분치 못했고, 컷패스트볼은 실전에서 던지지 못했을 때다. 그는 5와 3분의 1이닝 동안 9탈삼진 3피안타 3볼넷 1실점 호투로 팀의 5 대 3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의 원동력은 ‘역발상 볼배합’이었다.
   
   전날까지 무승 3패였던 류현진은 이날 볼 배합을 바꿨다. 류현진의 직구 구사율은 시즌 첫 3경기에선 50%를 넘겼지만 이날은 30%대로 줄였다. 93개 투구 가운데 직구는 32개에 불과했고, 체인지업이 35개였다. 커브는 16개, 슬라이더는 10개를 던졌다. 기존 ‘데이터’를 뛰어넘어 상대 타선에 혼란을 안겨준 것이다. 이날은 특히 ‘커브’를 주무기로 썼다. 커브는 가장 느린 대신 가장 변화가 큰 공이다. 직구와의 구속 차이가 30㎞ 가까이 나는 만큼, 두 공을 섞어 쓰면 상대 타자는 스윙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이날 커브 구사 비율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통산 비율(11.2%)보다 훨씬 높은 17.2%였다. 구위가 살아나면서 ‘결정구’ 역할을 했다. 미 프로야구 통계 사이트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의 커브 평균 낙차는 25.8㎝로 기록됐다. 커브를 주무기로 쓰는 다르빗슈 유(LA 다저스)의 평균 낙차(22.5㎝)보다도 컸다. 이날 잡은 9개의 탈삼진 중 4개가 커브로 헛스윙을 이끌어내 따낸 것이었다.
   
   시즌 첫 무실점 경기를 했던 7월 3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선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우타자를 상대론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면서 헛스윙이나 땅볼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좌타자에겐 오히려 몸 맞는 공이 될 수 있어 자제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좌타자를 상대로 던진 32개의 공 중 10개를 체인지업으로 뿌려 직구나 바깥쪽으로 흐르는 볼을 노렸던 자이언츠 타선의 허를 찔렀다. 류현진은 “사전 미팅에서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지기로 약속한 상태였다”고 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 동안 공 85개를 던져 5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현재 팀 내 선발진 중 후반기 활약상이 가장 좋다. 마에다(2.52), 힐(2.79), 다르빗슈(3.13), 우드(3.80) 모두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이 높다. 이미 시즌 100이닝 투구도 돌파했다. 류현진이 시즌 100이닝 이상 던진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부상을 털어내고 완벽 부활에 성공한 만큼 내년 시즌을 향한 기대치도 오르고 있다. 류현진은 2018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기세가 이어진다면 연 평균 1000만달러(약 113억원) 계약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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