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크리스 테일러가 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1회 솔로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LA 다저스는 1차전을 3:1로 승리했다. ⓒphoto 연합
LA 다저스 크리스 테일러가 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1회 솔로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LA 다저스는 1차전을 3:1로 승리했다. ⓒphoto 연합

메이저리그의 공식 원년은 1876년이다. 2017년은 리그가 시작된 지 141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한 시즌 최고의 팀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는 1903년이 효시이다. 처음에는 지금의 내셔널리그만 존재했고 이들 자체가 메이저리그였다. 하지만 1901년 아메리칸리그가 만들어졌다. 첫 2년은 내셔널리그 팀들이 신생 리그인 아메리칸리그 팀을 비웃으며 월드시리즈라는 양대 리그 챔피언 간의 대결을 거절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1903년 첫 월드시리즈에서 내셔널리그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아메리칸리그 소속인 보스턴 아메리칸스(현재 레드삭스)에 3승5패로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까지 열린 112번의 월드시리즈에서 아메리칸리그 소속팀이 64번, 내셔널리그 소속팀이 48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월드시리즈 진출팀은 내셔널리그 챔피언이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LA 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격돌이다. 명문팀 다저스는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도전을 한다. 통산 6번의 우승을 했는데 1958년에 LA로 프랜차이즈를 옮긴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 하다 이번에 마침내 우승의 문턱에 이르렀다. 반면 1961년에 창단된 휴스턴은 134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다저스와 의미가 다르다. 창단 후 55년간 우승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팀인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69년 우승 가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팀이다. 단 클리블랜드는 과거 우승 경험이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다저스가 1988년 마지막 우승을 하고 9번에 걸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지만 야구의 신은 다저스를 외면하며 다른 18개 팀이 돌아가면서 우승을 경험하게 했다. 반면 휴스턴은 창단 44년째인 2005년에서야 월드시리즈에 처음 진출했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연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첫 도전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된다.

이번 시리즈가 팬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최다승 팀이 의외로 월드시리즈에 올라오는 것이 쉽지 않다. 아무래도 6개월에 걸친 긴 페넌트레이스에서의 강팀과 5경기 혹은 7경기에서 자웅을 가리는 단기전의 특성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정규 시즌에서 다저스는 104승, 휴스턴은 101승을 거두며 양대 리그에서 공히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팀들이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100승 이상을 거둔 팀들이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 경우는 8번째이다. 마지막이 1970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대결이었으니 47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한마디로 양대 리그 최강팀이 맞서는 게 2017 월드시리즈이다.

여기에 휴스턴은 역대급 자연재해로 도시에 반전을 주는 계기가 필요하다. 휴스턴은 지난 8월 1급 태풍 ‘허리케인 하비’에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캐리비안 지역을 강타한 후 텍사스주, 루이지애나주 등 미국 남부 지역을 강타했고 7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중에서도 휴스턴 지역은 24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가장 피해 규모가 컸다. 휴스턴 지역 전체 아파트의 6%에 해당하는 4만3000여채의 아파트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총 11만채가 넘는 주택이 심각한 파괴를 당했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하비’의 피해액이 150조~180조원에 이르며 2005년 뉴올리언스를 초토화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규모를 넘어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실의에 빠진 지역 주민에게 애스트로스의 선전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제로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유니폼에 ‘휴스톤 스트롱’이란 패치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으며 TV, 라디오, 잡지 등에 출연해서 지역 이재민의 구호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벌어진 폭탄테러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이 ‘B Strong’이란 패치를 시즌 내내 달고 뛰며 충격에 휩싸인 보스턴 지역 주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다.

연봉 1위 다저스, 올해는 몸값 할까

다저스의 상황은 다르다. 2012년 투자 그룹인 구겐하임그룹이 팀을 2조원에 인수한 이후 아낌없는 투자를 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개막일 기준으로 올 시즌 다저스 선수들의 총 연봉은 2억4000만달러로 2위 뉴욕 양키스보다 무려 4000만달러 이상을 더 지불하고 있다. 2012년만 하더라도 양키스는 수년에 걸친 부동의 연봉 1위 팀으로, 다저스는 12위에 불과했고 두 팀의 격차는

1억달러 이상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해 겨울 다저스는 대형 트레이드와 FA시장에서 거물급 선수의 영입으로 1년 만에 양키스에 1200만달러 차이인 2위로 올라섰고, 2014년에는 양키스를 3000만달러 이상 차이로 제치며 1위에 등극하고 그 이후 연봉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물론 팀 연봉이 성적의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몸값이 높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스타 선수가 많다는 것이고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0개 팀 중 연봉 1, 2, 3위인 다저스, 양키스, 보스턴을 비롯해 5개 팀이 30개 팀 중 10위 이내 팀들이었다. 물론 애리조나 디백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와 같이 20위권 밖의 저예산 팀도 들어갔지만 한 시즌에 한두 팀 이상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휴스턴의 경우는 1억2400만달러 규모로 전체 18위, 다저스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이다.

이렇게 다저스가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배경은 그만 한 수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인 지역 TV 중계권료만 하더라도 다저스는 연간 2억달러로 타의추종을 불허하지만 휴스턴은 다저스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6000만달러이다.

결국 이 두 팀 간의 대결은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속칭 ‘빅마켓’ 팀과 얼마 전 도시의 존폐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남부 지역의 아담한 도시 팀 간의 대결이다. 또한 13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프랜차이즈를 뉴욕에서 LA로 이동한 이후 5번의 월드시리즈를 차지한 전통의 명문팀과 55년 전 확장팀 중 하나로 리그에 들어와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헹가래를 한 번도 쳐보지 못한 팀들의 맞상대이기도 하다.

4년 연속 팀 연봉 1위를 차지하고 5년 연속 지구 우승을 했지만 아직 막대한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팀과 불과 5년 전까지 3년 연속 100패 이상을 당하는 수모를 감수하며 오늘을 기다린 팀들의 극단적인 결투인 것이다. 누가 이겨도 풍성한 얘깃거리가 나올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을의 전설’을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

송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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