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더 맵다.”

이는 체구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보다 더욱 뛰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골프에서는 어떨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키 172㎝로 PGA 선수 중 최단신 그룹에 속하는 강성훈(30). 그는 지난 4월 셸 휴스턴 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둔 게 데뷔 7년간의 최고 성적이다. 가끔 1라운드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다가도 체력 부족으로 막판엔 중위권으로 처진다. 하지만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자랑해 장신 선수들의 기를 팍 죽인다. PGA에서는 우스개로 ㎝당 비거리가 가장 많이 나는 선수라고 칭한다.

날씬한 선수는 어떨까. 지난 9월 페덱스컵에서 우승해 보너스 1000만달러(약 113억원)의 주인공이 된 저스틴 토머스(24·미국). 그는 지난 10월 22일 끝난 한국 최초의 PGA 정규대회인 CJ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려(통산 7승)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선수다.

그는 178㎝에 66㎏으로 날씬하다고 할지, 많이 말랐다고 할지 경계선에 있는 체격이다. 토머스는 이런 체격으로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309.7야드로 8위에 올랐다. 골프에는 몸무게 1파운드(0.45㎏)에 몇 야드 보내는지를 따져보는 ‘YPP(Yards Per Pound)’라는 지표가 있는데, 토머스는 몇 년째 이 분야의 독보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강성훈이 ㎝당 최장거리 선수라면, 토머스는 ㎏당 최장거리 선수다.

토머스는 “힘이 세다고 장타를 치는 것은 아니며 효율적인 스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마추어들이 귀담아들을 말은 또 있다.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15분씩 어깨와 골반 회전을 위한 스트레칭을 한다. 주말 골퍼들도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면서 공을 정확하게 치면 10~20야드는 가볍게 더 보낼수 있다.”

토머스의 또 다른 장타 비결은 ‘까치발 스윙’. 두 발이 지면을 박차고 치솟는 듯한 까치발 스윙으로 임팩트 때 골반 위치가 어드레스 때보다 7.6㎝나 더 올라간다. 이런 과감한 스윙으로 투어 평균보다 빠른 볼 스피드를 내는 것. 하지만 아마추어가 까치발 스윙을 흉내 내려면 최소 1개월의 집중 훈련이 필요하다. 안경 낀 이들은 삼가야 한다. 백스윙 시 공이 두세 개로 겹쳐 보이므로 스위트 스폿(공의 정중앙)에 정확히 맞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스윙 스피드를 높이기 힘든 키 작은 아마추어들은 어떻게 하면 강성훈처럼 장타를 날릴 수 있을까. 일단 피팅 센터에 가서 자신의 키에 맞게 샤프트를 적절히 잘라내야 한다. 원래대로 긴 채를 쓰면 거리는 좀 더 날 수 있지만 방향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키가 작으면 원심력도 작으므로 헤드 스피드를 높이고, 공을 정확히 맞히는 데 집중해야 장신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올해 타격왕(타율 0.370)에 오른 165㎝의 기아 김선빈을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그는 말한다. “한번도 키 작은 걸 단점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내게 맞는 타격 자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신체적 열세는 위기이자 기회다.

김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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