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을 땐 누구나 기사·기고문·칼럼의 제목을 보고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조선일보의 명사 에세이 ‘일사일언(一事一言)’처럼 10자 이내의 한 줄 제목이 달리는 경우는 더욱 더 제목이 중요하다.

얼마 전 조선일보를 읽는데 일사일언의 제목 ‘일파만파’라는 게 눈에 띄었다. 일파만파라면 골프장에서 흔히 쓰는 용어이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은 미국에서 골프를 배운 가수 최백호씨가 한·미 간의 골프 문화를 비교하며, 첫홀에서 잘 치든 못 치든 4명 모두 스코어를 ‘파(Par)’로 기입하는 걸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룰과 매너를 잘 지키는 미국식 사고방식으로는 기기묘묘한 발상이라고 비꼬았다. 골프 스코어는 고칠 수도 없고, 고쳐서도 안 되는 그날 자신의 ‘역사’라는 따끔한 말을 곁들이면서. ‘일파만파’라는 사자성어는 골프 접대에서 나왔겠지만, 어느 누구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행위에 대해 이의를 달거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게 문제다. “골프 스코어 하나 가지고 뭘 그리 예민한 반응을 보이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적당주의의 산물인 일파만파는 사회의 도덕성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최백호씨의 지적대로 일파만파에 대한 방관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부패의 구덩이로 이끄는 ‘첫 파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망가뜨리는 요인 중 하나가 분식회계인데, 일파만파가 바로 골프장의 분식회계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일파만파의 그릇된 풍조를 깨뜨리는 데 나름 노력을 해왔다. 접대골프이거나 아주 연로하신 분들을 모실 때는 어쩔 수 없이 일파만파에 순응한다. 하지만 친구나 동료, 후배들과의 라운드 때는 캐디에게 당부를 해 절대로 일파만파를 기입하지 못하게 한다. 물론 혼자 까탈스럽게 굴 수 없어 더블보기 이상 저지른 이들에게는 첫홀에 한해서 ‘보기’를 허용한다. 일파만파는 스포츠의 정신인 정정당당함을 크게 훼손하므로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일파만파의 잘못된 습관을 깨뜨리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

일파만파 다음으로 골프장에서 없어져야 할 적폐가 마구잡이로 연습 스윙하는 것. 특히 티잉 그라운드에서 동반자가 샷을 하려는데 이에 아랑곳없이 연습 스윙을 계속하는 건 매너에도 위배되지만 동반자의 미스샷을 유발하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매너 꽝’은 그린 주변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초보 때부터 어설프게 습관이 든 탓이지만, 어프로치를 잘못했다고 공을 주머니에서 꺼내 한 번 더 테스트하는 것, 퍼팅 미스했다고 다시 치는 행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그릇된 행위다. 연습은 연습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번 실패한 것은 잘 기억해서 다음 홀이나 추후의 라운드에서 만회하면 된다.

이런 황당한 경우를 당했을 때, 정색을 하면 의가 상하므로 정중하게 지적을 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다. 어린애들과 마찬가지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아무도 지적을 하지 않으면 구력 20년이 넘도록 나쁜 습관이 이어진다. 중국 송나라의 정치인 ‘포청천’이 되어서는 인심을 잃기 마련이지만 적폐 청산으로 ‘밝고 명랑한 골프 문화’ 조성에 모두 힘썼으면 한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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