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486호] 2017.12.11

러시아월드컵 ‘죽음의 F조’ 한국

“세 팀은 모두 우리보다 강하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이태동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hd@chosun.com 

▲ (왼쪽부터) 안데르손 감독. 오소리오 감독. 뢰브 감독 photo 연합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 파비오 칸나바로가 남은 두 개의 공 중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가 공에서 꺼낸 종이를 들어 보이며 “Korea Republic”이라고 말하자 대한민국에 탄식이 흘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 F조에 속해 강호 독일·멕시코·스웨덴을 상대하게 된 순간이었다.
   
   가시밭길 여정을 걷게 된 신태용 한국 대표팀 감독이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어떤 팀이든 우리보다 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추첨) 행운을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12월 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2018 러시아월드컵 조추첨식이 열렸다. 10월 랭킹 62위였던 한국은 4번 포트에서 추첨을 기다렸다. 한국은 대부분의 조 편성이 완료되고 딱 두 자리가 남을 때까지 뽑히지 않았다.
   
   들어갈 수 있는 조는 F조(독일·스웨덴·멕시코)와 H조(폴란드·세네갈·콜롬비아). 방송 중계를 지켜보던 대다수 국내 팬들의 바람과 달리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이는 H조 대신 F조 멤버로 선택됐다. 마지막까지 함께 남았던 일본은 자동으로 H조에 편성됐다.
   
   조 편성 최종 결과 독일이 F1, 멕시코가 F2, 스웨덴이 F3, 한국이 F4에 자리했다. 한국은 내년 6월 18일 오후 9시 스웨덴과 조별리그 첫 경기(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를 치른다. 2차전(로스토프 아레나)은 6월 23일 밤 12시 멕시코와 벌인다. 조별리그 마지막 독일전(카잔 아레나)은 6월 27일 오후 11시로 예정돼 있다.
   
   조추첨이 끝나자마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1승도 쉽지 않은 조 편성”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독일은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이자 현재 FIFA 랭킹 1위(이하 11월 기준)인 세계 최강팀이다.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탄탄한 전력으로 10경기 10승(43득점 4실점)을 거뒀다. 지난 6월 독일은 월드컵 우승국과 각 대륙 챔피언들이 모여 치르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 2군을 내보내고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선수풀을 넓히고 전술을 실험하려고 가볍게 치른 대회에서도 독일은 최강이었다.
   
   독일은 세 팀 이상 꾸려 월드컵에 나가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껍다. 그중에서도 2010 남아공월드컵 득점왕 토마스 뮐러(28·바이에른 뮌헨), 패스마스터 메수트 외질(29·아스널), 중원사령관 토니 크로스(27·레알 마드리드), 거미손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1·바이에른 뮌헨)가 핵심 전력이다.
   
   한국은 역대 독일을 상대로 1승2패를 기록했다. 월드컵에선 2번 맞붙어 2패다. 1994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 대 3으로 패했고, 2002 한·일월드컵 4강전에서 0 대 1로 졌다.
   
   북중미 최강 멕시코(FIFA 랭킹 16위)는 ‘월드컵 16강 단골손님’이라 불린다. 최근 여섯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16강에 올랐다. 여섯 번 동안 8강에는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진기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어떤 강팀과 한 조에 속해도 16강까지는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북중미 예선에서 10경기 6승3무1패(16득점 7실점)란 압도적 성적으로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한 멕시코는 곧바로 벨기에·러시아와 평가전을 잡는 등 16강 그 이상을 대비하고 있다.
   
   
▲ 그룹 F조

   16강 가능성 18.3%
   
   멕시코는 탄탄한 전력의 자국 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해외 스타들을 잘 융합해 조직력이 강하다. ‘치차리토(작은 콩)’라는 별명을 가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9·웨스트햄)가 공격을 이끌고, A매치 142경기(25골)에 출전한 미드필더 안드레스 과르다도(31·베티스)가 주장으로서 공수를 지휘한다.
   
   한국은 월드컵 역사상 멕시코와 한 번 만났다.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하석주의 선제골 이후 3골을 내줘 1 대 3으로 패한 경험이 있다. A매치 전체 상대 전적도 4승2무6패로 밀린다.
   
   스웨덴(FIFA 랭킹 18위)은 큰 체격을 앞세워 거칠게 상대를 밀어붙이고 롱패스를 즐겨 쓰는 북유럽 특유의 축구를 구사한다. 1958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1994 미국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했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선 유럽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이번엔 네덜란드를 예선 조3위로 끌어내리고 플레이오프에 올라 이탈리아까지 잡아내며 본선에 진출했다.
   
   스웨덴을 이끄는 건 ‘어시스트 장인’ 에밀 포르스베리(26·라이프치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도움왕(19개)에 오른 그는 정확한 킥과 적절한 패스로 역습 축구를 펼치는 스웨덴의 ‘한 방’을 진두지휘한다. 스트라이커 마르쿠스 베리(31·알아인)는 유럽 예선에서 8골을 기록하며 골 감각이 절정에 올라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복귀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은 스웨덴과 월드컵에서 대결한 적이 없다. 일반 A매치에선 네 번 싸워 두 번 비기고 두 번 졌다.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세 팀을 만난 한국 입장에서 F조는 ‘죽음의 조’다. 하지만 경쟁자들에게 한국은 ‘안중(眼中)에 없는 상대’ ‘1승 제물’일 뿐이다.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인 스웨덴 대표팀 주장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32·크라스노다르)는 “독일이 아닌 한국과 1차전을 하는 건 행운”이라며 “16강에 오를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스웨덴 현지 매체인 라디오스웨덴은 조추첨 후 “스웨덴이 독일과 멕시코를 상대하게 됐다”며 한국 얘기는 아예 빼놨다. 1998 프랑스월드컵 한국전에서 ‘개구리 드리블’을 선보였던 콰우테모크 블랑코는 자국 매체 인터뷰에서 “한국은 19년 전 멕시코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던 팀”이라고 평했다. 독일과 스웨덴을 경계한 것과는 달랐다.
   
   제3자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미국 ESPN은 “F조 팀들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독일이 82.5%, 멕시코가 51.0%, 스웨덴이 48.2%, 한국은 18.3%”라고 보도했다. 월드컵 본선에선 조 1~2위가 16강에 올라간다. FIFA도 F조 핵심 경기(Key match)로 멕시코-스웨덴전을 꼽았다. 독일의 1위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보고, 멕시코와 스웨덴이 2위 자리를 다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선수들은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변’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주장 기성용(29·스완지)은 “쉽지 않은 조 편성이 맞지만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주포 손흥민(25·토트넘)도 “어떤 팀이든 우리보다 강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공은 둥글다”며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당시 1무2패로 탈락)에서의 눈물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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