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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8호]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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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유망주들] 스켈레톤 윤성빈

썰매계의 아이언맨 빛의 스타트로 두쿠르스 넘는다

윤형준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bro@chosun.com

▲ 스켈레톤 윤성빈이 지난 12월 18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실전테스트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중 하나인 스켈레톤은 길이 1m쯤 되는 납작한 썰매를 밀고 달리다가 그 위에 탑승, 엎드린 채로 1200~1500m의 트랙을 내려오는 종목이다. 다른 썰매 종목과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쓰이던 ‘이동수단’이 스포츠 종목이 된 경우다. 19세기 말쯤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처음 스포츠화(化)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전통적으로 스위스·독일 등 유럽 선수들이 강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스켈레톤 세계 랭킹 1위는 ‘한국인’이다. 내년 2월 평창에서 썰매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윤성빈(23)이 주인공이다.
   
   
   압도적인 스타트가 세계 1위 만들다
   
   윤성빈은 5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대입을 걱정하는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다. 체대 입시생도 아니었던 그가 썰매를 타게 된 건 마침 그해 한국체육대에 처음 ‘썰매팀’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썰매팀을 만든 한국 썰매 ‘레전드’ 강광배(44) 한체대 교수는 지인들을 통해 가능성 있는 고등학생들을 알아보고 다녔다.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이사였던 김영태 당시 신림고 체육 교사가 윤성빈을 추천했다. 178㎝의 신장으로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농구 골대를 두 손으로 잡을 만큼 순발력과 하체 탄력이 뛰어나다는 이유에서였다. 강광배 교수는 “그렇게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처음 봤다. 근성도 탁월해서 한번 가르치면 수차례 반복 훈련으로 꼭 자기 것으로 만들곤 했다”고 돌아봤다. 윤성빈은 입문 3개월 만에 ‘스타트 기록’에서 기존 국가대표들을 제치고 새 국가대표가 됐다.
   
   2013년 한체대에 입학한 윤성빈은 본격적으로 몸부터 만들었다. 스켈레톤은 썰매 무게가 33㎏을 초과하면 선수 몸무게와 더한 총 무게가 115㎏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33㎏ 미만의 썰매를 사용하면 선수 체중엔 제한이 없다. 트랙을 타고 내려오면서 가속도를 받는 썰매 종목은 무거울수록 나중에 가속도를 더 받아 최고 속도가 더 빨라진다. 썰매 무게를 33㎏ 미만으로 맞추고 체중을 적당히 늘리면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윤성빈은 하루 8끼 식사로 75㎏였던 몸무게를 87㎏까지 늘렸고 썰매 무게는 35㎏에서 32㎏으로 낮췄다. 현재 윤성빈의 ‘경기용 무게’는 119㎏이다.
   
   2012~2013년 데뷔 시즌 세계랭킹 70위에 그쳤던 윤성빈은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늘면서 이듬해 랭킹을 22위까지 끌어올렸다. 2014~2015 시즌엔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출전하는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고 월드컵 두 번째 출전(캐나다 캘거리) 만에 동메달을 따내며 주목받았다.
   
   윤성빈은 2014~2015 시즌부터 영화 캐릭터 ‘아이언맨’이 그려진 헬멧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 ‘썰매계의 아이언맨’으로 불린다. 로켓엔진이 달린 수트를 입고 음속을 넘나들며 하늘을 누비는 아이언맨처럼 썰매 트랙을 질주한다는 의미다.
   
   윤성빈이 빠르게 트랙을 질주할 수 있는 비결은 ‘스타트’에 있다. 트랙을 내려오는 동안 다른 추진력을 받지 못하는 썰매 종목에선 스타트가 전체 성적을 좌우한다. 스타트가 빠르면 가속도를 더 받아 최종 기록도 빨라진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스타트를 0.1초 줄이면 최종 기록은 0.3~0.4초 정도 줄어든다”고 했다. 윤성빈은 매일 윗몸일으키기 1000개와 2시간여의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단련했다. 현재 그의 허벅지 굵기는 63㎝(24.8인치)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타고난 순발력이 더해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트 기록을 갖게 됐다. 올 시즌 윤성빈은 스타트 기록에서 한 번도 2위 아래로 밀려난 적이 없다. 올 시즌(2017~2018) 세계랭킹 1위를 달리는 비결이다.
   
   
   경쟁자는 라트비아의 ‘제왕’
   
▲ 윤성빈
윤성빈이 현재 세계 1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평창 금메달이 예약되어 있는 상황은 아니다. 2009~2010 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 ‘8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가 있기 때문이다. 통산 월드컵에서 금메달만 50개를 딴 그는 21세기 남자 스켈레톤을 지배한 ‘제왕’으로 불린다.
   
   두쿠르스는 윤성빈보다 스타트는 조금 늦지만 주행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뽐낸다. 1998년 14세의 나이로 이 종목에 입문해 20년째 쌓은 ‘경험’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근육량을 늘리는 훈련으로 단축할 수 있는 스타트와는 달리, 주행은 하루아침에 성장할 수 없는 부분이다. 썰매는 조종을 하면 할수록 썰매 날과 얼음 트랙 사이에서 미세한 마찰이 발생해 기록에서 손해를 본다. 조종을 최소화하려면 트랙의 특징, 빙질(氷質) 등을 전부 파악한 뒤 최적의 라인을 타야 한다. ‘어떤 라인이 가장 이상적인지’ ‘어디서 조종을 했을 때 기록 손해를 덜 보고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지’ 등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력이 있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월 평창의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격으로 열린 2016~2017시즌 8차 월드컵에서 두쿠르스가 1차 주행에서 윤성빈에 뒤지고도 2차 주행에서 0.01초 차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순식간에 코스를 꿰뚫어보는 그만의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결국 ‘제왕’을 넘어서야만 평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전망이다. 고무적인 것은 올림픽을 코앞에 둔 올 시즌 두쿠르스와의 상대 전적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올 시즌 5차 월드컵까지 치른 가운데 윤성빈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며 모든 대회에서 시상대에 섰다. 미국·캐나다·독일에서 열리는 2~4차 월드컵 때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3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하는 기록도 썼다. 두쿠르스는 금2·은2을 기록했고 한 번은 6위에 그쳤다.
   
   게다가 썰매는 홈 트랙 이점이 크다. 개최국 선수들은 타국 선수들보다 더 많이 훈련해 트랙에 적응할 수 있다. 100분의 1초로 승부가 갈리는 이 종목에선 트랙의 형태와 얼음 상태를 전부 꿰고 있는 선수가 당연히 유리하다. 이용 감독은 “1000번 넘게 훈련해 눈 감고도 코스를 외울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선지 두쿠르스는 원래부터 윤성빈과 교류가 없었지만 올 시즌 유독 더 냉랭하다고 한다.
   
   윤성빈은 연말을 국내에서 보낸 뒤 내년 초 다시 출국해 두 차례 더 월드컵에 출전할 예정이다. 1월 중순쯤 다시 귀국해 올림픽 때까지 평창 훈련에 집중한다. 올림픽 스켈레톤 결승은 2월 16일 오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다. 슬라이딩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와 기업
   
   스켈레톤 기적 뒤에는 LG가 있었다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정말 하나도 없었다. 장비도 선수도 지원도 아무것도 없어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나 막막한 심정이 들 정도였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총감독을 맡고 있는 이용 감독의 말이다. 이용 감독의 말처럼, 한국의 썰매 환경은 수년 전만 해도 척박하기 그지없었다. 동계올림픽 개최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스켈레톤 선수들에게는 썰매의 무게를 높여 조금이라도 더 스피드를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초기에는 선수들이 해외원정을 나가더라도 마음껏 배불리 식사할 수 있는 여력조차 없었다. 선수들은 숙소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눈치를 봐가면서 몰래 챙겨 나와 먹어야 하는 고충도 겪었다고 한다. 열정 하나만으로 버티기 힘든 열악한 환경이었다.
   
   국내에서 종목 이름조차 생소했던 스켈레톤 국가대표팀과 윤성빈 선수에게 처음 주목하고 손을 내민 곳이 바로 LG전자다. LG전자는 2015년부터 스켈레톤 국가대표팀과 윤성빈 선수에 대한 후원을 시작했다. 지금은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의 ‘메인 스폰서’로서 국내외 전지훈련 및 장비 등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격려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06년 창단한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스켈레톤 간판스타인 윤성빈 선수는 최근 2017~2018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월드컵대회에서 1차 은메달, 2~3차 연속 신기록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계 스켈레톤 랭킹 단독 선두에 오른 윤성빈 선수는 오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LG전자의 유망 스포츠 종목 지원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후원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 광고모델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발탁하며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7월부터는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도 후원하고 있다. 그 결과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등록선수가 200여명에 불과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2부 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월드챔피언십(1부 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지난 4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그룹에서 우승하는 등 약진하고 있다. LG의 한 관계자는 “LG는 아이스하키, 스켈레톤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 후원을 통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 종목 스포츠 인구의 저변 확대 등 스포츠 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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