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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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야드 드라이버 샷은 주말 골퍼가 제 아무리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다. 반면 타고난 장사(壯士)가 아니더라도 갈고닦으면 프로 못지않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분야가 퍼팅이다.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도 퍼팅 매트 깔아놓고 꾸준히 연습할 수 있다.

신기(神技)의 퍼팅 실력을 앞세워 골프 사상 유일하게 골든 슬램(리우올림픽 금+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박인비에게 퍼팅을 배워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마음을 대신해 퍼팅 비결을 물으면, 박인비는 힘을 빼는 대답을 하곤 했다.

“동료 선수부터 팬들, 여러나라 기자들까지 퍼팅 비결을 묻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본 적도 있는데 정말 비결은 없어요. 저는 제 감(感)을 믿고 그대로 하는 것뿐이거든요.” 심지어 그는 퍼팅 거리를 발걸음으로 재지도 않는다. 자신의 눈으로 본 감(感), 즉 ‘눈대중’으로 한다. 그렇다면 박인비가 처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시절은 어땠을까. 박인비는 열 살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퍼팅의 즐거움을 아는 골퍼가 됐으면 좋겠다”는 아버지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베스트 스코어가 3언더파 69타인 아버지(박건규)는 퍼팅이 장기였다. 아버지의 조언대로 왼손을 아래쪽으로 내려 잡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을 잡기 시작했다.

주니어 시절 박인비는 매일 ‘1·2·3 퍼팅 훈련’을 했다. 1m 거리에서 퍼팅 10개를 모두 성공하면 2m 거리로 옮기고, 2m 거리에서 다시 공 10개를 다 집어넣으면 3m거리로 옮기는 것이다. 3m 거리까지 퍼팅 30개를 계속 성공해야 훈련을 마치는 방식인데 30분 정도 걸렸다. 이런 ‘1·2·3’ 퍼팅 훈련을 하루는 내리막 슬라이스 퍼팅 라인(오른손잡이 기준으로 공이 오른쪽으로 휘는 라인)에서 하고, 그 다음날은 내리막 훅 라인(공이 왼쪽으로 휘는 라인)에서 했다. 이런 훈련은 거리감을 익히고 공이 어느 정도 스피드에서 어느 정도 휘는지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3m 이내 퍼팅에선 무조건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줬다. 박인비는 이렇게 말했다.

“퍼팅은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 끝에 자기만의 브레이크 보는 법과 자신의퍼팅 스피드가 어느 정도인지 깨닫는 게 중요해요. 자신의 스피드를 알아야 브레이크를 얼마나 태워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먼저 퍼팅 거리를 맞추는 연습을 통해 스피드를 파악한 후 퍼팅 라인 보는 걸 접목시키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미국의 한 유명 골프 교습가는 이런 분석을 했다. “박인비 퍼팅의 비밀은 특별한 기술에 있지 않다. 해서는 안 될 것들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 데 있다.” 박인비는 스트로크를 할 때 엉덩이와 무릎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립을 최대한 부드럽게 쥐고 스트로크 크기로만 거리 조절을 한다. 클럽 헤드를 낮게 움직여 공이 튕기거나 밀리지 않고 회전이 빨리 시작되도록 한다. 스트로크는 공이 페이스에 묻었다 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천천히 한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후 겪었던 4년간의 슬럼프가 퍼팅 실력을 연마한 수련 기간이 됐다고 했다. “워낙 샷이 좋지 않다 보니 긴 퍼팅을 성공해야 간신히 파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절실함이 스스로도 믿기 힘든 퍼팅들을 성공시키는 힘으로 연결됐어요.”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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