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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3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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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유망주들] 바이애슬론 대표팀 러시아 귀화선수 3人

“우리도 태극전사! 바이애슬론을 국민 스포츠로”

정병선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전 모스크바특파원 bschung@chosun.com

▲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바이애슬론 국가대표팀의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들. 왼쪽부터 안나 프롤리나, 알렉산드로 스타로두베츠, 예카테리나 압바쿠모바, 티모페이 랍신. 이 중 스타로두베츠는 부상으로 출전을 못 한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은 ‘러시아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현재 대표팀에 3명의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극단 조치라 할 수 있다.
   
   3인의 귀화선수들은 안나 프롤리나(34), 예카테리나 압바쿠모바(28), 티모페이 랍신(30) 등이다.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안나 프롤리나가 2016년 3월 귀화했고, 그해 12월 청소년 대표 출신 압바쿠모바가 뒤를 이었다. 러시아 대표 출신 랍신이 작년 2월 최종 합류하면서 러시아대표팀이 한국대표팀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당초 러시아 청소년 대표 출신 스타로두베츠(25)도 2016년 3월 귀화했지만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3명만 남았다.
   
   이들의 귀화를 이끌어낸 동기는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한국 국가대표 출신 안현수 선수였다. 스타로두베츠와 함께 가장 먼저 귀화한 안나 프롤리나는 “빅토르 안(안현수)이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올림픽 3관왕이 되면서 러시아에선 전혀 관심 받지 못하던 쇼트트랙 이미지가 단번에 바뀌었다”며 “소치에서 안현수가 쇼트트랙 금자탑을 이룬 것처럼 우리도 평창에서 바이애슬론 레발루치야(혁명을 뜻하는 러시아어)를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랍신도 “러시아인들은 쇼트트랙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한국에서 귀화한 선수 한 명이 쇼트트랙을 국민 스포츠로 탈바꿈시켰다”며 “빅토르 안의 모습을 바이애슬론을 통해 그대로 재현하겠다”고 했다.
   
   러시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애슬론 강국이다. 국가 랭킹도 남자 4위, 여자 6위(2017년 기준)다. 러시아에서 바이애슬론은 피겨스케이트, 아이스하키와 더불어 3대 겨울 인기 스포츠다. 매일 생방송될 정도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경기다. 고도의 심폐력을 요하는 경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동계올림픽 난이도 1위 종목으로 꼽힌다. 총을 메고 스키를 타고 일정 거리를 주행하다 정해진 사격장에서 사격하고 다시 스키를 타고 주행하는데 러시아인들은 이 과정을 숨을 죽인 채 지켜본다. 주행 시간과 사격 정확성으로 순위를 가리는데 스키도 잘 타야 하고 저격수의 요건도 갖춰야만 한다. 남녀 각각 5개, 혼성 1개 등 11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러시아에선 남자 120명, 여자 90명의 바이애슬론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친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하지만 한국은 남녀 합쳐 고작 40명 정도가 태극마크 경쟁을 벌인다. 선수층이 얇고 국제대회 성적도 초라하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이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망신’ 당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바이애슬론연맹 측은 “오로지 메달만 생각하고 선수를 귀화시킨다고 오해하고 비난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출전 선수가 없다면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라고 항변한다.
   
   4명의 귀화선수 중 시베리아 출신인 랍신과 프롤리나는 대표팀의 쌍두마차다. 프롤리나는 지난 1월 5일 2017~2018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4차 월드컵 여자 추적경기(독일 오베르호프)에서 32분25초5로 8위를 차지했다. 귀화한 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랍신도 지난해 12월 IBU 3차 월드컵(프랑스 안시)에서 전체 106명 중 8위에 오르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한국 선수가 IBU 월드컵 대회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프롤리나와 랍신이 처음이다. 두 선수가 톱10 진입에 성공하자 처음부터 평창을 목표로 이들의 컨디션을 관리해온 연맹 측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귀화선수 1호인 프롤리나는 한겨울 영하 30도가 기본인 시베리아 한티만시스크 출신이다. 2006년부터 러시아 대표로 활약했고,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는 스프린트 4위까지 오른 실력파다. 2009년 평창 IBU세계선수권에선 계주 금메달도 따냈다. 하지만 2013년 출산 이후 컨디션 난조로 러시아 대표팀에서 탈락하자 올림픽 메달 꿈 실현을 위해 한국의 귀화 제안을 받아들였다. 프롤리나는 기대와 달리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선 62위로 부진했지만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제 실력을 찾아가고 있다.
   
   
   설상 종목 첫 메달 기대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인 랍신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 대표로 활약하며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을 차지한 톱클래스 선수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참가하는 대회마다 입상하면서 ‘메달 제조기’로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파벌 문제로 러시아 대표팀 선발에서 탈락하자 미련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올림픽 메달이 가능한 선수여서 옛 소련 국가인 우크라이나도 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러시아 바이애슬론연맹은 크림반도 문제로 전쟁을 치른 우크라이나로는 랍신을 절대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때마침 세계 정상급 선수를 물색하던 한국과 인연이 닿아 작년 3월 평창에서 열린 IBU바이애슬론 월드컵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인생 2막을 열었다. 기대를 모았던 랍신은 작년 5월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자칫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 보란 듯이 재활에 성공했다. 주변에서 “한물간 선수” “기껏 귀화시켰더니 부상이냐”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한국바이애슬론연맹이 계속 신뢰를 보낸 것이 최근의 성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바이애슬론 대표팀은 현재 남자 2명, 여자 5명으로 구성됐다. 한국 선수 4명과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 3명의 공존이다. 여기다가 러시아 출신 코칭스태프도 7명이나 돼 총 10명의 러시아 출신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통역이 없어도 한국 선수, 코치와 손짓과 표정으로 대화한다. 프롤리나는 해외훈련 중에도 김밥과 떡을 챙겨와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 적응력이 빠르다. 그는 “한국 김밥 맛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오삼불고기(오징어 삼겹살 불고기)를 즐긴다는 랍신은 “한국의 매운맛이 에너지를 솟게 한다”고 말한다. 랍신은 불교에도 관심이 많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지철 스님으로부터 염주를 선물로 받았다. 그는 “오대산 기운이 담긴 염주를 돌리며 메달을 소원한다”고 했다. 최근 사주카페를 찾아갔다가 ‘올림픽 메달 운이 상당하다’는 말도 들었다.
   
   프롤리나는 “우리가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바이애슬론도 한국에서 인기 종목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랍신은 “소치의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안현수가 러시아를 흥분시켰듯이 평창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한국인들을 흥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도 굵은 땀을 흘리면서 “소치에서 빅토르 안이 러시아 삼색기를 들고 흔들었듯이 평창에선 우리가 태극기를 휘날릴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박철성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경기가 열릴 즈음엔 귀화선수들의 컨디션이 절정으로 올라설 것”이라며 “한국 설상 종목의 첫 메달 소식이 바이애슬론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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