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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4호]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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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유망주들] 첫 메달 노리는 컬링

찰떡호흡 김시스터스 컬링계를 흔들다

주형식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seek@chosun.com

▲ 지난 1월 4일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스톤을 사이에 둔 여자 컬링 대표선수들. 왼쪽부터 김선영, 김은정, 김영미. photo 연합
컬링(Curling)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노려볼 만한 ‘깜짝 메달 종목’으로 꼽힌다. ‘빙판 위 체스’로 불리는 컬링은 신체능력보다는 전략 싸움에서 승패가 갈린다. 한국 특유의 집중력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종목인 것이다.
   
   한국에서 첫 컬링대회가 열린 1996년 1월, 컬링 앞엔 ‘얼음판을 청소하는 운동’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얼음판에 돌덩어리를 굴리고 빗자루질을 하는 ‘이상한 놀이’ 정도로 취급받던 시절이었다. 우리에겐 아직도 낯선 스포츠, 컬링의 경기 방식은 이렇다. 우선 한 팀 4명의 선수가 무게 19.96㎏인 스톤(컬링에서 투구하는 돌)을 가로 5m, 세로 45m의 얼음판에서 1인당 2회씩 총 8번 미끄러뜨린다. 양팀이 이렇게 번갈아 투구하는 걸 ‘1엔드’(End·야구의 이닝과 비슷한 개념)라고 한다. 경기는 10엔드로 열리며 스톤을 지름 3.66m의 하우스(표적판) 중앙에 누가 더 가깝게 붙이는지를 겨룬다. 점수 계산법은 단순하다. 상대 스톤보다 하우스 중앙에 가까이 놓인 스톤 수가 점수가 된다. 승부는 모든 엔드가 끝난 뒤 총 점수로 가리게 된다.
   
   컬링은 우수한 선수들을 모아 팀을 꾸리는 다른 구기 단체 종목과는 팀 구성 방식이 다르다. 국내 1위 팀이 곧바로 대표팀이 된다. 외국 팀도 대부분 이렇게 선발한다.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고민하는 종목 특성상 단일팀이 나가야 최상의 팀워크를 유지하기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경북체육회 컬링팀이 남자·여자·믹스더블(혼성 2인조) 종목 모두 정상을 차지하며 태극 문양을 달았다.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은 특별한 끈으로 이어져 있다. 남자·여자·믹스더블팀 15명(지도자 3·선수 12) 중 7명이 가족 관계다. 믹스더블 장반석(36) 감독과 여자팀 김민정(37) 감독은 부부다. 김 감독의 동생 김민찬(31)은 남자 대표다. 여자 대표팀의 김영미(27)와 김경애(24)는 자매다. 중학생 때 방과 후 취미로 컬링을 시작한 이후 12년간 호흡을 맞추고 있다. 10초 차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이기복(23)은 남자 대표, 동생 이기정(23)은 믹스더블 대표다. 대표 선수들은 매일 훈련이 끝나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수다를 떤다. 남자 대표팀 선수가 믹스더블 대표팀 선수에게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이기정은 “평창에선 코리아 패밀리가 컬링 빙판장을 완전히 접수할 것”이라고 했다.
   
   
   의성여중·의성여고 동창생 4명
   
   한국 대표팀 중 평창올림픽 메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팀은 여자 컬링 대표팀(세계 랭킹 8위)이다. 2016·2017 세계선수권 성적 종합으로 평창올림픽행이 정해졌는데, 이 중 여자 대표팀은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 여자 컬링은 지난 1월 21일 캐나다 앨버타주 캠로즈에서 열린 ‘월드컬링투어 메리디안 캐나다 오픈 그랜드슬램’ 플레이오프 8강전에서 세계 1위 캐나다 대표팀을 7 대 4로 꺾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레이철 호먼(29)이 이끄는 캐나다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13전 전승으로 우승했으며 평창올림픽에 자국 대표로 출전한다. 한국의 올림픽 예선 1차전 상대이기도 하다. 올림픽에 앞서 한국이 기선 제압을 한 셈이다. 한국은 4강전에선 캐나다의 또 다른 클럽팀에 4 대 6으로 져 최종 3위를 기록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2017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PACC·호주 에리나) 결승에서 일본을 11 대 6으로 꺾고 12전 전승으로 우승하기도 했다. 201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자 8개 팀이 참가했던 의성대회에 이어 2연패(連覇)다. 한국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3년(당시 경기도청) 이후 3년 만의 일이었다.
   
   여자팀 돌풍의 비결은 ‘같은 성씨, 같은 고향’에서 시작된 찰떡호흡이다. 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은 모두 의성여중·의성여고 동창생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 컬링을 했기 때문에 호흡을 맞춘 지 10년이 넘었다. 전략 싸움이 치열한 컬링은 선수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세운 전략이 경기를 좌우하므로 팀원 간 호흡과 소통이 중요하다. 스킵(주장) 김은정은 “우리는 말을 안 해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안다”고 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컬링선수를 할 생각으로 뭉친 건 아니었다. 방과 후 취미로 스톤과 빗자루(브룸)를 잡았다. 의성군 같은 시골에서 컬링은 여중·고생들에겐 신기한 놀이였다고 한다.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이 경북체육회에 이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실업팀 창단을 제의하면서 컬링선수가 됐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해외대회에 나가면 “여섯 자매가 함께 컬링을 하는 거냐?”라는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 여자 대표팀은 감독 김민정부터 선수들 모두 같은 김(金)씨다. 그래서 외국 팬들은 한국 여자 컬링팀을 ‘김 시스터스’라 부른다.
   
   
   세계 최강 캐나다와 첫판서 격돌
   
   1월 4일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 종합훈련원(선수촌)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금메달리스트인 라이언 프라이(40·캐나다)였다. 세계 정상급 선수인 그가 한국 대표팀의 ‘족집게 과외 선생’ 역할을 하러 온 것이다. 프라이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캐나다 대표팀 멤버로는 뽑히지 못했다. 프라이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 컬링 기술을 지도하고, 올림픽 실전 경험 등을 전하고 있다. 올림픽 무대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에겐 귀중한 기회인 셈이다.
   
   프라이는 훈련 첫날부터 빙판 위에서의 평정심을 강조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경기장 분위기는 아주 시끄러울 것이다. 홈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대표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프라이는 선수들에게 특정 경기 상황을 설정해주고 “이것이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샷이라고 생각해 보라”며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의 기술은 좋다. 남녀팀 모두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올림픽에서는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컬링경기연맹에 따르면 프라이를 초청하기 위해 필요한 숙박비·강습비 등은 약 5700여만원 정도라고 한다. 하루에 200만원이 넘는 ‘고액과외’를 받는 셈이다.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은 “프라이의 기술적·정신적 조언을 받아들여 대표팀의 약점을 보완한다면 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한국 여자팀은 2월 15일 오전 9시5분 캐나다와 강릉컬링센터에서 올림픽 첫 경기를 치른다. 캐나다는 2017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 13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챔피언 국가다. 여자 대표팀은 같은 날 오후 8시5분 일본(6위)과 맞붙는 등 8일간 9경기를 소화한다. 스위스(2위), 영국(4위), 중국(10위), 스웨덴(5위), 미국(7위), 러시아(3위), 덴마크(9위) 순서다. 남자 대표팀(16위)은 2일 간격으로 ‘지옥의 초반 4연전’에 돌입한다. 14일엔 미국(4위)·스웨덴(2위)과, 이틀 후인 16일엔 노르웨이(3위)·캐나다(1위)와 대결하는 일정이다. 여기서 최대한 승수를 쌓아야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평창올림픽 남녀 컬링엔 각각 10개국이, 믹스더블엔 8개국이 나간다. 참가팀이 한 번씩 모두 맞붙는 풀리그전 방식으로 예선을 치르고 상위 4팀이 준결승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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