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코오롱 한국오픈
ⓒphoto 코오롱 한국오픈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하잖아요. 골프도 마찬가지예요. 피니시가 좋다는 건 스윙을 제대로 했다는 증거예요. 좋은 피니시 자세는 무리한 스윙을 줄여주고 체중이동을 원활하게 해주죠.”

이처럼 골프 스윙의 마무리 동작, 즉 피니시(finish)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전문가들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드라이버로 350야드를 때리고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보면서 ‘피니시는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난 6월 24일 막을 내린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공동 5위를 한 최호성은 이런 정통 이론에 반기라도 들듯 희한한 피니시 동작들을 보였다. 엉거주춤한 자세부터 몸을 비틀거나 꼬고 돌리는 등 칠 때마다 다른 동작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이를 ‘피셔맨(fisherman·낚시꾼) 스윙’이라 부른다고 한다. 클럽을 낚아채듯 들어올리는 피니시 동작이 낚시와 닮았다고 해서 나온 별칭이다. 미국 골프채널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craziest) 스윙”이라며 집중 조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2승, 일본에서 1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젊은 선수들보다 더 멀리 똑바로 공을 쳤다.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보낼 수 있다.

그렇다면 피니시 자세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의문이 든다. 임경빈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최호성은 다운스윙 때 오른쪽 어깨가 떨어지고 뒤로 넘어지는 자세가 나오기 때문에 뒤땅이 나오기 쉬운 스윙인데 그걸 몸을 쓰면서 극복한 것 같다. 그러면서 정확히 공을 맞히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연습을 정말 많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는 클럽을 위에서 한두 차례씩 돌려 ‘헬리콥터 피니시’란 소리를 들었다. 리 트레비노도 정통파 스윙이 아니었다.

스윙의 일관성을 높여주는 피니시 동작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천부적인 감각이나 엄청난 연습량이 뒷받침된다면 임팩트 구간에서의 폭발력을 높이기 위해 몸을 쓴다고 해도 샷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최호성은 보여주고 있다.

최호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는 피니시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티박스에 서면 보내려는 방향으로 멀리 보내겠다는 생각만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임팩트 구간이에요. 양손을 최대한 공 앞에까지 끌고 와서 헤드가 원심력로 가는 방향 그대로 던지죠. 몸도 헤드를 따라 돌고요. 젊은 선수들에게 거리 뒤지지 않으려고 3년 전부터 공에 힘을 싣는 연습을 했어요.”

최호성은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포항 수산고 3학년 시절, 현장실습으로 간 참치 해체 작업장에서 전기 톱날에 오른손 엄지 한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뱃살을 이식했지만 지금도 불편을 겪고 있다. 이후 막노동, 광산일, 슈퍼마켓 배달 등 다양한 일을 하다 우연히 골프장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스물여섯 나이에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최호성은 “어머니는 해녀이시고 아버지는 농사와 바다일을 하시며 사셨다. 그분들 보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걸 배웠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아직 뜨겁다”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