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수씨와 둘째 딸 조윤지 선수.
조창수씨와 둘째 딸 조윤지 선수.

야구 인생 40년을 보내고 골프 대디 20년째인 그의 입에서 “야구보다 골프가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골프는 가만히 있는 공을 치는데도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야구보다 어렵다. 그런 집착에서 벗어날 수 없는 딸 하나 키우는 게 100명 가까운 선수와 스태프를 이끄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들더라.”

조창수(69)씨 가족은 손꼽히는 스포츠 가족이다. 그의 아내 조혜정씨는 몬트리올올림픽 배구 동메달리스트이자 ‘나는 작은새’란 애칭으로 사랑을 받았던 여자배구의 레전드다. 큰딸 윤희는 골프선수를 거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이사를 하고 있고, 둘째 딸 윤지는 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스타 골퍼다.

조창수씨도 화려한 경력을 지닌 야구인이다. 경북고등학교 시절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경험한 고교 야구 스타 출신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한일은행에서 실업야구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1번 타자 조창수, 3번 타자 강병철, 4번 타자 김응용이었다.

그가 광주일고 감독이 됐을 때 선동열이 입학했다. 1983년 해태가 프로야구에서 처음 우승할 때 작전코치였고, 199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감독 대행을 했다.

“저도 처음엔 골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고 생각했어요. 가만히 있는 공을 치는 건데 뭐가 어려울 게 있나. 그리고 설렁설렁 동반자와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고. 그런데 두 딸을 골퍼로 키우면서 180도 생각이 달라졌지요.”

야구 스타 출신 골프 대디는 왜 야구보다 골프가 어렵다고 하는 걸까? “야구에서 안타나 홈런 치기가 가만히 있는 골프공을 맞히는 것보다 어려운 건 맞지요. 하지만 야구는 10개 중에 3개만 안타를 만들면 잘한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내가 좀 못해도 다음 타자가 잘해주면 내가 못 친 것은 묻혀서 지나갈 수 있고요. 그런데 골프는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면서 완벽을 기해야 하니 외롭고 강박이 클 수밖에요.”

30%를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타자와 99%를 실패라고 보는 골퍼의 마인드 차이를 이렇게 대비시켰다. 그래서 타자보다는 투수가 골프와 가깝다고 했다. 99개의 공을 잘 던져도 하나의 실투로 패전의 멍에를 안을 수 있으니까. 왕년의 호타준족이었던 그의 핸디캡은 12다. 마음먹고 치면 더 잘 칠 수 있었을 것이다. “20년 전 초등학생 딸아이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제가 치는 골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됐어요. 딸이 잘 쳐야지 내가 잘 맞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아버지는 야구 스타, 어머니는 배구 스타였는데 딸들이 좀 더 대형 스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없었을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눈 안 팔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죠. 저도 야구 제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쳤으니까요. 오히려 저희 부부가 운동을 해서 운동하면서 겪는 아이들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현재 골프 학부형 중 연장자다. 골프 대디들 문화도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잘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남의 자식도 잘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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