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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8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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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져] 성인 5명 중 1명 낚시꾼

낚시는 어떻게 국민레저 1위가 됐나

글·사진 허만갑  월간 낚시춘추 편집장 

▲ 방어의 계절 겨울을 맞아 전남 완도군 여서도로 방어 사냥을 나간 낚시인들. 1m에 육박하는 대방어를 낚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근 낚시가 등산을 제치고 국민레저 1위가 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뒤 나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많이 들었다. 그중 첫 질문.
   
   “낚시 즐기는 사람들이 진짜 그렇게 많아요?”
   
   이 질문에 대해선 확실히 대답할 수 있다. “그럼요. 정부가 발표했잖아요. 우리나라 낚시인구가 760만명이라고.”
   
   “760만이면 전체인구의 15%이고 성인 5명 중 1명이 낚시꾼이라는 얘긴데, 내 주변엔 아무리 봐도 낚시꾼이 없는 걸요?”
   
   “통계를 낼 땐 1년에 한 번 이상 낚시를 간 사람은 모두 낚시인으로 봅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낚시인구가 많이 나오는 겁니다.”
   
   “말도 안 돼! 그렇다면 나도 낚시꾼이게요? 나도 작년 여름 가족이랑 속초 갔을 때 세 시간짜리 체험낚싯배 한 번 타봤어요. 그렇다고 내가 낚시꾼인 건 아니잖아요.”
   
   “아뇨, 통계상으로는 낚시인 맞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낚시인구를 산정하는 기준은 연 1회 이상 출조(出釣)입니다. 그런 기준에서 미국 낚시인구는 3800만, 일본 낚시인구는 1470만, 한국은 760만, 영국과 프랑스는 각 300만명으로 나와 있습니다. 낚시광들만 낚시인구가 아닙니다. 낚시를 해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한 번이라도 흔쾌히 응한 사람은 다 낚시인구로 보는 거지요.”
   
   
   낚시인구 세계 3위
   
   우리나라 낚시인구가 세계 3위라고 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더 놀라운 사실! 전체인구 대비 낚시인 밀도로 따지면 한국은 세계 1위다.(다만 이 순위에는 변수가 있는데, 중국의 낚시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낚시인구는 공식 통계가 없지만 중국낚시협회는 2015년에 낚시인구가 9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회사 야유회나 동문 친목회를 배낚시로 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낚시는 우리 국민과 친숙하다. 그동안 국민레저 1위가 등산이었지만 2위는 늘 낚시였다. 최근 낚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순위가 바뀌었을 뿐 낚시인구가 갑자기 폭증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은 어려웠다.
   
   “낚시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왜 낚시를 하나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낚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겠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적절한 답변자가 못 된다.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고, 급기야 낚시를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답을 해보자면 이렇다.
   
   우선 낚시는 ‘잡는 쾌감’이 있다. 인간에겐(특히 남성에겐) 수렵 본능이 잠재돼 있다. 그 점에서 낚시는 사냥과 종종 비교되는데, 사냥은 타깃을 추적해서 총으로 쏘아 잡는 능동적 양태라면, 낚시는 타깃을 기다려서 내 미끼로 유인하여 잡는 수동적 양태라는 것이 다르다. 물론 낚시인은 추적보다 기다림에 더 깊은 의미를 둔다.
   
   둘째 낚시는 ‘게임의 요소’가 있다. 낚시를 하려면 머리를 써야 한다. 추자도에 가서 감성돔 한 마리를 낚는 데는 북한산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뇌세포 활동이 필요하다. 더구나 남달리 큰 고기를 낚으려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계절에 맞는 어종의 선정, 물때에 맞는 낚시터 선택, 낚시터에 맞는 장비와 낚시채비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낚시의 고수가 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고, 실제로 도박이나 컴퓨터게임, 기타 잡기에 능한 사람이 낚시에도 쉽게 매료된다.
   
   셋째 낚시에는 ‘손맛’이 있다. 낚시에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낚싯줄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물고기가 힘 겨루기를 벌일 때다. 물고기는 공기보다 점도가 높은 물속에서 대단히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데, 그때 물 밖의 낚시인은 마치 물속으로 끌려들어갈 듯한 충격을 경험한다. 어류는 포유류와 달리 신경조직에 통점이 없기 때문에 바늘에 걸려도 아픈 줄을 모른다. 그래서 사력을 다해 도주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짜릿한 손맛을 선사한다.
   
   넷째 낚시의 가장 큰 매력은 ‘불확실성에 대한 베팅’이다. 좋은 결과가 예정된 상황이라도 허탕을 칠 수 있지만, 말도 안 되는 무모한 시도에 대박을 만날 수도 있다. ‘낚시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처럼 초보자가 베테랑보다 더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다. 낚시인들은 눈에 보이는 물고기를 창으로 찔러 잡는 것엔 흥미가 없다. 깊이 잠영하여 보이지 않는 물고기라야 낚고 싶은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낚시의 장점들이야 옛날부터 있던 거잖아요. 최근에 유독 낚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요?”
   
   사실은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싸한 이유는 이것뿐이다. ‘먹방’과 ‘체험’.
   
   요즘 인기 있는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트렌드가 나타나는데, ‘여행’과 ‘힐링’과 ‘먹방(요리)’이다. 낚시는 공교롭게도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취미다. 등산은 여행과 힐링의 요소는 있지만 취사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낚시는 물가에서 요리가 가능하고 배 위에서 싱싱한 바닷고기를 바로 회 떠서 먹는 낭만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물고기를 즐겨 먹었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생선 소비국가다.(아이슬란드, 일본, 포르투갈 다음) 특히 생선이 건강식으로 부각되면서 소비량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생선 가격은 뛰었다. 갈치는 서민 먹거리라 부를 수 없을 만큼 비싸졌고, 국내산 주꾸미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서울 바다낚시인들의 주 출조지인 충남도의 낚시어선은 1151척으로 최근 5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자연산 물고기를 직접 낚아서 먹겠다’는 수도권 낚시객이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와 맞물려 ‘체험배낚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체험배낚시란 경험과 장비가 전혀 없는 일반인도 배에 타면 물고기를 낚아서 맛볼 수 있도록 낚시장비를 대여해주고 선장과 승무원이 낚시방법을 코치해주고 낚은 물고기로 회파티까지 열어주는 상품이다. 낚시시간이 짧아서 비용이 저렴하고 내가 못 낚아도 남들이 낚은 물고기로 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 종편채널의 낚시 예능프로그램도 낚시체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낚시를 모르는 연예인도 물고기를 곧잘 낚아내잖아. 못 낚아도 아옹다옹 나름 재미있겠는데? 나도 한번 낚시를 해봐?’
   
   먹방을 보면 배가 고파지듯이 낚시방송을 보면 낚시가 하고 싶어진다. 낚시가 국민레저 1위로 등극한 데는 이 프로그램의 영향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낚시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낚시의 상승세는 결코 시대의 트렌드나 방송프로그램에 편승한 반짝 인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낚시강국이 될 수밖에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낚시터가 많다. 삼면의 바다에 3153개의 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국토면적에 비하면 대단히 많은 수치다. 민물낚시터도 풍족하다. 산악지형에다 강수량이 많아서 2000개가 넘는 하천이 방방곡곡을 흐르고 벼농사를 위해 만든 인공저수지가 1만8000개에 달한다.
   
   낚시터까지 거리도 가깝다. 미국에선 도시에서 바다까지 가려면 차로 3~4시간 달려야 하고 중국에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2시간이면 충분하다. 국토를 종단해도 차로 5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땅이 넓은 나라들(미국, 일본, 호주 등)은 거주지역에서 낚시를 즐기는 로컬피싱 위주지만 한국은 전국구 출조를 하는 게 특징이다.
   
   기후조건도 최적이다. 낚시가 레저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사계절이 뚜렷하여야 한다.(낚시인구 상위 국가들은 모두 온대지방에 있다.) 봄·여름에 낚이는 물고기와 가을·겨울에 낚이는 물고기가 달라져야 낚시어종이 다양해지고 각각의 시즌에 낚시인들이 열성적으로 낚시를 하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추운 나라는 낚시일수가 짧고, 일 년 내내 따뜻한 나라는 아무 때나 가도 똑같은 어종이 낚이므로 낚시에 열의가 없다.
   
   그뿐인가. 우리나라는 어자원도 풍부하다. 동해와 서해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이라 물고기가 많다. 또한 정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각종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이 기를 쓰고 한국 영해를 침범하는 이유는 한국에 물고기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며, 일본이 독도를 자꾸 걸고 넘어지는 이유는 동해와 대한해협을 포함한 일본의 북쪽 바다에 주 어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남쪽 바다는 한류가 없어서 어장이 빈약하다.(용존산소량은 수온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어류의 먹이가 되는 식물 플랑크톤은 산소가 풍부한 한류에 많다.)
   
   
▲ 강원도 고성 공현진 앞바다에서 가자미 체험배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

   인공저수지만 1만8000개
   
   사정이 이러니 낚시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애국심(?)마저 고양된다. 이민을 가면 다들 향수병에 걸린다고 하는데 낚시인들은 특히 심하다. 10년 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내 친구는 가자마자 “집 앞에서 팔뚝만 한 장어가 낚인다”며 자랑하더니 한 달도 안 돼 “참돔 한 마리 낚으려면 차로 왕복 여덟 시간을 달려야 한다. 갯바위에 대는 낚싯배도 없어서 갯바위까지 산길을 두 시간이나 걸어서 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 친구는 지금은 낚시를 끊었다.
   
   “한국에 살 때는 몰랐는데 여기 와보니 한국이 얼마나 낚시하기 좋은 나라인지 알겠더라. 한국에 살면서 낚시를 하지 않는 것은, 영국에 살면서 축구에 관심이 없거나 이탈리아에 살면서 오페라를 보지 않는 것과 같다.” 뉴질랜드로 간 친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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