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우승하며 극적으로 부활한 타이거 우즈. ⓒphoto 뉴시스
5년 만에 우승하며 극적으로 부활한 타이거 우즈. ⓒphoto 뉴시스

‘기승전 타이거 우즈’.

무슨 이야기를 해도 골프는 타이거 우즈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0승을 거둔 이 시대의 골프 아이콘인 우즈는 지난 시즌(2017~2018) PGA투어 마지막 대회에서 5년 만에 우승하며 극적으로 부활한 ‘돌아온 탕아’이기도 하다. 그의 플레이가 티박스→페어웨이→그린으로만 다니는 ‘또바기 골프’였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솔깃했을까.

티샷이 잘 안 맞는 주말 골퍼에게 “타이거 우즈도 드라이버는 잘 안 되잖아요” 하면 가장 큰 위로를 받는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실수한 주말 골퍼에게 “쇼트게임은 정말 어려워. 타이거 우즈도 뒤땅 치거나 홈런(너무 길게 치는 것) 치는 것 봤잖아”라고 하면 금세 표정이 밝아진다. 골퍼들 중 가장 긴 683주간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던 우즈는 한때 1000등 바깥에서 측정 불가 상태로 지낸 적도 있다.

2019년을 맞아 미국의 주요 골프 매체들이 모두 타이거 우즈 특집을 내놓는다. 지난해 12월 30일은 그의 43번째 생일이었다. 마지막 도전이 우즈를 기다린다. 그는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가장 세우고 싶어한다. 현재 기록은 잭 니클라우스가 세운 18승.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14승을 올린 뒤 10년간 제자리에 머물렀다. 올해 메이저 1승을 추가한다면 그 도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올해 4개 메이저 중 3곳이 우즈가 우승을 했던 유리한 코스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변수다. 마스터스는 그가 4차례나 그린재킷을 입었던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늘 열린다. US오픈이 열리는 페블비치는 2000년 US오픈에서 15타 차로 우승을 거뒀던 곳이다. PGA챔피언십이 열리는 베스페이지 블랙에서는 2002년 US오픈에서 승리했다. 디오픈은 로열 포트러시에서 열린다.

우즈의 플레이 가운데 가장 고민스러운 대목은 드라이버 샷의 부정확성이다. 지난해 PGA챔피언십이나 디오픈에서도 부정확한 티샷 때문에 우승 기회를 날렸다. 지난 시즌 아이언 샷 지표는 1위였는데 드라이버 샷은 100위였다.

2000년 당시 우즈의 스윙코치였던 부치 하먼은 “우즈가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면 우즈를 꺾을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우즈의 최대 약점이 드라이버 샷에 있다는 지적이었다. 우즈는 “내 이름이 우즈가 아니고 페어웨이였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할 정도로 드라이버 샷 실수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

우즈는 강력한 플레이로 필드를 지배하려는 ‘마초 골프’를 한다. 젊은 시절 턱없는 티샷 실수도 신기에 가까운 위기관리 능력으로 해결해왔다. 그래서 더 많은 팬들이 열광했다. 멀리 치려는 욕망은 순간적으로 우즈의 정교한 스윙 메커니즘을 망가뜨린다. 드라이버의 부정확성은 스윙 스피드를 조금만 늦추면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드라이버로 320야드 이상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우즈의 고집도 설득력이 있다. 골프 사상 가장 뛰어난 골퍼가 ‘비거리와 정확성’이라는 서로 충돌하는 목표를 놓고 마지막 기로에 서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올해도 우즈가 있어 골프가 더 흥미진진할 것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