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한국프로골프(KLPGA)투어 시상식에서 임성재 프로와 함께한 최현 코치(왼쪽).
2018한국프로골프(KLPGA)투어 시상식에서 임성재 프로와 함께한 최현 코치(왼쪽).

좋은 스윙을 지닌 골퍼를 보면 누구에게 배웠을까 궁금해진다. 듬직한 체구에 좀처럼 실수가 나올 것 같지 않은 안정된 스윙, 까다로운 그린에서도 솜씨 있는 어프로치와 퍼팅 능력….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한 임성재(21)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처럼 꾸준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막을 내린 발스파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한 것을 포함해 올 시즌 16개 대회에서 톱10에 4차례 들었다. 상금랭킹 20위(163만달러)로 사실상 다음 시즌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최현(43) 프로는 임성재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스윙코치로서 인연을 맺고 있다. 최 프로는 2002년부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9년 정도 뛰었지만 일반 팬들에게 낯익은 이름은 아니다. 우승을 한 적이 없고 7살 때 부모님을 따라 호주 이민을 갔다 귀국했다. 그는 호주에서 학업을 하는 틈틈이 골프를 해 18세에 최연소 호주 투어 카드를 땄다. 그 소식이 신문과 방송에도 났다.

그는 젊은 시절 골프에 올인하지 않았던 걸 지금도 아쉬워했다. 시드니대학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던 시절 미국 조지아 공대에 골프 장학생으로 갈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접었다. “정말 하고 싶고 기회가 있을 때는 주변에서 무모하다고 하더라도 도전해야 해요. 지금도 그때 미국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죠.” 그는 2011년부터 9년째 프로와 아마추어를 동시에 가르치고 있다.

그에게 임성재는 어린 시절 자신이 가지 않았던 길을 대신 걷는 존재이기도 하다. 임성재의 스윙을 분석해달라고 했다. “임성재는 얼라인먼트의 정확성이 월등합니다. 잘 보시면 클럽 헤드를 먼저 원하는 방향에 맞추고, 그 다음 발, 무릎, 어깨, 팔, 머리까지 순서대로 맞춥니다. 뒤에서 보면 공이 똑바로 가지 않을 수 없어요. 잘 준비된 자세로 큰 가슴근육을 사용해 백스윙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깨 턴이 끝나는 시점과 팔이 멈추는 시간이 일치합니다. 그래서 백스윙이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올라간 근육을 그대로 내리면서 공을 치면 똑바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매 샷 똑같이 치려고 노력합니다.”

임성재는 순간적으로 손목을 써서 공의 방향과 회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그 장점도 반복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활용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말 골퍼들도 목표를 향해 뼈를 맞춘다는 생각으로 어드레스를 하는 게 공을 잘 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고 했다.

그에게 ‘10타 줄이는 비법’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대단한 팁을 드리는 것보다 스윙 스피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스피드 스틱과 퍼팅 연습 하시라고 퍼팅 매트를 사드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하루 빈 스윙 연습 10분, 퍼팅 연습 10분만 꾸준히 해도 스코어가 몰라보게 좋아지는데, 비법만 찾는다는 이야기였다.

“골프 잘 치는 사람은 계산이 빨라요. 티박스에 서는 순간부터 버디를 노리는 공격을 할 건지, 파를 지키는 수비를 할 건지 분명하게 선택하고 그에 맞춰 클럽을 선택하고 다음 샷을 하기 좋은 곳으로 공을 몰고 다니죠.”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