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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영국인들이 손흥민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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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5호]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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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영국인들이 손흥민에 빠진 이유

악동 루니도, 기술자 베컴도 아닌 또다른 스타가 나타났다

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영국인 재발견’ 저자 johankwon@gmail.com 2019-04-30

▲ 지난 4월 3일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토트넘 팬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손흥민. photo 뉴시스
영국의 최근 통계 하나로 시작해 보자. ‘영국인은 6685만명인데 그중 축구 팬이 6684만9998명이다.’ 여기서 축구 팬이 아닌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아들인 찰스 왕세자다. 농담 같기도, 진담 같기도 한 이 통계는 역으로 보면 영국인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축구 팬이라는 뜻이다. 사실 영국인의 삶에서 축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축구로 인생을 시작하고 축구로 인생을 끝낸다고 할 정도다. 그런 영국 축구 팬들 사이의 최근 대화 중 핫 이슈는 역시 ‘우리 손흥민’ 선수이다. 손흥민에 대한 대화 내용도 칭찬과 호감 일색이다. 필자가 한국인이라서 손흥민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한 축구 하는 영국 팬’ 사이에서도 축구 얘기가 나오면 반드시 최소한 한 번은 손흥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또 영국 언론의 스포츠 관련 기사에서도 손흥민보다 더 화제인 선수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손흥민이 갑자기 화제가 된 이유는 어찌 보면 좀 아이러니하다. 원래 언론 생리로 보면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는 법이다. 영국 언론 표현에 의하면 기대하지 않았던 손흥민이 ‘의외로(unexpectedly)’ 주전 중에 주전인 해리 케인의 부상으로 초상집이 된 토트넘을 너무 잘 지켜주어서 화제가 된 셈이다. 물론 손흥민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실력이나 팀 내 비중에 비해 영국 언론과 축구팬들이 그동안 좀 야박하게 관심을 둔 건 사실이다.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그동안 못 보낸 성원에 미안함까지 얹어 한꺼번에 손흥민을 조명하는 듯하다. 그동안 손흥민은 활약상에 비해 영국 언론에서 기사와 인터뷰가 왠지 적었다. 영어로 대화가 원활하지 못했던 ‘맨유’ 박지성 선수에 비해 손흥민은 거의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데도 말이다.
   
   프로 축구선수의 팀 내 중요도는 무엇보다 연봉에서 나타난다. 토트넘 내 연봉 순은 케인(1040만파운드)에 이어 손흥민이 두 번째(728만파운드)이다. 그 다음이 델리 알리(520만파운드)인 걸 보면 누가 뭐래도 손흥민의 토트넘 내에서의 입지는 약하지 않다. 실제 케인이 부상으로 올 시즌 출장이 불가능해지자 토트넘의 경기를 알리는 TV 방송 일정에는 손흥민 단독 사진이 항상 등장한다. 이렇게 보면 손흥민의 앞날은 비단길이다. 앞으로 얼마나 노력해서 그 비단길을 곱게 가는지는 온전히 손흥민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흥민의 인기는 이번 시즌만 특히 잘해서 이룬 것이 아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짧은 TV인터뷰에서 언제나 “팀원 모두 노력한 결과”라고 한결같이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다. 이런 태도가 팀워크를 위한 겸손, 희생, 인내를 인성(人性)의 최고 미덕으로 치는 영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높이는 데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손흥민과의 본격 인터뷰가 영국 신문에 나온 건 손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얼마 전 ‘가디언’의 데이비드 하이트너 기자가 드디어 손흥민을 제대로 다뤘다. 이 3월 19일자 인터뷰 기사를 보면 손흥민에 대한 꽤 많은 것이 새로 드러난다. 영국 축구 팬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축구 전문 기자들의 수준은 전문가를 능가하는데, 이런 수준 높은 인터뷰와 거기에 달린 팬들의 댓글을 통해 왜 손흥민이 토트넘을 넘어 영국 전역에서 빛을 발하는지 한번 보자. ‘손샤인(Sonshine)’이 빛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디언지 인터뷰로 본 ‘손샤인’
   
   우선 인터뷰 기사 제목이 독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가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결혼하면 안 된다고 해서 나도 거기에 동의했다(My father says I shouldn’t marry until I retire and I agree)’. 27살의 성인이 결혼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제목을 다는 가디언 편집자에게는 상당히 이색적이었던 모양이다. 팬들도 댓글에 ‘말이 안 된다’부터 시작해서 ‘동양에서는 아버지의 말이 곧 법이다’는 등 논란을 벌였다.
   
   인터뷰 기사의 톤으로 보면 손흥민은 하이트너 기자를 완전히 감동시켜 자신 편으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손흥민은 흡사 홍보 전문가로부터 훈련을 받은 듯 ‘옳은 말’만 했다. 물론 닳고 닳은 기자의 눈에 입 발린 소리가 발각되지 않을 리 만무하지만 어찌되었건 인터뷰 기사만 보면 손흥민은 기자는 물론 독자들, 팬들까지 완벽하게 매혹시켰다. “나는 최고 수준의 경기를 해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내가 웸블리 토트넘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는 동안 수많은 태극기를 볼 수 있어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서 최고의 경기로 그 빚을 갚아야 합니다. 내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한국의 대사라고 느끼지 않느냐고요? 물론이지요.”
   
   손흥민의 얘기는 아주 구체적이다.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내가 3시에 경기를 하면 한국은 한밤중입니다. 내가 챔피언스리그를 저녁 8시에 뛰면 한국은 새벽 5시입니다. 그걸 TV로 보려고 한국 팬들은 밤을 새워야 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진 이런 빚을 갚아야 합니다. 내 책임이 엄청 무거운 걸 나는 압니다.”
   
   자신이 빛을 발하기까지 아버지가 갈고닦은 과정도 빼놓을 수 없는 레퍼토리다. 아버지 손웅정(57)씨도 1987년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축구선수 출신이다. “내가 10~12살 때 아버지는 형과 내게 4시간 동안 키피어피(볼 리프팅)를 하라고 시켰어요. 3시간이 지나자 바닥이 붉은 핏빛으로 보였어요. 눈이 충혈되어 바닥이 피 색깔로 보였죠. 너무 지쳤는데 그래도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아버지 말은 바로 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축구선수로서 당신이 겪어야 했던 고난을 우리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식들을 아주 엄격하게 (훈련)시켰어요. 지금도 우리 모두 모이면 그때 얘기를 하면서 같이 웃는답니다. 4시간 동안 공을 안 떨어뜨리고 계속 올릴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이 대목에서 기자의 시비가 없을 수 없다. “아니 10살짜리가 공을 어떻게 4시간 동안 한 번도 안 떨어뜨릴 수 있나요? 불가능하지요.” 하지만 손흥민은 단호했다. “아니요. 단 한 번도 안 떨어뜨렸어요.” 손흥민의 단호함 때문인지 가디언 기자는 바로 긍정적인 해설로 돌아섰다. “바로 이 말은 몇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첫째는 손흥민의 자질이다. 그는 겨우 걸을 때부터 공을 찼다. 최고의 선수로 자라기 위해서는 바로 아버지의 요구를 따를 준비를 항상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대단한 집중력과 집념(extraordinary levels of focus and dedication)의 결과이다.” 물론 영국 팬들은 이 대목에서도 ‘전근대식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연쇄살인자를 만든다’ ‘손흥민 아버지는 인간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 손흥민이 2019 AFC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4월 1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에 아버지와 함께 입국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약속시간 10분 전… 이런 선수가 없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한발 더 나아간다. “아버지는 항상 내가 뭐가 필요한지만 생각했지요. 아버지는 모든 걸 나를 위해서 했어요. 만일 아버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손흥민은 아버지를 진짜 존경하는 듯했다. “내가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 중 제일 중요한 말은 바로 ‘뛰어난 축구선수라고 해도 다른 선수들을 존경하지 않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다’였어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내가 공을 넣을 찬스에 있더라도 상대팀 선수가 넘어져 부상을 당해 있으면 볼을 버리더라도 달려가서 돌봐야 한다고 했어요.”
   
   손흥민은 아버지의 조언을 훌륭한 철학으로까지 승화시킨 듯하다. “어떤 경우에는 상당히 어렵긴 하지만 우리는 축구선수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기에 반드시 그걸(존경) 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존경해야 합니다. 경기장 안이건 밖이건 무슨 차이가 있나요?”
   
   하이트너 기자도 감복했는지 “손흥민 정도의 능력에다가 겸손까지 겸비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물다”는 언급까지 한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이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는 기사 내용을 보고 “손흥민 정도의 세계적인 선수가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놀라워한다.
   
   기자는 드디어 칭찬 일색 모드로 넘어간다. “손흥민은 전형적인 축구선수들과는 다른 선수이다. 그는 부모와 함스테드의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산다. 지난 목요일은 훈련이 없는 날인데 손흥민은 근처 장애자 특수학교 여학생 축구팀과의 만남을 취소하지 않고 약속을 지켰다.” 이 대목에서 다시 손흥민이 말한다. “사람들은 내가 왜 부모님과 같이 사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한답니다. 동서양의 생각이 다르지요. 누가 나를 보살펴줍니까? 누가 내가 축구를 잘할 수 있게 도와줍니까? 바로 내 부모님들이지요. 부모님은 자신들의 삶을 포기하고 나를 돕기 위해 여기에 와 있어요. 난 그분들에게 진 빚을 돌려드려야 합니다.” 손흥민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나는 프로 축구선수는 그냥 재주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나의 우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으로 뜁니다. 많은 생각 없는 선수들이 자신들의 재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는데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터뷰 기사를 읽고 독자들이 단 댓글을 보면 손흥민에 대한 가장 확실한 여론을 엿볼 수 있다.
   
   ‘손흥민은 세계 수준의 선수이면서도 감독 눈에 들어 출전 선수로 선발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안달을 하는 듯하다. 골을 넣으면 생애 첫 골을 넣은 선수처럼 좋아한다. 정말 멋진 친구다.’
   
   ‘내 10살 아들이 손흥민을 제일 좋아하는 선수로 정한 걸 나는 정말 좋아한다. 아들은 등번호 7번 유니폼을 입고 밖에서 논다. 노스플로리다에 사는 10살짜리가 영국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좋아한다는 일이 놀랍지 않은가? 최고의 선수를 선택한 셈이다. COYS!(Com on You Spurs: 토트넘팀 파이팅!)’
   
   ‘나는 아스널 팬(Gooner)이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는 최고의 선수다. 그리고 아주 훌륭한 인격을 가진 선수이기도 하다. 많은 존경을 보낸다.’
   
   
   “부모에게 진 빚을 돌려드려야”
   
   토트넘과 아스널은 런던 북부에 이웃하고 있는 팀이지만 항상 3~4위를 다퉈온 숙적이다. 두 팀이 시합하는 날은 팬은 물론 선수들마저 긴장한다. 그런데 아스널 팬마저도 손흥민을 존경한다는 것은 진짜 놀라운 얘기다.
   
   손흥민이 두 골을 몰아넣어 영국을 광풍으로 몰아넣은 지난 3월 18일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가 시작되기 전 필자도 상대팀 맨시티 팬에게 “손흥민이 어떤 선수인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최고의 선수이다. 정말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답했다. 다시 “굳이 흠을 찾는다면?”이라고 묻자 조금 생각하더니만 “글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데 굳이 하나를 든다면 맨시티 선수가 아니고 토트넘 선수라는 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시 댓글들을 보자. ‘나는 이 친구를 사랑한다. 경기도 바르게 하고 이기려는 의욕도 있고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본보기이다.’ 영국에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축구선수라는 칭찬은 엄청난 것이다.
   
   영국 팬들은 ‘항상 웃고, 울기도 하고, 너무나 인간적인 손흥민의 매력’을 좋아한다고들 하는데 이런 댓글도 있다. ‘처음 (영국에) 와서 어려운 시기에 독일로 안 돌아가고 남아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그를 못 미덥게 보던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잘못되었음을 그는 증명했다.’
   
   ‘맨체스터시티 팬인 내가 진심으로 고백하는데 손흥민을 너무 좋아한다. 그가 축구를 잘하는지 못하는지와 상관없이 그가 정말 좋은 인간이고 진심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가 진짜 자기 팀을 위해서 뛴다는 걸 나는 느낀다. 진짜 토트넘에 있기를 원하고 돈 때문에 이적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친구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친구를 보기는 정말 힘들다. 당신들 토트넘 신사숙녀들은 진짜 보석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맞아, 우리 모두가 좋아할 그런 선수가 맞아! 확실하고 분명한 우리들의 영웅! 이런 친구를 우리 리버풀에도 갖고 싶다.’
   
   ‘나는 리버풀 팬인데 프리미어리그의 선수 모두들 혐오한다. 그러나 손흥민과 버나르도 실바는 예외이다. 둘은 멋진 남자이고 훌륭한 선수이다.’
   
   맨시티 팬들은 자신들의 클럽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못 나가게 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선수가 손흥민인데도 그를 사랑한다.
   
   날카로운 영국 팬들은 기술적인 면에서도 손흥민을 분석하고 변호한다.
   
   ‘그는 항상 웃고 별로 쓸모없는 줄 알면서도 상대방 골문 앞에까지 가서 골키퍼를 괴롭힌다. 이유는 골키퍼가 결국 위협을 느껴 공을 멀리 찰 수밖에 없게 만들려는 뜻이다. 토트넘 선수들이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 수비 대형을 갖추기 전에 상대방 선수가 토트넘 진영으로 몰려올 수 없게 만들기 위함이다. 결국 골키퍼가 길게 찬 공만 토트넘으로 넘어오게 만드는 좋은 효과를 내게 한다.’
   
   물론 비난도 없을 수 없다. 몇 번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경고를 받은 점이 특히 단골 비난이다. ‘왜 축구 전문가 아버지가 그건 제대로 못 가르쳤냐’란 비난도 나온다. 여기에 대해서도 손흥민을 보호하려는 댓글은 보다 더 전문적이다.
   
   ‘그는 그런 속임수를 쓰는 종류의 선수가 아니다. 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상대팀 수비선수들로부터 태클을 많이 받는데 빨리 뛰는 중에 발목에 조그만 충격이 와도 큰 상처를 받기에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심판이 그걸 오해하고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경고를 준다는 뜻이다. 사실 심판이 경고를 준 경기를 나중에 BBC의 유명 축구 프로그램 오늘의 경기(Match of the day) 사회자 게리 리네커도 ‘어! 저건 다이빙이 아닌데’라고 했었다. 할리우드 액션을 영국에서는 다이빙(diving)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실제 손흥민은 경기 중 잘 다치지 않는다.
   
   
▲ 지난 3월 19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손흥민 인터뷰 기사. photo 가디언 홈페이지

   ‘BTS와 비슷한 근로 윤리’
   
   영국 팬들 사이에서 이런 공방도 벌어진다. 어떤 아스널 팬이 ‘이 친구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항상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경기하는 걸 보고 어찌 안 좋아하는가 말이다’고 하자 첼시 팬이 ‘우리 패드로 레데스마는 더 큰 웃음을 지으면서도 골을 더 많이 넣는다. 너무 오버하지 말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첼시의 숙적인 풀럼 팬으로 보이는 사람이 망신을 준다. ‘패드로는 첼시를 위한 169경기에 나와서 37골을 넣었고 손흥민은 토트넘을 위해 175번 경기해서 63골을 넣었는데 뭔 소리냐! 근처에도 안 가는데! 수치상으로 보면 손흥민은 패드로보다 37%는 더 미소를 짓는다. 어디서 감히 딴지를 걸려고 하나!’
   
   영국 팬들의 손흥민 사랑은 사실 축구 기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어찌 보면 그의 사람 됨됨이가 핵심일지 모른다.
   
   ‘한국의 인기 절정 그룹 BTS(방탄소년단)를 보면 (손흥민과) 비슷한 근로 윤리(work ethic) 사례를 볼 수 있다. 팬에 대한 헌신, 품위 유지에 대한 노력, 가족에 대한 헌신, 자신들의 예술을 통해 세인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려는 노력 같은 것 말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손흥민은 정말 대단한 친구이다. 손흥민으로 인해 한국 문화에 대한 흥미마저 생겼다.’
   
   ‘직업인으로서의 모범이다. 그의 태도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고 동시에 적극성도 인정해야 한다. 이기적이고 탐욕적이고 자기도취만 하는 시대에 정말 신선한 모범이다. 물론 거기에다가 정말 훌륭한 선수이기까지 하고.’
   
   손흥민에 대한 칭찬은 급기야 한국 사랑으로 이어진다.
   
   ‘한국인들은 분명 놀라운 사람들이 분명하다. 1960년대에는 사하라 국가 국민만큼 가난했는데 이제는 우리들 반이 삼성 휴대전화에 이런 문자를 쓰고 있지 않은가!’
   
   ‘나는 한국인을 사랑한다. 나는 그동안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한국인 몇 명을 사귀게 되는 행운을 가졌다. 나는 솔직히 말해 그들 중 누구로부터도 나쁜 점을 발견할 수 없다.’
   
   손흥민은 어찌 보면 영국에서 새로운 축구 역사를 쓰는 새로운 유형의 선수일지 모른다. 악동(惡童) 이미지로 대표되던 웨인 루니, 전혀 지적이지 않으나 축구 기술 하나만으로 축구를 하는 데이비드 베컴과는 분명 다르다. 음주운전도 안 하고, 클럽에서 싸움도 안 하고, 성적인 스캔들도 없다. 지적이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자선활동도 열심히 하는 노력형 선수. ‘손샤인’이 영국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다.


   

   5월 손흥민 출격 챔스 4강
   메시 vs 살라 vs 손흥민 vs 데용, 올해의 주인공은?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18~2019 챔피언스리그(챔스) 4강에서는 토트넘과 아약스,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이 맞붙는다. 한국시각으로 5월 1일과 9일 새벽 4시에 토트넘과 아약스가, 5월 2일과 8일 새벽 4시에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경기가 각각 열린다. 챔스 4강전까지는 홈-어웨이 방식으로 2차전을 벌여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승패를 가른다. 원정 다득점 원칙이란 1차전에서 1:1, 2차전에서 0:0으로 끝나 합산 스코어가 1:1로 동점이더라도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은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UEFA(유럽축구연맹)이 주관하는 클럽 대항전 중 가장 큰 리그인 챔스는 유럽 선수들에게는 출전 자체가 목표일 정도로 꿈의 무대다.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전 시즌 4위 이내의 성적을 거둔 팀이 32강 조별 리그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반면 폴란드나 덴마크 등 상대적으로 축구 변방 국가의 리그에서는 한 팀에만 챔스 진출권이 주어진다. 본선에 진출한 32팀은 8개 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치르고, 16강과 8강전 대진표는 생중계로 진행되는 추첨에 의해 정해진다.
   
   이번 챔스 4강에 오른 팀 중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은 바르셀로나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2위 팀과 승점을 10점 이상 벌리며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챔스에서 10골을 터뜨리며 챔스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메시의 존재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맞붙는 리버풀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챔스 결승전까지 진출했던 리버풀은 이번 시즌 역시 ‘리버풀의 파라오’ 살라를 앞세워 우승을 노리고 있다. 아약스의 질주도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16강과 8강에서 전통의 우승 후보 레알마드리드와 유벤투스를 꺾고 올라온 아약스는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2살의 신성 프랭키 데용이 팀을 이끌고 있다. 이들과 맞붙는 토트넘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팀에서 가장 결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이 경고누적으로 1차전 출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도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 상태다. 이번 시즌 챔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이 2차전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사상 첫 챔스 결승 진출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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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해 정장열 편집장

격화되는 대선전에 오미크론 사태까지 더해져 연말이 어수선합니다. 한 해를 정리할 때면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지만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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