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생길 때마다 1승씩을 올린 이태희 프로와 아내 권보민씨. ⓒphoto 이태희
가족이 생길 때마다 1승씩을 올린 이태희 프로와 아내 권보민씨. ⓒphoto 이태희

1 더하기 1은? 가장 단순할 수도 있는 이 산수 문제는 인생과 스포츠로 변주되면 무한 가지의 답을 만들어낸다. 산술적으로는 둘이 되지만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고 긍정의 무한값을 갖는 경우도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14년 차인 이태희(35)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막을 내린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올라 상금 3억원을 받았다. 투어 3승째였다. 그는 2015년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첫 승을 거뒀고 2018년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2승째를 올렸다.

팔팔하던 20대에는 승리를 거두지 못하다 경력이 쌓이면서 승승장구하는 대기만성(大器晩成) 골퍼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애를 써도 안 되던 우승은 그가 인생의 ‘+1’을 할 때마다 이루어졌다. 그는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시작한 2015년 데뷔 10년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이듬해 12월 결혼해 지난해 첫애를 얻으면서 다시 1승을 추가했다. 그리고 둘째가 나올 예정인 올해 또 1승을 추가했다.

아내 권보민(31)씨는 대학에서 골프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스포티즌에서 이정민 프로 등을 담당했다. 일도 매끄럽게 잘하고 성격도 밝고 긍정적이어서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기 쉬운 골퍼들에게 환영받았다. 그가 이태희 프로와 맺어진 데는 스포티즌의 매니지먼트를 받던 골퍼 김대섭과 박준원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권보민씨는 프로골퍼의 마음을 알고 싶어 프로 테스트에도 도전하고 3부 투어에서 뛰어본 경험도 있다.

그에게 “이제 마나님이 돼서 뒤치다꺼리는 안 해도 되겠네요” 했더니 “무슨 말씀이세요. 평생 퇴근도 없이 일하고 있는데요”라며 깔깔댄다. 이태희는 우승이 없을 때도 늘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골퍼였다. 또래들보다 늦은 중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고 친구들이 차선책을 찾아 다른 길로 갈 때도 “나는 골프가 좋다”며 우직하게 버텼다. 이런 이태희에게 ‘+1’은 어떤 변화를 준 것일까?

권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와 남편은 성격이 달라요. 남편은 제게 부족한 끈기가 있어요. 끝까지 물고 늘어져요. 저는 비우고 잊고 지나가는 걸 잘하는 것 같아요. 아쉽게 대회가 끝나도 저는 ‘이번 대회만 대회인감, 다음 대회도 있는데’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요.”

서로 다른 부부의 ‘케미’가 부족했던 2%를 채워준 것 같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할 때마다 아이가 생겼다. 첫아이는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치고 상심하던 남편을 위로하던 중 생겼는데 100일이 되던 때 결국 우승했다. 둘째도 비슷하다고 한다. 국내에선 별 인기 없는 남자 프로골퍼에 머리까지 물들인 남편을 처음 집에 소개했을 때 반응이 궁금했다.

“어머니는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이 좋지 않니’라고 하셨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오히려 ‘인상이 성실하고 어느 분야든 정상에 올랐다는 건 남다른 노력을 한 사람’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알고 보니 아버지 지인 중 한 분이 프로암에서 이태희 프로를 만나보고는 “아주 괜찮은 친구”라는 평을 했다고 한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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