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클래식 2019’ FR 우승 후 활짝 웃고 있는 박채윤 선수. ⓒphoto KLPGA
‘한화 클래식 2019’ FR 우승 후 활짝 웃고 있는 박채윤 선수. ⓒphoto KLPGA

“이 순간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살아요. 보기를 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감사하자’고 되뇌죠. 전 절에서 듣는 목탁 소리가 참 좋아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반야심경과 천수경 같은 불경을 찾아서 듣기도 해요.”

스물다섯 살 골퍼의 이야기를 들으며 골프란 어떤 스포츠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은 현실세계의 모든 것은 무상(無常)한데, 사람은 상(常)을 바라기 때문에 모순과 괴로움이 일어난다고 가르친다. 직경 108㎜ 홀에 공을 집어넣어야 끝나는 골프만큼 백팔번뇌를 일으키는 스포츠도 달리 없을 것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데뷔 5년째인 박채윤(25)이 ‘대세’ 최혜진(20)을 제치고 대상 부문 1위를 달리는 등 주요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박채윤은 지난 9월 2일 메이저대회인 한화클래식(우승상금 3억5000만원) 마지막 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0위인 넬리 코르다(미국)에 6타 차를 뒤집는 역전승을 거두었다. 지난해 7월에는 104번째로 출전한 맥콜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걸음걸이가 거북 같다고 선배들이 ‘거북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는데 데뷔 5년 만에 토끼들을 제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는 올 시즌 20개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을 포함 모두 12차례의 10위 이내(톱10) 성적을 거두었다. 가장 꾸준한 선수다.

비결은 ‘척추각 유지’와 ‘실제 같은 연습 스윙’이라고 한다. 그의 말이다.

“저도 샷의 기복이 아주 심했어요. 열아홉 살 때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했고, 지난해 초반만 해도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어드레스 때의 척추각을 임팩트 때도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면서 정확성이 높아졌어요.”

그럼 어떻게 척추각을 유지할까. “어드레스 때 잡아놓은 척추각의 위치를 백스윙 때는 오른쪽 엉덩이가 그 위치에 오도록 하고, 다운스윙 때까지도 위치를 유지해요. 그리고 임팩트 때는 왼쪽 엉덩이가 그 위치에 가도록 피니시를 해요. 이렇게 하면 체중이동도 자연스럽게 잘돼요.”

척추각을 유지하는 좋은 연습 방법으로 골프공 한 개를 오른발 바깥쪽으로 밟고 스윙을 해보라고 추천했다. 몸이 좌우로 왔다 갔다하는 골퍼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긴장하면 임팩트 때 오른쪽 골반이 튀어나오면서 척추각이 일어난다고 했다. 상체가 일어나면서 밀어 치는 푸시샷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또 빈 스윙을 할 때는 깊게 신경을 쓰면서 샷의 느낌을 갖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빈 스윙의 감을 실제 스윙에 그대로 실행한다”는 것이다. 한편 주말골퍼들은 대개 다운스윙을 시작할 때 머리가 먼저 움직이면서 샷이 부정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저도 비슷한 경우인데요. 백스윙에서 다운스윙 시작하는 시점에 머리를 좀 더 유지시키고 돌아준다는 생각으로 해요. 약간 머리가 뒤에 남아서 임팩트를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박채윤은 어릴 적 친오빠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부모는 그를 뒷바라지하며 깊은 슬픔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박채윤은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필드에 선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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