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로리 매킬로이. ⓒphoto AP·뉴시스
지난 1월 10일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로리 매킬로이. ⓒphoto AP·뉴시스

북아일랜드 홀리우드란 작은 마을에 자신의 방을 타이거 우즈(45·미국) 사진으로 도배해놓고 살던 열 살 소년이 우즈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내용이 무시무시했다. “내가 당신을 잡으러 간다. 이것은 시작이다. 계속 지켜보라.”

지난 1월 10일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브룩스 켑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어렸을 적 이야기이다. 매킬로이는 어린 시절부터 키(178㎝)에 비해 어마어마한 장타를 날렸다. 지금은 마음먹고 치면 330야드를 훌쩍 넘긴다. 거리와 정확성 등 볼 스트라이킹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운동 중독’이란 비판을 들을 정도로 피지컬 트레이닝에도 열심이다. 골프에 이런 ‘몸 만들기’ 열풍을 일으킨 것도 우즈였다.

매킬로이가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2015년 9월 21일 제이슨 데이(호주)에게 1위를 내준 이후 4년4개월여 만이다. 이번이 8번째다. 지금까지 1위에 있던 기간은 96주로 타이거 우즈(683주), 그렉 노먼(331주), 닉 팔도(97주)에 이어 4번째다.

매킬로이는 우즈와 닮았다. 골프 신동으로 생후 21개월에 처음 플라스틱 골프채를 잡아봤고 두 살 때 드라이브샷이 40야드를 기록했다. 지역 방송에 나가 칩샷으로 골프공을 세탁기에 집어넣는 묘기를 선보인 것은 네 살 때였다.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의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첫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프로골프(PGA)투어로부터 지난 10년간(2010~2019)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로 선정됐다.

이 기간 메이저 4승을 포함해 PGA투어에서 18승을 올렸다. 특히 메이저대회인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에서 8타 차의 우승을 차지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우즈처럼 PGA투어 플레이오프 시리즈인 페덱스컵 챔피언에도 두 차례 올랐다. 하지만 우즈에겐 있는데 매킬로이에게 없는 것이 있다. 주변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다. 경기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클러치샷 능력, 특히 퍼팅에서 약점을 보이곤 했다.

매킬로이는 2018년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브래드 팩슨(미국)에게 퍼팅 레슨을 받으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전 대회에서 컷 탈락해 세계랭킹이 13위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8차례 PGA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팩슨은 매킬로이에게 독특한 첫 레슨을 했다. 퍼팅 레슨 3시간 중 대부분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는 연습 그린으로 갔다. 그리고 퍼터와 샌드웨지, 5번 우드로 2.5m 거리에서 세 번씩 퍼트를 하도록 했다. 매킬로이는 퍼터로는 한 번, 샌드웨지로 두 번, 5번 우드로 세 번 모두 성공시켰다. 팩슨은 “퍼팅하기에는 클럽이 너무 길고 로프트도 맞지 않는데 5번 우드로 모두 성공했다는 것은 퍼팅이 기계적이지 않고 본능적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이야기했다. 매킬로이는 “큰 울림이 있었고 그 대회에서 바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중년의 우즈가 거짓말처럼 부활한 지금 ‘타이거 키즈’의 선두주자였던 매킬로이도 살아났다. 매킬로이는 우즈를 잡을 수 있을까.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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