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바람에서는 힘을 빼고 백스핀을 줄여야 공이 묵직하게 바람을 뚫고 간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앞바람에서는 힘을 빼고 백스핀을 줄여야 공이 묵직하게 바람을 뚫고 간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아이언은 얼마나 정확하게 제 거리를 보내느냐가 중요한 클럽이다. 정상급 프로골퍼들은 1야드 단위로 쪼개서 보낸다. 그 1야드에 따라서 공이 핀 바로 옆에 붙어 버디로 이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벙커나 물에 빠져 보기를 범하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골퍼들은 바람 속에서 경기하는 걸 눈이나 비가 오는 것보다 더 무서워한다. 뒷바람일 때는 그나마 쉽다. 하지만 앞바람이 불 때는 조금만 들려서 맞아도 백스핀이 많이 걸려 공은 높이 솟구치고, 방향도 크게 뒤틀린다. OB(아웃오브바운즈) 구역은 땅에만 있는 게 아니다.

흔히 맞바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강한 샷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한다”는 김경태는 정반대의 말을 했다. 그는 “바람을 이기려면 오히려 힘을 빼고 쳐야 한다”고 했다. 웬 선문답 같은 말일까. “백스핀이 많이 걸릴수록 바람을 많이 타요. 근데 이 백스핀이라는 게 강하게 칠수록 많이 걸리거든요. 힘을 빼 공의 백스핀을 줄이면 탄도가 낮으면서도 묵직하게 바람을 뚫고 가요.”

요령은 의외로 간단하다. 김경태는 “어드레스가 50%”라고 했다. 일단 공은 스탠스 중앙 또는 살짝 우측에 둔다. 클럽은 평소보다 조금 더 세운다. 라이각(어드레스를 했을 때 샤프트와 지면이 이루는 각)을 세운 만큼 공에 좀 더 가깝게 선다. “백스윙은 평소대로 하면 돼요. 공에 가깝게 섰기 때문에 스윙 아크나 백스윙 크기 등은 자동으로 작아지죠. 가장 중요한 건 스피드를 내지 않는 거예요. 그래야 백스핀이 적게 걸리거든요. 어차피 낮게 칠 포지션(공 위치와 스탠스)을 만들었으니 탄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요.” 김경태는 “남자 프로골퍼에 비해 여자 프로들의 백스핀 양이 적게 나오는 이유도 스윙 스피드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스피드는 평소의 절반 정도라고 생각하고, 백스윙과 다운스윙, 팔로스루까지 스윙 내내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된다.

처음에는 조금 의심이 들더라도 이런 식으로 몇 차례 시도를 해보면 공이 솟구치지 않으면서 확실히 바람을 덜 탄다는 걸 알게 된다. 오히려 강하게 때리려고 덤빌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고, 스윙도 가파르게 들어가면서 실수가 발생한다. 백스핀 양도 많아진다.

평소보다 느린 스피드로 치기 때문에 히팅 포인트를 어디에 둘지 모를 수도 있다. 김경태는 “공을 살짝 밀어내는 느낌으로 팔로스루를 낮고 길게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라며 “이런 부분은 실제 쳐보면서 그 감각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라이각을 세웠기 때문에 공이 우측으로 가지는 않을까. “평소와 같은 스피드로 치면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스피드를 죽여서 치기 때문에 채가 다시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럼 낮은 탄도의 펀치샷과는 어떻게 다를까. “완전히 달라요. 펀치샷은 평소와 스윙을 똑같이 하면서 끊어 치는 거예요. 그래서 앞바람이 불 때 백스핀이 더 들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힘을 빼고 치는 이 샷은 백스핀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솟구치는 게 없어요. 사실 바람이 안 불 때, 예를 들어 핀 뒤편이 위험해서 긴 클럽을 잡기 어려울 때 사용해도 아주 유용해요.” 골프에서는 힘을 빼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김경태의 실전 골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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