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은 팔이 길어 쇼트 게임 정확도가 높다. ⓒphoto 뉴시스
필 미켈슨은 팔이 길어 쇼트 게임 정확도가 높다. ⓒphoto 뉴시스

“골프 잘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선수예요. 키도 크고 팔도 길고 체력도 좋은데 호기심도 많아요. 늘 새 클럽을 실험해 보고 변화를 시도하죠. 승부사 기질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최경주는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본 동갑내기 골퍼 필 미켈슨(51·미국)에 대해 “늘 골프를 즐기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미켈슨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환상적인 로브 샷을 날리곤 한다. 깊은 러프에 빠졌던 공은 높이 솟구쳐 오른 뒤 홀 바로 옆에 척 붙는다. 그래서 그에게는 ‘쇼트 게임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켈슨이 쇼트 게임을 잘하는 이유는 뭘까. 최경주는 “미켈슨은 신체조건과 클럽의 길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요. 만약 팔이 짧았다면 채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중심이 흐트러지죠”라고 했다. 최경주는 나름의 ‘U’ 자 이론을 꺼냈다. “웨지 샷을 할 때 클럽이 움직이는 U 자가 짧으면 짧을수록 공 터치하는 시간이 짧아져요. 그러면 정확하게 칠 수 있어요. 미켈슨은 이 U 자가 굉장히 짧아요. 그래서 높이 칠 수도 있고, 낮게 칠 수도 있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같이 키가 작고, 팔도 짧은 사람이 긴 채로 치려고 하면 U 자가 옆으로 커져요. 지면에 닿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그걸 안 하려고 팔을 들어올리고, 그러면서 토핑이 나오고 그러는 거예요.”

최경주는 이런 이유 때문에 아시아 선수들이 쇼트 게임에 고전한다고 했다. “미국 애들은 키가 크고 팔 길이와 채 길이가 딱 규격에 맞아요. 착 하면 탁 뜨고, 그 타이트한 라이에서도 무슨 당구에서 ‘마세이(세워 찍어치기)’ 찍듯이 탁 치면 서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면 뒤땅이 나와요. 그러니까 다른 액션이 들어가서 약간 헐겁게 맞는다든지 약간 토핑 성으로 맞아 스핀이 안 걸리는 거예요.”

미켈슨은 어프로치 샷을 할 때 공을 놓는 위치를 두 가지로 단순화한다는 것이 최경주의 설명이다. “상황에 따라 공을 타깃 쪽 발이나 타깃 반대쪽 발에 맞춘다”고 한다. 앞쪽에 놓으면 클럽이 공 아래를 미끄러져 나가면서 더 높은 탄도가 나오고, 뒤쪽에 놓으면 볼을 잡아채서 스핀이 낮아진다.

최경주는 “미켈슨은 지금도 20대 선수들과 거리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장타를 쳐요. 타고난 힘도 있지만, 워낙 자기관리에 철저한 거죠”라고 평했다. 미켈슨은 지난 몇 년간 가장 기본적 장비인 자신의 몸도 ‘피팅’을 했다. 4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거리 감소를 절감한 미켈슨은 식생활 개선과 운동을 통해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미켈슨은 오전 5시30분이면 일어나 헬스장에 간다고 한다. 한창 때보다 체중은 7㎏ 줄었고, 나이가 들었지만 체형은 훨씬 좋아졌다.

최경주는 미켈슨이 늘 다양한 클럽을 실험하면서 코스 세팅과 날씨에 따라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클럽 구성을 갖추는 것에도 박수를 보냈다.

미켈슨은 드로와 페이드 구질에 적합한 2개의 드라이버를 들고나오는가 하면 골프백에서 드라이버를 빼고 웨지를 4개나 넣을 때도 있다. 64도 웨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롱 아이언은 관용성이 좋은 모델로, 짧은 아이언은 컨트롤이 좋은 모델로 네 종류의 모델을 혼합한 아이언을 들고나와 우승한 적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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