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는 2018년 고향 완도의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골프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벙커샷 레슨을 했다. ⓒphoto 완도군
최경주는 2018년 고향 완도의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골프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벙커샷 레슨을 했다. ⓒphoto 완도군

몸에 힘을 빼고 쳐야 장타를 날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립을 살살 쥐라고도 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는 생각으로 어드레스를 하라고도 한다. 하지만 ‘탱크’ 최경주의 힘 빼는 법은 다르다.

“힘이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힘을 빼려고 해도 절대 안 빠져요. ‘아휴, 나 힘이 없네’ 하면서 탁 주저앉기 전까지는 힘 빼는 걸 이해 못 해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러려면 몸을 혹사해야 해요. 예를 들어 공을 1만개 친다고 하면 나중에는 스윙이 안 될 거예요. 그 상태로 일주일 정도 끙끙 앓고 나면 몸에서 힘이 저절로 빠지게 돼요.”

최경주는 열일곱이던 완도수산고 1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다. 마땅히 레슨을 받을 곳이 없어 친구들과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훈련 방법을 개발했다. 힘 빼는 법에 대한 감을 잡게 된 것은 ‘폐타이어 치기’였다. 방법은 이렇다. 폐타이어를 땅에 절반쯤 묻어 놓고 야구 선수들이 방망이로 치듯이 골프 클럽으로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골프 클럽이 금방 부러졌다. 그래서 수도 파이프를 120㎝ 정도 길이로 자르고 그 끝에 쇠뭉치를 용접했다. 쇠뭉치 밑을 둥그렇게 자른 뒤 다른 끝엔 반창고를 둘둘 감았다. 그러면 대충 골프 클럽 모양이 된다. 무게는 보통 드라이버의 열 배쯤 됐다. 그걸로 폐타이어를 몇천 번 치면 땅에 박힌 타이어가 흔들흔들하다 결국 뽑혔다. 그래서 친구들과 ‘누가 타이어 빨리 뽑나’ 하는 시합을 했다. 아침저녁으로 타이어를 한 번씩 뽑았다고 한다. 그렇게 훈련하다가 골프채를 잡으면 회초리밖에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경주는 미국에서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과 누가 더 오래 훈련하나를 놓고 경쟁하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타이어 뽑기’ 때의 감을 다시 느꼈다.

최경주는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훈련만 하는 싱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30분 늦게 가는 생활을 일주일쯤 했어요. 그렇게 훈련을 하니 진짜 백스윙도 안 되고, 몸살이 나서 일주일 동안 클럽을 못 잡았어요. 그렇게 끙끙 앓고 나서 다시 공을 치는데 너무 쉬운 거예요”라고 했다.

그냥 몸에 힘을 뺀 상태에서 그립을 살포시 잡고 치면 되는 게 아닐까. 최경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자동차 바퀴를 바꿨는데 볼트를 느슨하게 조인 상태에서 시속 100㎞로 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건 죽으러 가는 거랑 똑같아요. 언제 바퀴가 빠져나갈지 모르죠. 볼트가 꽉 조인 걸 확인한 후 자동차를 타야 안전하죠. 골프채와 몸을 연결하는 건 그립인데, 그립이 짱짱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헤드가 똑바로 내려오겠습니까. 이건 힘을 뺀 게 아니라 그립을 잘못 잡은 거죠.”

최경주는 매년 동계훈련을 함께하는 재단의 골프 꿈나무들에게도 타이어 치기와 벙커 훈련을 통해 힘 빼는 법을 전수한다. 그가 기본체력과 파워, 샷의 정확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고 믿는 벙커 훈련에는 벙커 샷 외에 클럽으로 모래를 내려 찍으며 앞으로 걷는 독특한 훈련이 포함된다. 타이어 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한다.

이렇게 몸에 힘을 빼는 비결은 최경주의 평소 지론인 ‘빈 잔 이론’과도 통한다. 잔을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몸에 힘을 뺀다는 건 부드럽게 친다는 뜻이에요. 그 부드러움은 내 몸의 힘을 한 번은 소진한 상태에서 다시 채울 때 느낌이 오는 거예요. 그전에는 그 느낌을 알기 힘들어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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