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프레지던츠컵에서 부단장 최경주와  간판선수로 활약한 임성재(왼쪽). ⓒphoto 민수용 사진작가
2019년 프레지던츠컵에서 부단장 최경주와 간판선수로 활약한 임성재(왼쪽). ⓒphoto 민수용 사진작가

골프는 언뜻 봐서 누가 더 잘하는 선수인지 알기 어렵다.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처럼 좋은 체격과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선수도 있지만, 주말골퍼가 봐도 희한한 8자 스윙의 짐 퓨릭이나 힘을 제대로 못 쓸 것처럼 빼빼 말라 보이는 까치발 장타자 저스틴 토머스처럼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칠 스타일도 많다.

신체능력 이상으로 정신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멘털 스포츠이고 엄청난 샷을 한 번 날리는 것보다는 평균 이상의 샷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재연하는 게 더 중요한 골프의 특성과 관계가 있다.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임성재(23)도 한눈에 보이는 날카로움보다는 잘 보이지 않는 깊은 내공의 소유자이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24일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200만달러)에서 공동 17위를 차지하며 상금 16만8000달러를 보태 통산 상금 1000만달러 돌파(1016만5846달러)에 성공했다. 2018년 10월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PGA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른 지 87번째 경기 만이다.

임성재는 2020년 3월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87개 대회에서 68번 컷 통과에 성공했고, 톱10에 17번 이름을 올렸다. 2019년 아시아 선수로 첫 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2019년부터 한 시즌 전체 성적을 매기는 페덱스 랭킹 30위 이내 선수만 출전하는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2년 연속 나갔다.

최경주의 눈에 비친 임성재는 어떨까. 우선 성실함을 꼽았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요. 매사에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다 하죠. 그러다 보면 ‘자기 것’이 생기는 거예요. 회를 뜨는 칼도 매일 갈아야 하듯 골프선수도 끊임없이 샷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임성재가 그래요. 자기 것이 있어야 위기를 헤쳐나갈 힘이 생기거든요.”

임성재는 퍼팅 라인을 읽거나 클럽을 선택할 때 캐디의 조언을 참고하지만 의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쇼트게임은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어깨너머로 배웠다. 임성재는 워낙 연습을 많이 해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최경주는 임성재의 두 번째 장점으로 체력을 꼽았다.

“체격과 체력은 달라요. 저도 체력이 된 덕분에 성공했던 거예요. 그래야 많은 훈련량을 소화할 수 있거든요. 임성재는 저보다 젊고, 몸집도 훨씬 좋아요. 롱런할 겁니다.”

임성재는 데뷔 시즌 다른 선수들에 비해 대략 10경기 많은 35경기를 뛰었다. 이런 임성재에게 미국 언론이 붙여준 별명은 ‘아이언맨’이다. 임성재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PGA투어 경기에 나서는 게 너무 좋고 값진 데다 실력 향상을 위한 최고의 연습 기회이기 때문에 대회를 쉴 수 없다고 한다.

세 번째 장점은 ‘필링(감각)’이다. 최경주의 말이다. “정말 잘 치는 선수일수록 필링으로 쳐요. 임성재는 보고 느끼고, 그 감각을 신뢰하고, 그대로 치는 능력이 탁월하죠. 겸손한 마음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훨씬 뛰어난, 잘 깨지지 않는 큰 선수가 틀림없이 될 겁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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