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는 골프 샷에 대해 조언할 때마다 “제가 말하는 게 정답이라는 건 아닙니다”라는 전제를 꼭 깐다. 그는 “우리 사회나 교육은 처음부터 너무 정답만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정답을 찾는 과정을 생략한 채 말이죠. 골프 레슨도 그렇습니다. ‘드로를 치려면 말이야, 이렇게 해야 해’라는 식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최경주재단의 골프 꿈나무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느끼도록 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어떤 환경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경주의 이야기다.
“제가 아이언 샷을 잘할 수 있었던 건 누가 빼어난 이론을 가르쳐줘서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완도의 백사장에서 이런저런 샷을 원 없이 쳐봤고, 삶의 일부였던 배를 보면서 상상력을 키운 덕분이죠. 창조적인 샷과 플레이는 정형화된 레슨이 아니라 스스로 부딪치며 배우는 거니까요. 그런 점에서 제가 말하는 샷에 관한 이론도 절대적인 게 아니라 하나의 참고사항입니다.”
혹시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있다면 이들이 풍부한 상상력을 기를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시간에는 아이언으로 공을 정확히 맞히는 감각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맨땅 훈련이 좋다는 최경주의 조언을 들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일정하게 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최경주는 이런 말을 했다. “섬 출신다운 얘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배를 보면 ‘치대’라는 게 있습니다. 방향을 잡아주는 긴 나무입니다. 이 치대를 조금씩 움직이면 뱃머리도 조금씩 움직이죠. 치대를 살짝살짝 열면서 방향을 조정해야지 처음부터 너무 열어놓으면 힘이 듭니다. 제 아이언 샷 비결도 바로 여기에서 배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재단 꿈나무들을 가르치면서 유심히 관찰을 해보니 아이언을 잘 못 치는 아이들은 헤드를 많이 열어놓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열어놓은 만큼 임팩트 순간 닫아줘야 하기 때문에 흔히 하는 말로 ‘손목 장난’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최경주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밤에 집에서 잘 때 방문을 닫아 두는 게 안전할까요, 열어 두는 게 안전할까요? 당연히 문을 닫는 게 안전하겠죠. 혹시 외부로부터 누군가 침입하려는 낌새가 있다면 조금씩 문을 열면서 확인을 하면 됩니다. 아이언 샷도 이 ‘방문의 원리’와 같습니다. 헤드를 많이 열어놨다면 임팩트 존에서 많이 닫아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지겠죠. 그래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너무 과도하게 닫는 바람에 훅이 발생하기도 하는 겁니다. 아니면 손이 헤드보다 먼저 오면서 뒤땅을 칠 수도 있고요. ”
이 같은 최경주의 설명은 그의 스윙 방법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임팩트를 하는 순간 왼손을 똑바로 보내주는 느낌으로 한다. 보통 임팩트 이후 왼손을 돌려주는 릴리스를 하는 게 좋다는 이론과는 다르다. 릴리스를 의도적으로 하면 클럽이 너무 많이 돌면서 훅이 날 수 있다고 한다. 최경주는 “아이언 샷 어드레스 때 클럽 헤드를 약간 닫아놓으면 자연스럽게 핸드 퍼스트 동작이 이뤄지고 임팩트까지 왼손을 똑바로 보내기 때문에 샷의 일관성이 훨씬 높아집니다”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