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김주형과 당시 대회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최경주(오른쪽). ⓒphoto KLPGA
지난 6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김주형과 당시 대회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최경주(오른쪽). ⓒphoto KLPGA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던 프로골퍼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 초청을 받아 나가면 대부분 컷 탈락하는 이유가 뭘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10대 돌풍을 일으킨 김주형(19)도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미 PGA투어 대회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최경주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긴 러프, 500야드에 이르는 긴 파4홀들, 그린 주변 러프에서 어프로치샷을 하는 경험과 기술 부족, 너무 다른 코스 분위기 등이다. 모두 한국 코스와는 다른 환경에서 생기는 어려움이다. 겪어보지 못한 어려운 코스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만 명의 관중이 주는 중압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에서 온 골퍼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간다.

특히 500야드에 이르는 파4홀에서 무난히 파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미 PGA투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대회마다 500야드 안팎의 긴 파4홀이 서너 개씩 있는데 여기서 파를 지킬 실력이 안 된다면 매 라운드 서너 타를 잃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는 이런 500야드짜리 파4홀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다 비슷한 거리의 홀을 하나 만들면 ‘몬스터 파4홀’이니 뭐니 괴물 취급을 할 정도다.

500야드 안팎 긴 파4홀에서 파를 지키고 나아가 버디를 잡기 위해선 몇 가지 기본 능력이 필요하다. 최경주의 설명이다. “드라이버를 페어웨이로 300야드를 보낸다 하더라도 남는 거리가 200야드 정도 되면 5번이나 6번 아이언을 잡게 돼요. 그 거리에서 그린의 코너에 꽂아 놓은 핀을 공략하기 위해선 측면 벙커로 공을 넘기고 그린에 공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샷 능력이 필요하죠. 김주형 선수도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평소에 자주 그렇게 해봐야 해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거죠.”

국내의 파4홀들은 대개 드라이버 치고 웨지 아니면 8번이나 9번 아이언으로 홀 공략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 PGA투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내리막, 오르막 경사에서 5번이나 6번 아이언으로 쳐도 그린 위에 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경주는 체력 문제도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니어 골퍼들은 캐디백을 혼자 메고 하루 18홀씩 돌아요. 고등학생만 돼도 하루 36홀을 도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추어 매치플레이 대회 결승을 36홀로 하는 경우도 많고요. 골프는 나흘간 기복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쌓인 체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서 카트 타고 캐디가 다 해주고 이렇게 해서는 적응력이 떨어져요.”

그는 김주형이 빠르게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는 원동력을 주니어 시절 호주와 필리핀 등에서 살며 골프를 익힌 ‘골프 유목민’ 경험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았다.

최경주는 “김주형은 열아홉 살이지만 호주에서 보낸 주니어 시절과 아시안투어 경험을 통해 일찍 골프의 기본 요소에 눈을 떴다”며 이렇게 평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고 비거리 잘 나오고 아이언샷을 돌려치고 깎아치고 띄워치고 내려치고 그런 걸 잘해요. 그렇기 때문에 경험만 쌓으면 국제 대회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성격이 담대해요. 단순해야 집중력이 생기고 어려움을 밀고 나갈 수 있거든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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