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의 스승 잭 니클라우스가 지난 4월 8일 미국 오거스타에서 열린 마스터스 골프대회 1라운드 첫 티샷을 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photo 뉴시스·AP
최경주의 스승 잭 니클라우스가 지난 4월 8일 미국 오거스타에서 열린 마스터스 골프대회 1라운드 첫 티샷을 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photo 뉴시스·AP

“완도 수산고 1학년 때인 1987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을 때부터 잭 니클라우스는 저의 스승이었어요. 책 제목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번역본이었는데 ‘헤드를 열고 모래를 가격한다’고 적힌 벙커샷 요령은 지금도 기억이 나네요.”

지난 9월 27일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미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우승한 최경주(51)는 미국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81)를 ‘영원한 스승’이라고 부른다. 중학생 때까지 역도선수를 하다 열여섯 나이에 골프를 시작한 그는 완도 명사십리 해안에서 아이언샷과 벙커샷 연습을 하고 겨울에는 벼를 베고 남은 그루터기 위에 볼을 올려놓고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니클라우스의 책에 나온 그림과 글을 따라 하며 골프를 익혔다.

니클라우스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풍미하며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서 73승을 거둔 전설이다. 나이 마흔여섯에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등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18승)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메이저 15승으로 그 뒤를 쫓고 있지만, 벽을 넘어서기 어려워 보인다.

니클라우스는 이렇다 할 스캔들 한 번 없이 존경받는 어른으로 미국 골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최경주는 지난 9월 27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끝난 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고는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9월 30일부터 나흘간 경기 여주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최경주가 자신의 이름을 건 초청대회를 열게 된 것도 니클라우스의 영향이다.

최경주와 니클라우스의 인연은 ‘동화’ 같은 감동을 준다. 2007년 최경주가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5타 차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니클라우스가 “당신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에 최경주가 당신의 책을 보며 골프를 익혔노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니클라우스가 현역으로 뛰던 1976년 출범했다. 니클라우스가 고향인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에 조성한 뮤어필드 골프빌리지에서 열린다. 우즈가 5차례 우승을 거두며 최다승 기록을 보유할 만큼 톱 랭커들이 빠짐없이 출전하는 특급 대회로 성장했다.

최경주는 이 대회를 통해 골프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고 했다.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나가면서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어때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선수들을 초청하고, 갤러리를 초청하는 겁니다. 주인이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게 당연해요. 선수와 갤러리가 모두 행복한 대회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2011년에 창설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선수를 위한 대회, 갤러리를 위한 대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하는 이 대회는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갤러리를 받지 못한다. 그래도 참가선수 전원의 참가비를 부담한다. 선수들도 대회 준비 이외에는 프로암 등 행사를 일절 열지 않는다. 최경주는 이렇게 말했다. “그 어른(잭 니클라우스)의 책을 보면서 골프 기술을 익혔고, 미국에 가서 어른을 직접 만나고 나서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골프대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고요. 지금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뵙고 좋은 말씀을 듣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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