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가 원하는 인재 키우기
주변 산단이 훌륭한 교육장 교수들도 산업체 경력 우대
국제화 프로그램 가동 14개국에 학생 132명 파견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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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대의 산학협력 지휘봉을 쥐고 있는 최준영(59) 총장에게서는 무엇보다 꼼꼼함이 돋보였다. 질문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세밀하게 답하는 그에게서 학교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최 총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1977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고 청와대 비서관(산업통신),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산업자원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지냈다. 2007년 9월부터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우리 대학은 ‘실사구시 학문구현’을 건학이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실용’의 개념을 교육과정에 철저히 담고 있다”면서 “특히 ‘대학은 산업현장을 캠퍼스로, 산업체는 대학을 연구개발실로 활용’을 모토로 산업체 상품화 기술 중심의 현장 실무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총장은 “기업의 수요를 파악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정규 교육과정에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접목해서 재교육이 필요 없는 친기업형 기술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산업기술대가 제공하는 교육은 ‘특성화 공과대학’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개교 13년차의 젊은 대학이지만 최근 몇 년간 주요 대학평가, 취업률, 국제화, 프로젝트 추진 실적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단기간에 입지를 다졌습니다.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만들겠다는 모토 실천을 위해 ‘기업 특화, 현장에서 통하는 전공’으로 특성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독특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창안해 교육과 접목해온 노력이 빠른 성장의 비결입니다.”

그는 기업기반 학습이 가능한 ‘엔지니어링 하우스’ ‘프로젝트 실습’ ‘프로젝트 연구’의 3대 현장교육과정을 ‘프로젝트 학습군’으로 묶어 졸업 의무이수 과정으로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엔지니어링하우스’는 교수·기업 간 이뤄지는 공동연구 프로젝트에 학부생이 연구원으로 참여해 현장밀착형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학교육 모델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과 진행하는 실전 프로젝트를 정규 교과로 구현한 독특한 형태여서 다른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 산학협력 교육을 위해 시흥 캠퍼스뿐만 아니라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부천 테크노파크에 산학 연계 센터를 두고 지역의 전략산업 육성과 주문식 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산업기술대의 전임교원 수는 153명으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최 총장은 “산업 현장의 시각을 전파할 수 있는 베테랑급 인재를 교수로 초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교수 초빙 시 지원자의 산업체 근무 경력에 가중치를 부여해 산업체 경력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상황을 잘 아는 현장 전문가를 초빙해 기술적인 어려움을 해결함과 동시에 졸업생 취업을 연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교원의 90%가량이 산업체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SCI 등 학술연구실적이 뛰어난 교수라도 ‘산학협력 실적’ 없이는 승진 및 재임용을 기대할 수 없도록 승진심사제도를 설계해 산학협력 활동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승진 자격 요건에 산학협력점수 50% 이상 취득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산업현장의 전문가를 강단에 서게 하는 산업체 겸임교수제를 확대했습니다. 현재 230여명의 산업체 CEO나 CTO(최고기술책임자)가 겸임교수로 초빙되어 있습니다.”

최총장은 산학협력과 함께 국제교류 활성화에도 더욱 힘쓰고 있다. “공대생들의 세계화는 산업계 중심의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고 세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해외 대학 및 산업현장 견학, 해외 인턴십 참여, 해외 프로젝트실습 파견 등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국제 감각을 높일 수 있는 세계화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국제화 프로그램이 본격화된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미국, 영국 등 14개국에 132명의 재학생들을 파견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는 국제교류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고 국제사업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실 산하 국제협력팀을 ‘국제교류원’으로 분리 승격시키는 행정조직 개편을 해서 국제교류사업 및 유학생 유치 활동을 본격화했다. “유학생 유치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유네스코(UNESCO) 본부와 해외 공학인재 육성을 위한 아틀라스(ATLAS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7월 초에는 사우디 기술교육직업훈련청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국비유학생 유치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해외 유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국제교류협약 실적도 취임 전과 비교해 2.5배가량 증가한 22개국 46개 기관에 이를 정도로 활발해졌습니다.”

최 총장은 한국산업기술대가 지중해변 아프리카 국가인 알제리에 대학 모델로 수출된다고 했다. “알제리에서 카이스트, 포스텍, 한국산업기술대를 둘러보고는 우리 대학에 대학 설립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알제리 정부는 50 대 50으로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한국 건설회사가 공사를 맡았고 학교 근처에는 한국 중소기업도 진출합니다. 총장은 우리 대학에서 파견됩니다.”

기자가 해외에서까지 벤치마킹하려는 한국산업기술대의 강점은 산학협력이지만 이공계 중심 대학교여서 인문교양교육이 약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최 총장은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환경에서 동료와 협력할 수 있는 인성 함양을 위해서는 인문교양교육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우선 학생들에게 국제적 문화감각을 키워줌과 동시에 외국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원어민 교수와 생활하는 기숙대학(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교양학과를 별도로 두고 문학, 역사 등 인문학 강좌를 늘려가면서 다방면의 지식을 갖춘 명품 엔지니어로 육성한 뒤 산업현장으로 진출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예술 계통 전공이 전무한 공과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부설 합창단과 아트센터를 활성화해 학생들의 정서와 문화적 수준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대학이 위치한 곳이 산업단지 이내이다 보니 학생들의 생활이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를 끼고 있어 대학캠퍼스의 낭만을 기대하는 학생들에게 적응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산업단지의 주변환경이 낙후돼 대중교통, 문화 환경 등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교육환경 입지적 측면에서 보면 산업단지는 공대생들에게 훌륭한 교육장이자 연구개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개교 당시 주변 환경이 공단지역이어서 쾌적하지 않다는 단점 때문에 학업과 연구 활동에 부적합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이러한 단점을 오히려 대학발전의 호재로 활용한 셈입니다.”

최 총장은 올해 초 대학과 지자체의 공동 노력으로 시화·반월산업단지가 구조고도화 시범단지로 지정돼 지난 10월 QWL밸리 조성사업이 본격화된 만큼 앞으로 생활환경, 교통인프라 개선 등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학 차원에서도 부족한 편의복지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 2007년에 1600명 규모의 기숙사를 완공했으며 건물 내에 푸드코트, 편의점, 서점, 은행, 베이커리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만들어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는 2007년 취임 이래 3년여 동안 내실과 외연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대학경영을 펼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처음 학교에 와보니 대학의 산학협력 역량은 넘치는 데 반해 이를 발휘할 만한 공간이 크게 부족해 교지의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다행히 학교와 맞닿아 있던 생산기술연구원 부지를 우여곡절 끝에 매입해서 부족한 교지 확충에 일부나마 숨통을 틔우게 한 것이 중요한 성과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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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호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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