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박사 1호, 구두 수선사, 완득이 엄마….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한나라당의 새 이름)이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의원 후보군이라고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여야 모두 총선에 출마할 후보 발굴에 동분서주 중이다. 기존 인물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한다.

정부가 실망스러운 정책 결정을 내릴 땐 저녁 술자리에서 글로벌 헤드헌터사에서 명망 있는 대통령 후보를 추천하면 어떨까 하는 우스갯소리를 듣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각 정당에서 총선에 출전할 선수 선발을 할 때 글로벌 헤드헌터사에서 고급 인력을 추천하는 서치 프로세스(과정)를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생뚱맞게 들었다. 정치권에도 ‘글로벌 우수 사례(Global Best Practice)’를 도입해 보자는 취지다.

헤드헌터들이 인재를 찾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고객 연구(Know your client)’다. 고객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고객이 원하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꼭 집어서 추천할 수 있다. 총선에서는 ‘고객’이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즉 ‘국민’이다. 각 정당들은 고객(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아쉬워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거기에 맞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성공 요인 분석(Key Success Factor·KSF)이다. 영입한 인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하는지 분석하는 작업이다. KSF는 찾고자 하는 자리(position)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전문경영인이 갖춰야 할 소양, 예를 들어 리더십, 소통 능력, 도덕성 등은 공통적이다. 총선에서도 지역구마다 국회의원의 KSF가 다를 것이다. 가령 농촌 지역과 대도시 국회의원이 갖춰야 할 항목들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을 망라해서 공통으로 요구되는 기본적 KSF는 정책 입안과 비전 제시 능력, 소통 능력, 겸손, 정직성, 도덕성 등이 아닐까 싶다.

헤드헌터들은 KSF 분석이 끝나면 시장으로 후봇감을 찾으러 나간다. 고객들은 현재 잘나가고 있는 인재들을 설득해서 추천해야 글로벌 헤드헌터의 진가를 인정한다. 잘나가는 인재들은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그냥 찾아가서 직장을 옮기겠냐고 물어보면 콧방귀도 안 뀐다. 왜 전직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마음을 움직여야 전직을 고려한다.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폭스바겐에서 기아자동차로 영입할 때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삼고초려했다고 한다. 요즘 정치판은 흙탕물 구덩이여서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유능한 정치 지망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재영입 책임을 맡은 위원장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각 당 대표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KSF에 맞추어서 해당 후보자를 심사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인터뷰와 평판조회라는 검증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인터뷰 과정에서 종종 프레젠테이션 능력만 뛰어난,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에게 면접관(interviewer)도 깜빡 속는다. 그래서 함께 일했던 직장 상사, 동료, 부하들에게 후보자의 리더십, 성격, 인간성, 업무 능력 등 평판을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기자 시절 친하게 지내던 전문경영인들을 헤드헌터가 되어 평판조회 해보니까 결과가 형편없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인물이나 실력자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을 평판조회 해보면 당초 기대와 달리 정반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많은 후보자들을 일일이 검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신의 발달로 세상에 비밀이 없어졌다. 국민 모두가 감시자이자 심판자가 되었다. 후보의 검증 작업을 소홀히 해서 평판이 나쁜 후보를 내세웠다가 뒤늦게 인터넷을 통해 ‘불량 후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의 냉혹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김재호

하이드릭&스트러글스 코리아 대표

대한투자신탁 해외펀드 운용,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뉴욕 특파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금융 컨설팅

김재호 하이드릭&스트러글스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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