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강연에서 중견기업 2세 한 분으로부터 돌발적인 질문을 받았다.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들이 오너 회장님과 갈등을 빚곤 하는데 사전 인터뷰 과정에서 회장님과 스타일이 잘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을까요?” 처음에 채용할 때는 잘 맞을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성격이나 생각, 철학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오너 회장은 대체로 권위적이고 독선적이고 까다롭다. 외부 영입 임원과 서로 ‘스타일’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운용업계에서 최고의 운용담당최고책임자로 꼽히는 김모씨. 젊은 시절 펀드매니저로 유명세를 떨치다가 임원 승진 후 더 좋은 조건으로 자산운용사 몇 곳을 옮겨 다녔다. 하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명성이 추락하는 듯했다. 우연히 젊은 시절 몸담았던 첫 직장으로 되돌아갈 기회가 생겼다. 친정집에 복귀한 뒤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씨의 스타일과 그 기업 문화가 서로 잘 맞았기 때문이다.

인재를 찾아나서는 기업이나 직장을 구하는 구직자나 흔히 간과하는 것이 바로 문화적 궁합(Cultural Fit)이다.

많은 기업이 경력직을 뽑을 때 과거 경력 분석에만 의존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본부장을 채용할 때 기업에서 흔히 제시하는 자격 요건은 마케팅 경력 ○○년이고, 여기에 맞는 후보자를 고른다. 면접 때도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지, 마케팅 업무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등 경력 관련 질문만 던진다. 하지만 이러한 경력 요건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사람들이 전직(轉職) 후 새로운 직장 문화에 잘 적응하면서 뿌리를 내리려면 후보자 개개인의 사고방식, 성격, 업무 스타일 등 행동 역량을 면밀히 평가해서 우리와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바로 궁합이 맞는지 체크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 역량을 잘 평가해서 궁합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가 ‘역량 인터뷰(Competency-Based Interviewing and Assessment)’이다. 역량 인터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첩보기관 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s)에서 써먹은 기법이다. 그전에도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역량을 평가하는 연구를 해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OSS는 적의 후방에 요원을 파견해서 작전을 성공시키고 요원들이 살아 돌아와야 하는데 어떤 요원을 선발해야 하는지 마땅한 방법을 찾다가 역량 인터뷰를 도입했다고 한다. 그후 기업들이 이러한 역량 인터뷰 방식을 벤치마킹해서 기업 경영에 참고하기 시작했다.

역량 인터뷰는 후보자들이 최근 2~3년 동안 담당했던 업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무엇을(what), 왜(why), 어떻게(how), 누구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했는지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방식으로 후보자의 역량을 파악한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서 후보자가 진짜 본인 실력으로 성과를 냈는지, 리더십과 업무 스타일이 우리 회사 스타일과 궁합이 맞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왜 전직을 고려하는지, 우리 회사에 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취미·성격·철학 등 질문을 통해 궁합을 맞춰 보고, 최종적으로 함께 일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평판조회를 해서 인터뷰에서 얻어낸 내용이 틀리지 않는지 다시 한번 체크해 보고 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재호

하이드릭&스트러글스 코리아 대표

대한투자신탁 해외펀드 운용,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뉴욕 특파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금융 컨설팅

김재호 하이드릭&스트러글스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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