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회사에 있던 직원 한 명이 국내 대기업 A로 스카우트돼 갔다. 아주 유능한 직원이었는데 무척 아쉬웠다. 국내 대기업 현장에서 직접 HR(인사관리) 채용 경험을 쌓으면서 커리어(경력) 관리를 하겠다고 해서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 대기업 B는 글로벌 헤드헌팅 K사 파트너를 2010년 초 글로벌 HR 팀장으로 스카우트해서 해외 자회사 인사관리, 인사정책 기획 업무를 맡기고 있다. 대기업 C도 글로벌 인재 채용을 담당할 인사 채용 전문가를 찾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을 가진 HR 전문가를 찾아오라는 것이 고객의 요구 사항이다.

많은 헤드헌터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과 글로벌 다국적 기업 채용담당으로 줄줄이 옮겨가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더 좋은 글로벌’ 인재를 ‘더 빨리’ 뽑기 위해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에서 국경을 넘나들면서 사람 찾는 작업을 직접 해본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인재 사냥의 방식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기업인 GE코리아는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해 사내에 헤드헌팅 부서를 신설했다. 일과의 50% 이상을 인재 발굴과 개발에 쓰는 이멜트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부서명은 Talent Acquisition(인재 채용)팀. 팀장과 팀원 대부분을 국내외 헤드헌팅 업체 출신으로 채웠다. 외부에서 채용 전문가를 영입해 직접 인재를 찾아나서는 업무를 담당한다. 고급 인재에 대한 갈증을 자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GE코리아 인사담당 정태희 전무는 “GE 문화와 인재상이 너무 강해서 내부 직원이 추천한 후보자가 입사해서 살아남을 확률이 외부에서 추천된 후보자가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면서 “GE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내부의 인사 전문가가 직접 훌륭한 인재에게 회사를 소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2000년 초반부터 해외 인재 채용담당 인사담당자(Global Recruiting Officer)를 미국 등 선진국에 파견해 해외 현지의 고급 한인 인력들을 스카우트해 오고 있다.

이는 마치 국내 대기업들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변호사를 줄줄이 사내에 고용해서 내부의 사소한 법률 현안과 외부 로펌(law firm) 관리 등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처럼 내부에 헤드헌팅 기능을 가진 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외부 헤드헌터를 고용하는 데 따른 비용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인사담당자가 외부 인재를 찾게 되면 ‘맞춤형 인재’ 채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내 전문 인력 채용을 전담하는 직원을 배치함으로써 업무 처리가 신속해진다. 반면 인력 채용의 전 과정을 내부 헤드헌팅 조직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가령 현재 잘 다니고 있는 인재의 후보자를 찾는다거나, 평판 조회 등 업무는 부분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헤드헌팅 전문가를 고용한 대기업들은 이들의 경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가들이 회사를 떠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던 똑똑한 컨설턴트들이 국내 대기업으로 줄줄이 이동해서 계속 남아 있는 이유는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하다가 업무영역을 확대해 궁극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헤드헌터들을 유치한 뒤 승진 등 사내 비전을 제시해야만 이들이 다른 곳으로 한눈을 팔지 않을 것이다.

김재호

하이드릭&스트러글스 코리아 대표

대한투자신탁 해외펀드 운용,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뉴욕 특파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금융 컨설팅

김재호 하이드릭&스트러글스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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