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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호]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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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자동차업계 명운 좌우할 ISO 26262 국내 자동차업계 대책은?

박영철  차장 

▲ 2009년 미국에서 차량 결함으로 대량 리콜사태를 일으킨 ‘렉서스 ES350’. photo 조선일보 DB
도요타 리콜사태로 자동차 분야 국제표준인 ISO 26262가 자동차업계의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ISO 26262는 자동차 기능 안전성 국제표준으로, 소프트웨어와 전자부품의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 전장(電裝)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일의 주도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1년 11월 제정한 것이다.
   
   도요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이제는 자동차 급발진을 인정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시장 상황의 변화와 일련의 도요타 사태로 인해 자동차 안전 부문 국제표준인 ISO 26262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캠리 평결’에서 문제가 된 캠리는 2005년에 생산된 차량이어서 ISO 26262 규정을 적용받지는 않았다. 차량이 2011년 ISO 26262가 제정된 이후에 생산됐다면 이 차량이 ISO 26262를 준수해서 제작됐느냐 여부가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미국과 국내 제조물책임법에서는 제조사가 최신 과학기술을 사용해 최대한 제품을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배상책임을 면해주거나 경감한다.
   
   ISO 26262 인증이 의무사항은 아니고 본격 시행까지 3년간 유예기간도 있다. 그러나 주요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ISO 26262를 도입했다. 완성차 업체 중에는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GM, 도요타, 닛산 등이 부분 또는 전면 ISO 26262를 도입했다. 불똥은 부품업체에도 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부품업체에도 ISO 26262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보쉬, 콘테넨탈, TRW 등 대형 부품업체들은 ISO 26262를 도입하고 있다.
   
   ISO 26262는 자동차에서 전장부품이 늘어나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일 자동차업계는 2010년 전장부품 비중이 51%에 달했다. 전장부품이 늘어나면서 급발진 사고 등 전자적 오류에 의한 사고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에서 기계공학 중심의 안전개념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전장부품 중심의 안전개념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ISO 26262가 부각된 것은 도요타 리콜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3월 19일 외신들은 도요타가 2009년 차량 수백만 대를 리콜하게 된 급발진 사고의 책임으로 12억달러(약 1조280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도요타와 합의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4년여간 진행한 차량 급발진 사고 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미 법무부의 조사는 2009년 발생한 도요타 차량 사고로 시작됐다. 2009년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도요타 렉서스 ES350 차량이 도로를 벗어나 폭발했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도요타가 일부 모델의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알고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요타는 차량에 문제가 없다며 부인하다가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리콜에 나섰다.
   
   천문학적 액수의 벌금을 맞은 도요타 리콜사태를 본 전 세계 자동차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차량 급발진이 도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메이커들은 급발진은 없고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주장해왔고 방어에 성공했다.
   
▲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2010년 2월 24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 인사하고 있다. photo AP

   그러나 지난해 미국 법원은 도요타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인정한 바 있어 이번 12억달러 벌금 합의는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법원은 지난해 10월 도요타의 캠리 승용차가 2007년 급발진 의심 사고를 낸 것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300만달러(약 32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심원들은 “전자식 연료분사제어장치(ETCS) 등 주요 전자제어 시스템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도요타의 유죄를 평결했다. 배심원단이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인정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도요타는 여러 차례 급발진 소송에 휘말렸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운전석 바닥 매트가 가속페달을 눌렀다거나 운전자의 과실 가능성이 크다는 식으로 반박해왔다. 그러나 이번 평결이 나오자 도요타는 피해자들과 즉각 합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비록 배심원 평결이지만 도요타가 피해자들과 황급히 합의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요타가 12억달러의 벌금을 내겠다고 합의한 것도 미국의 민간 소프트웨어 컨설팅업체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실험으로 증명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해외 환경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데도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만 해도 아직 ISO 26262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 도입하겠다는 정도만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내년에 도입한다고 해도 해외 경쟁업체보다 3~4년은 늦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고 현대·기아차의 늑장 대응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도 현대·기아차는 아직 추진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이 정도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 사정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나마 대형 부품업체들은 조금 낫다. 현대모비스, 삼성SDI 등 해외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남품하는 일부 대형 업체들은 ISO 26262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부품업체들은 ISO 26262가 뭔지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이대로 가면 한국 차는 해외에서 도요타보다 더 큰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고 부품업체들은 해외 업체에 납품을 하기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자동차업계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필수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TF팀을 결성해 세미나, 전문가 양성 등을 독려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ISO 26262는 선진국이 후진국을 견제하는 무역장벽의 성격도 크다. 앞으로도 이런 유의 국제표준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병철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우리 자동차업계도 국제표준에 관심을 갖고 표준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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