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녹십자가 수입한 일본뇌염 백신 베로셀. ⓒphoto 녹십자
최근 녹십자가 수입한 일본뇌염 백신 베로셀. ⓒphoto 녹십자

모기들이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더위와 함께 찾아온 것은 모기만이 아니다. 여름철 조심해야 하는 질병 중 하나는 일본뇌염이다. 지난 4월 18일과 5월 26일 일본뇌염 모기가 부산과 제주도에서 잇달아 발견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전국에 일본뇌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20명 정도의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발병자 수는 적은 편이지만 문제는 발병 시 사망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일반 질병의 사망률이 약 1~2%, ‘걸리면 죽는다’고 알려져 있는 수막구염의 사망률이 약 10%인 데 반해 일본뇌염 사망률은 약 22.2%다. 게다가 일본뇌염은 주로 어린이와 40~60대 이상의 중·노년층에서 발병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일본뇌염은 예방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다른 질병보다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존의 일본뇌염 백신들보다 안전성이 보장된 베로셀(Vero Cell) 백신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베로셀 백신은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으로 국내에는 지난 5월 처음 녹십자에서 수입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백신이다.

우리나라는 1971년 일본뇌염 백신을 처음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쥐의 뇌에서 추출한 사백신과 햄스터 신장에서 추출한 생백신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사백신과 생백신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사용이 중단되고 있다. GF소아청소년과의원 손용규 원장은 주간조선과의 만남에서 “현재 사용 중인 사백신과 생백신은 한국, 대만, 태국, 중국, 미얀마, 스리랑카, 북한, 인도 등의 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안전성 문제가 없는 베로셀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베로셀 백신은 원숭이의 신장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백신으로 유인원에서 추출한 물질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높은 면역원성이 확인된 백신이다”고 말했다. 베로셀 백신에서는 기존 백신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뇌종, 경련, 말초신경 변병과 같은 뇌증상 및 중추신경계 이상반응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우리나라도 기존 백신의 사용을 중단하고 베로셀 백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현재 일본뇌염은 국가부담사업참여 필수예방접종(NIP) 항목으로 접종 비용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베로셀 백신은 국가예방접종백신사업에 포함된 백신이 아니기 때문에 베로셀 백신 접종을 원할 경우 1회 접종 시 6만원을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 손 원장은 “의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안전성이 더 보장된 베로셀 백신으로 접종을 권하고 싶지만 가격이 무료와 6만원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권하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백신을 권하면 환자에게 장사를 하는 느낌이 들어 소아과 의사들이 난감해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손 원장은 “대부분의 질병 백신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무엇이 더 좋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베로셀 백신은 일본뇌염 백신 중 가장 좋은 백신인 것이 분명하다. 학회에서도 이견이 없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알고는 있지만 단지 비용문제 때문에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원장은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모든 아이들이 접종받는 필수접종인 만큼 좋은 백신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NIP 백신으로 반드시 지정돼 환자들이 비용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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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근혜 인턴기자·연세대 국문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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