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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8호]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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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독일 경제 주역은 미텔슈탄트 신흥국들의 연수 1번지로

최강 독일 경제 떠받치는 ‘히든챔피언’의 힘
빈프리트 베버 교수가 말하는 독일 중소기업

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과 교수  / 이동훈  기자   / 김정현  인턴기자·캔자스주립대 졸업  

▲ 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대 교수
한국 기업의 95% 이상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을 육성 발전시키려면 지속적 성장과 경영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그 역할모델은 360만개가 넘는 독일의 ‘미텔슈탄트(중소기업)’다. 독일 만하임대학 실용경영조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등 신흥국 기업은 독일 중소기업에 매력을 느껴 연수단을 파견하고 있다. 요즘도 매달 한국·중국·인도·이란·이집트·알제리·브라질에서 한두 팀의 연수단이 독일로 건너와 미텔슈탄트를 배우길 희망한다. 만약 5000개 이상 되는 잘나가는 중소기업 중 한 곳을 방문한다면, 외국 국기를 든 해외연수단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승합차에 가득 탄 기업연수단이 독일로 향하는 모습도 쉽게 목격된다. 필자 역시 이번 주에만 두 번이나 만났다.
   
   십여 년 전 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1929년과 같은 대공황의 가능성을 계산한 적이 있다. 몇백만 분의 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업경영인들은 그런 혼란이 오기 전부터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인식해 왔다. 기업 경영인들은 지난해부터 소위 경제이론과 회계이론 전문가들이 힘도 못 쓰고 실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에 기업인들은 MBA식 접근법 대신 실제적인 경영 방법에 매력을 느껴 왔다.
   
   그 결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로 경영모델은 변했다. 기업인들은 매일매일 경험과 실전에 기반한 균형 잡힌 새 모델을 원한다. 이 중 많은 이들이 독일을 주목한다. 기업인들은 독일이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를 다른 나라보다 더 잘 넘기는 것을 목격했다. 만약에 독일 중소기업식 접근법을 무시한 채 기업경영에 대해 가르치려 한다면 ‘발로 투표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독일 경제는 세계화된 ‘미텔슈탄트’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명한 대기업들보다 중소기업들이 독일 경제의 뼈대를 이룬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을 살펴봐도, 독일 대기업의 수는 29개에 불과하다. 미국(132)이나 중국(88)은 물론 경제규모가 엇비슷한 일본(62), 영국(32), 프랑스(31)에 비해서도 독일 대기업의 비중은 미미하다.
   
   반면 전 세계 3000개 ‘히든챔피언’ 중 50%는 독일 기업이다. ‘히든챔피언’은 매출액이 연 40억달러에 못 미치고 대기업에 비해 인지도도 낮지만 자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1~3위를 차지하는 일류강소기업을 말한다. 독일 경제의 핵(核)을 이루는 것이 바로 이들 ‘히든챔피언’들이다. 360만개 독일 중소기업 중 34만곳은 수출에도 적극적이다. 4400여개 가족기업은 5000만유로(약 688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직원 수 10명으로 고부가 계측장비를 95% 이상 수출해 30억유로(약 4조1200억원)를 버는 기업도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독일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다각화해 균형유지에 기여해 왔다.
   
   독일 중소기업의 강점을 무엇일까. 첫째, 인간중심 경영이다.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는 것은 기본이다. 잘나가는 중소기업은 일하는 장소에도 신경을 쓴다. 기업경영자는 직원들이 여유롭게 작업현장을 돌아다니며 노련한 선배들로부터 노하우를 배울 시간을 제공한다. 또 이를 통해 직원들은 오랫동안 유지될 친분을 쌓는다. 먼저 직원에게 다가가 그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소기업 경영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이다. 효과적인 인간관계는 중소기업 유지에 있어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중소기업의 이직률은 2% 이하에 불과하다. 장기적 고용관계는 직원들 사이에서 높은 동기부여와 작업능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둘째, 틈새시장을 확실히 장악하고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우리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 ‘고객과의 오랜 관계를 위해 노력한다’는 전략을 경영의 최우선에 둔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강한 신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음향기기 업체인 ‘젠하이저’나, 인쇄기를 만드는 ‘하이델베르거 드럭마쉬넨’을 보자. 고객들은 지금도 40년 전 이어폰과 100년 전 나온 인쇄기의 부품을 주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잘하는 것은 피하려 노력한다. 요하힘 크로이츠부룩은 세포배양 업계의 챔피언이다. 그는 “우리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을 상대로 삽을 파는 것”이라고 말한다.
   
   셋째, 자기 분야의 기술적 리더가 되는 데에 투자 1순위를 둔다. 상대적으로 소자본임에도 불구하고 미텔슈탄트 챔피언의 직원당 특허 보유 수는 대기업보다 5배가량 더 많다. 그러면서도 특허 비용 지출은 대기업의 5분의 1 수준이다.
   
   넷째, 성공한 미텔슈탄트는 가족기업에 기초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160년 역사의 ‘프루덴버그’는 330명의 가족구성원이 이 회사를 8대(代)째 경영해 왔다. 주식은 가족구성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매각하지 않는다. 어떤 개인주주도 2% 이상의 소유권을 보유하지 못한다.
   
   많은 중소기업은 후계자를 책임자 자리에 앉힐 때 오랜 시간을 끌지 않는다. IT 인프라 공급업체인 ‘리탈’의 프리드헬름 로흐는 1974년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았을 때 28세에 불과했다. 당시 200여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1만2000여명으로 늘었다. 지금은 독일에서 여섯 번째로 급성장하는 기업이다. 가족기업의 가장 큰 위험은 ‘축소지향화’와 구성원 간의 ‘내분’이다. 이를 슬기롭게 방지하고 극복하면서 3~4대(代)를 거치는 지속가능한 승계를 이뤄온 것이 독일 가족기업의 핵심 성공요인이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독일의 미텔슈탄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전통을 갖고 있다. ‘보쉬’는 지금은 대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미텔슈탄트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창업자인 로버트 보쉬는 100여년 전부터 좋은 근로 환경을 만들어온 개척자였다. 1906년 이미 작업장에 8시간 근로체제를 도입했고, 평생교육과 의료·복지에서도 개척자를 자임해 왔다. 성공한 미텔슈탄트들은 하나같이 단기적 이익에 몰두하지 않고 원대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구성원들과 협력하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증권시장에 상장해 머니게임을 벌이는 중소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15년 전만 해도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낮은 성장률, 높은 실업률, 추락하는 생산력에 시달렸다. 하지만 독일은 숙제를 끝냈고, 독일 경제를 재조직했다. 또 다양한 기업을 통해 포괄적 성장을 이뤄내면서 제법 잘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로 거듭났다. 일부 성공적 대기업의 역할로 독일 경제가 균형 있게 작동하지만, 독일 경제의 가장 큰 성공의 열쇠는 바로 미텔슈탄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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