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과 러시아연방우주국이 공동 추진하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 ‘엑소마르스’의 상상도. ⓒphoto AP
유럽우주국과 러시아연방우주국이 공동 추진하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 ‘엑소마르스’의 상상도. ⓒphoto AP

화성 탐사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3월 14일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이 공동 추진하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 ‘엑소마르스(ExoMars)’의 첫 번째 탐사선인 가스추적궤도선(TGO)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궤도선에는 화성 표면에 착륙할 탐사로봇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가 탑재되어 있다.

지난 3월 1일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우주비행사 스코트 켈리(Scott Kelly·52)가 지구 위 400㎞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정확히 340일간의 우주 생활을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돌아왔다. 이는 2030년까지 화성에 최초의 우주인을 보내기 위한 NASA 프로젝트 사전 연구의 일환이다.

이제는 지하가 궁금하다

유럽과 러시아가 보낸 가스추적궤도선은 7개월간 수천㎞의 우주 공간을 날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10월 19일 화성 궤도에 진입한다. 이후 ‘스키아파렐리’와 분리된다. 스키아파렐리는 화성 적도 남쪽 메리디아니평원에 착륙한다. 가스추적궤도선은 곧바로 임무에 들어가지 않는다. 1년간 속도를 늦추면서 궤도에 안착한 후 2017년 말부터 궤도를 돌며 2022년까지 활동을 시작한다.

가스추적궤도선의 주요 임무는 대기에 포함된 메탄가스를 포집하는 것. 메탄은 주로 미생물이 배출하거나 화산 폭발로도 생성된다. 따라서 그 자체로 생명체의 단서가 될 수 있고, 화성의 활발한 지질 활동을 의미할 수 있다. 만일 가스추적궤도선이 메탄을 발견한다면, 최근 화성의 어디선가 화산 활동이 일어났거나 미생물이 꾸준히 메탄을 생산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셈이다.

2014년 12월 NASA의 화성 무인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화성 대기와 암석층에 메탄을 비롯한 유기물 입자가 있다는 자료를 지구에 보내왔다. 하지만 그 농도가 이론적인 예상치보다 미미해 메탄의 발생 원인이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분석하기 어려웠다. 이번의 가스추적궤도선은 대기의 1조개 입자가운데 메탄 분자가 하나만 있어도 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명체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ESA는 2005년부터 엑소마르스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젝트는 2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의 1차 발사와 2018년으로 예정된 2차 발사가 그것. 러시아는 2차례 발사에 필요한 로켓 추진장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스키아파렐리는 2018년에 발사될 화성 탐사차량 ‘엑소마르스 로버’를 위한 모의시험용 착륙선 역할도 한다. 자신의 몸에 단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울퉁불퉁하고 거친 화성 표면의 착륙 과정에서 생기는 압력과 저항을 측정하고, 화성의 날씨와 온도변화, 지질환경을 체크하여 지구에 보내는 임무도 맡는다. 이들 정보를 ‘엑소마르스 로버’의 기초자료로 활용해 2018년 완벽한 탐사선을 보낸다는 게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

그동안 유럽과 러시아는 화성에 여러 차례 탐사선과 착륙선을 보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엑소마르스 프로젝트가 성공해 탐사에 들어간다면 유럽과 러시아는 과거의 실패를 설욕하는 셈이 된다.

지금까지 화성 탐사는 거의 미국의 독무대였다. 현재 화성 표면에서 광물을 채집하며 탐사를 벌이고 있는 로봇 또한 NASA가 보낸 두 대뿐이다. 2004년 화성에 착륙한 ‘오퍼튜니티’와 2012년에 도착한 로봇 ‘큐리오시티’가 그것이다. 그런데 ESA가 2018년에 보내게 될 ‘엑소마르스 로버’는 이것들과 좀 다르다. 미국의 탐사로봇이 화성 표면 위주로 활동한다면 엑소마르스 로버는 탐사 범위를 화성 속까지 확대한다. 화성 지표면을 2m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드릴링 시스템을 장착해 샘플을 채취한 다음 지하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화성 최초의 내부 탐사인 셈이다. 엑소마르스 프로젝트가 더욱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주에서의 신체 변화를 살피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40일간 머무른 뒤 귀환한 우주인 스코트 켈리(오른쪽)와 지구에 남아 있었던 쌍둥이 형 마크. ⓒphoto NASA
우주에서의 신체 변화를 살피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40일간 머무른 뒤 귀환한 우주인 스코트 켈리(오른쪽)와 지구에 남아 있었던 쌍둥이 형 마크. ⓒphoto NASA

쌍둥이 우주비행사의 위대한 실험

엑소마르스 프로젝트가 무인 탐사선을 통한 화성 탐사의 연구라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40일 동안 체류하고 돌아온 스코트 켈리의 실험은 인류를 화성에 보내기 위한 것이다. 340일은 미국 우주인 역사상 최장 기간에 해당한다. 우주인의 장기 체류는 화성 탐사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보통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기간은 최대 180일. 이보다 더 긴 시간을 무중력의 우주에서 보내게 되면 신체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 버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비행사를 좀 더 오래 우주에 머물게 하려는 이유는 화성을 비롯한 먼 우주로의 우주 진출 가능성 때문이다. 애초 스코트 켈리가 오래 우주에 체류한 궁극적인 목적도 화성을 향해 장기간 비행해야 하는 우주인을 위해 건강상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다.

스코트 켈리의 가장 큰 임무는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의 신체가 장기간 노출돼 있는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를 몸소 겪어 그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거리는 약 7800만㎞.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205배나 되는 수치다. 이러한 장거리는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인류의 도전이다.

특히 스코트 켈리는 함께 우주비행사를 지낸 일란성 쌍둥이 마크 켈리를 형제로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주에서의 인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기회를 제공한다. 동생 스코트는 우주에 있고 형 마크는 지구에 남아,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DNA와 RNA를 포함한 신체적 변화를 비교하면 우주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코트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면서 정기적으로 신체 각 부위와 감정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지구에서는 형 마크가 동생과 똑같은 검사를 받았다. 인류 최초로 진행되는 쌍둥이 신체 변화의 실험이었다.

한편 스코트는 우주 체류 기간 동안 400개 이상의 실험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처럼 베지(Veggie)라는 실험장치를 이용해 우주정거장에서 상추를 직접 길러 시식하는 실험에 성공했고, 지난 1월에는 백일홍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우주 공간 또는 외계의 행성에서 식물을 재배하여 먹고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다.

현재 NASA는 켈리 형제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신체검사에 들어갔다. 그동안 두 형제가 우주와 지구에서 받은 검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혈액·침·소변 등의 샘플 채취는 기본이고 체중이나 근육량, 골밀도, 심장은 물론 눈동자의 모양까지 관찰했다. 기분이나 스트레스, 인지능력 등 정신의학 검사도 받았다. NASA는 3년에 걸쳐 이를 검사할 예정이다. 쌍둥이 형제의 정밀검진 결과와 뜻깊은 도전이 인류가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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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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