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갈등을 빚었던 하나투어(왼쪽)와 교보증권 본사.
최근 갈등을 빚었던 하나투어(왼쪽)와 교보증권 본사.

기업분석과 목표주가 등이 포함된 기업분석 보고서를 두고 증권사 리서치센터들과 일부 상장기업 사이에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소속된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일부 상장기업 간 갈등은 주식시장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런데 지난 4월 초 교보증권과 하나투어 간 갈등이 격화되며 ‘증권사 vs 상장기업’ 간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투자자들과 대중에게 본격 공개된 것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3월 30일 교보증권이 투자자들에게 기존 20만원으로 제시했던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갑자기 반토막에 가까운 11만원으로 대폭 낮춘 하나투어의 기업분석을 내놨다. 당시 교보증권 정유석 연구원은 하나투어에 대해 “신규 사업인 면세점 사업이 (하나투어) 전체 실적 증가에 기여하기까지 기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존 20만원이던)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낮춘다)”이라고 했다. 정유석 연구원은 하나투어의 신규 사업인 면세점 사업이 원래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를 들어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시켰다. 하나투어가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을 당시 자신이 예상했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비해 2016년 현재 새로 예상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교보증권과 정유석 연구원의 주장이었다.

이 분석 보고서가 나오자 4월 초 하나투어는 매출액 등 각종 수치 등이 잘못된, 엉터리로 만들어진 보고서라며 교보증권과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이 분쟁 중 하나투어 IR 관계자와 교보증권 연구원 사이 언쟁이 벌어졌다. 하나투어 IR 관계자와 교보증권 연구원 사이에 벌어진 언쟁 중 ‘향후 교보증권 연구원에 대한 하나투어의 자료 제공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식의 내용까지 언급되며 교보증권과 하나투어 측의 갈등이 결국 세간에 공개된 것이다.

교보증권 vs 하나투어 ‘잘못된 분석’ 다툼

문제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나투어 IR 관계자와 교보증권 연구원 사이 벌어진 언쟁과 내용을 두고, 이번에는 한국에서 영업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공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상장기업인 하나투어가 분쟁이 벌어진 증권사 관계자의 기업 탐방을 막겠다는 것 아니냐”며 “투자분석 정보를 두고 상장기업이 증권사에 대해 갑(甲)질을 하는 것이냐”는 비난과 함께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4월 6일 증권사 리서치센터 센터장들이 이 사건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까지 가졌다. 그리고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4월 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32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센터장들이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리서치센터장들은 “상장사의 성장성 등 기업 가치에 관한 의견은 시장 참가자별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증권회사의 조사 분석 자료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증권회사의 조사 분석 자료는 투자자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를 위한 자본시장의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애널리스트들은 항상 무거운 소명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집단 성명 발표를 통해 자신들이 만든 기업분석 보고서를 ‘자본시장의 인프라’로 표현하는가 하면 ‘애널리스트의 소명의식’을 거론하는 등 증권사들의 기업분석 사업을 은연중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상 일부 상장기업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되는 성명을 집단으로 내놓은 것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집단 성명을 기점으로 애초 기업분석과 기업 보고서의 정확성·객관성 등의 문제를 두고 벌어진 ‘교보증권과 이 증권사 소속 리서치센터 연구원 vs 하나투어’ 간 분쟁이, 결국 ‘증권사 vs 일부 상장기업’이라는 ‘집단 vs 집단’의 갈등으로 폭발해버렸다.

물론 이 사건 후 하나투어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사태 확산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표면적으로 서로 이 문제를 원만하게 봉합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교보증권 연구원이) 목표주가를 낮춘 걸 문제 삼은 게 아니었다”며 “면세점 실적 수치를 교보증권의 해당 연구원이 (분석 보고서에) 잘못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안을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문제 삼으면서 상황이 확산됐던 것”이라며 “이에 대해 (하나투어) IR 관계자가 문제를 제기하다가 언쟁이 발생했고, 언쟁 중 나온 언사에 대해 사과했다”고 했다.

교보증권 역시 자신들이 ‘증권사 vs 상장기업’의 대결과 갈등의 당사자로 계속 거론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 차원의 공식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당시 상장사와의 갈등을 야기한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의 김영준 센터장이 “당시 상황은 하나투어 측과 원만히 해결했다”는 입장을 말했다. 그런데 하나투어 측이 주장하는 교보증권이 잘못된 자료와 수치로 하나투어의 매출액·영업이익 보고서를 썼다는 주장에 대해 교보증권 김영준 센터장은 “하나투어에서 그렇게 얘기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이미 지나간 문제”라며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일부 증권사의 엉터리 분석과 황당 보고서

하나투어와 교보증권, 모두 자신들이 ‘증권사 vs 일부 상장기업’ 간 갈등에 불을 지핀 주인공으로 부상한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부담이 둘 모두에게 ‘일단 휴전하고 사건을 봉합하고 보자’는 기류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상장기업들 사이에서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내놓고 있는 기업분석 보고서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시장에 대한 객관적 평가 능력이 부족하고, 특히 기업·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거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평이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이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만들어낸 부정확한 기업분석 자료가 언론과 투자자들에게 걸러지지 않고 공개되면서 기업 가치를 왜곡시키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하나투어 측은 “IR 관계자가 자신이 한 언사에 대해 교보증권 측에 사과한 것”이라면서, 갈등의 본질은 “교보증권 연구원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기업 지표를 잘못 기재했고, 또 잘못된 정보를 활용해 보고서를 만든 것”이라는 입장을 여전히 밝히고 있다.

취재에 응한 몇몇 기업 관계자 역시 “일부 증권사의 몇몇 애널리스트 중에는 분석력 자체가 신뢰하기 힘들 정도로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으며 “담당하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력과 전문성이 의심스러운 이들이 실제로 있다”고 지적했다. 한 컨설팅 관련업계 관계자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기업과 산업 분석의 목적과 사용처가 증권사의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한국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참고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쓴 기사를 가공해 마치 자신이 분석한 내용처럼 보고서에 싣는 경우도 있고, 분석 방식과 분석 근거가 자의적이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사례도 확인되는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망하기 직전에 몰려 있을 만큼 엉망인 ○○해운에 대한 기업분석이라며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지난 4월 내놓은 기업 보고서 등,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투자자에게 제공했던 몇몇 기업분석 보고서 내용을 거론했다. 그는 “재무자료를 확인하고 관계자 인터뷰만 해도 이 같은 내용의 분석이나 보고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게 상식”이라며 “오래전부터 언론을 통해 위험하다고 거론된 기업과 산업조차 ‘괜찮다. 앞으로 나아진다’는 식의, 엉터리 보고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의아하다”며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과 보고서를 꼬집었다.

취재에 응했던 상당수가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기업분석과 보고서가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일부 상장기업의 도를 넘는 과민대응도 문제지만, 잘못된 분석과 보고서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를 수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한국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의 잘못된 관행이 시장 왜곡과 불신을 더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 제한 들먹이는 일부 상장사

증권사 관계자들 역시 일부 상장사가 보이고 있는 대응 행태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일부이긴 하지만 기업들이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분석이나 보고서를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해 과격한 언사를 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했다. 특히 투자자에게 기업을 분석해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업(業)인 애널리스트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향후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거나 ‘기업탐방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식의 언사는 상장기업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며 “몇몇 기업들이 보이고 있는 언행이 시장을 더 왜곡시킬 수 있고, 특히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가능성을 키우는 위험한 행위”라고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일부 기업이긴 하지만 기업 정보 제공 등 시장 정보를 무기로 은연중에 애널리스트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기업보고서를 투자자들과 운용사들에 팔아야 하는 식의 영업을 해야 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들 입장에서, 기업 정보 제공을 거론하는 일부 상장사의 행태가 ‘갑(甲)질 아니냐’는 식으로 느껴졌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일이 이어지던 중 하나투어와 교보증권 관계자 간에 벌어진 언쟁이 결국 두 집단의 갈등을 폭발시킨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두 집단 간 분쟁과 갈등에서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건 사실 선량한 일반 투자자들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눈에 증권사와 상장기업들 간 최근의 갈등 폭발은 자신들의 이권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로밖에 비쳐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의 부정확한 분석과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보고서들이 문제가 됐던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상장기업들 역시 중요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공된 정보들만 제공하는 행태를 벌이다가 결국 투자자의 피해를 키운 사례 역시 비일비재하다.

교보증권과 하나투어 간 분쟁을 통해 수면 아래 있던 증권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vs 일부 상장기업 간 불신과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표면적으로는 잠잠해진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두 집단 간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투자와 시장 정보를 쥐고 있는 두 집단의 갈등 속에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선량한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혼선 같은 피해 예방 조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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