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을 활용한 로그인 화면.
영화 ‘마션’을 활용한 로그인 화면.

삼성그룹이 사내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을 임직원들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그룹과 관련된 사회적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로그인 화면으로 띄우기도 하고, 때론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한 웃음 가득한 화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 가끔 기분 좋아지고 힘이 될 만한 따뜻한 시 한 편이 인트라넷의 로그인 화면을 채우기도 한다. 딱딱하고 지극히 사무적일 수 있는 기업의 인트라넷을 임직원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은 물론,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삼성그룹 인트라넷은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는 아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재직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공간이다. 삼성그룹 인트라넷 홈페이지의 로그인 화면도 사실 처음에는 사원들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칸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삼성그룹 인트라넷 홈페이지의 로그인 화면이 7년 전인 2009년 4월 바뀌었다. 2009년 4월 이후 ID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던 로그인 화면이 매일매일 다른 화면과 다른 메시지가 담긴 소통의 장으로 변신했다.

예를 들어 날씨가 추운 ‘대한(大寒)’이면 생뚱맞게 대파 이미지 위에 ‘한파’라는 표현을 화면에 함께 등장시켜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곤 ‘추위를 뚫고 출근하기 힘들었을 텐데, 이깟 한파 웃음으로 떨쳐 버리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식이다. 또 영화 ‘마션’에 등장하는 “일단 시작해야 해, 계산을 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제 하나를 우선 해결하는 거야.…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가는 거야”라는 대사와 함께 영화 장면을 화면에 등장시키기도 한다.

삼성그룹 인트라넷 첫 로그인 화면.
삼성그룹 인트라넷 첫 로그인 화면.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 찾아

삼성그룹은 사내 인트라넷 화면을 이렇게 바꿔 매일 아침 임직원들이 한 번은 접하게 될 회사 홈페이지를 단순히 보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게 꾸몄다.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그룹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은 매일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2015년에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252개의 다른 콘테츠가 삼성그룹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으로 쓰였다. 로그인 화면은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제작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매일 아침 10시 로그인 화면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편집회의를 한다”며 “이를 통해 어떤 정보와 어떤 이미지가 실릴지 정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매일매일 바뀌는 새로운 화면을 구성하고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생활 속에서 로그인 화면 아이디어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동료들과 나누는 작은 이야기나 상사의 말 한마디에서도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며 “무엇이든 많이 보고 접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삼성그룹과 관련된 모든 소식은 물론 가벼운 연예 뉴스, SNS 속 이야기들이 좋은 소재가 되고 때론 좋은 메시지가 된다면서 성경이나 불경 등 종교가 전하는 이야기도 로그인 화면의 소재로 쓰고 있음을 말했다.

일본 프로야구 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활용한 로그인 화면.
일본 프로야구 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활용한 로그인 화면.

시, 영화, 드라마 등을 이용해 매일매일 다른 화면을 구성하는데 저작권 문제도 확인 후 사용한다고 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로그인 화면의 글과 이미지는 저작권 확인 후 사용한다”며 “(저작권자에게) 직접 사용 요청을 하기도 하고, 서면으로 계약 체결 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저작권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연이 맺어지기도 한다는 게 삼성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일 새로운 로그인 화면을 제작해온 삼성그룹 담당자들 사이, 그 많았던 화면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삼성그룹 관계자는 ‘일본 프로야구 투수 오타니 쇼헤이의 세부 목표 달성’ 화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SNS에 떠도는 이야기의 출처를 찾느라 일본 방송과 신문기사를 오가며 애를 좀 먹었다”면서 “임직원들의 이미지 소장 요청도 많았고, 사내 블로그에 스크랩해간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또 ‘컬러링 북’을 로그인 화면으로 활용한 것 역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상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 기획 단계부터 테스트만 수십 번 한 것”이라며 “이 로그인 화면에 대한 메일과 메신저, 블로그 댓글이 많았다”고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통찰을 주는 명언과 시, 고사성어, 계열사 소식, 썰렁 유머 등 삼성 임직원들이 하루 업무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셉트로 제작하고 있다”며 “이 같은 로그인 화면을 통해 부침을 겪고 있는 직장인에게 활기와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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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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