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국인 3명이 조종한 드론이 두오모성당 케이블에 부딪히면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국내의 한 촬영업체 소속인 이들은 드론 촬영 금지 구역인 이곳에서 공중 촬영을 시도하다 경찰에 적발돼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그 다음 달인 지난해 7월에는 잉글랜드 스터드랜드 지역 누드비치에 드론이 뜨면서 누드로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 총리 관저 옥상에서 소량의 방사능 물질을 탑재한 채 불시착한 소형 드론 1기가 발견됐다. 범인은 40대 남성으로 “원전 반대 주장을 호소하기 위해 드론을 날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밖에도 2013년 8월 영국 해군 잠수함 생산시설에 드론이 등장해 국가 주요 생산기술을 촬영해 유출하려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5월 18일 정부는 민간 부문의 드론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드론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완화가 국내 민간 드론시장에도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드론 규제 완화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드론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안보 관점에서 보면 드론 규제 완화는 골치 아픈 뉴스이다. 드론의 보편화가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고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사고뭉치 드론의 5가지 문제

드론으로 야기되는 문제점은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충돌로 인한 피해이다. 드론 조작은 어렵지 않지만 바람에 따라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는 세계문화유산인 효고현 히메지성 전각인 오덴슈에 소형 드론이 충돌해 창틀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둘째, 앞에서 소개한 영국 해군 잠수함 기술 유출 사건처럼 중요 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

셋째, 소음 유발도 문제다. 드론의 날개 회전속도는 주위에 큰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소리도 클 수밖에 없다.

넷째, 드론은 테러에 활용될 우려가 크다. 지난해 7월 유튜브에는 ‘총 쏘는 드론’ 영상이 소개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원격조종으로 총을 쏠 수 있는 문제의 드론은 미국의 대학생이 만든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 연방항공청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다섯째, 드론은 해킹에 취약하다. 보안이 뛰어난 군용 드론도 간단하게 해킹을 당한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다. 2008년 미군의 드론인 프레데터는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26달러에 구매한 해킹프로그램에 해킹당해 드론에 담겨 있던 국가 주요 정보 동영상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로 인해 당시 미국은 국가안보에 큰 타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4년 최신 기종인 미국의 RQ-140 드론이 이란에 납치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은 해킹으로 착륙지점을 바꿔 드론을 납치한 후 미국의 드론 원천기술을 탈취했다.

드론 보급화가 본격화된다면 위와 같은 보안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안보와 경제를 고려해 신중히 드론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과 유럽의 드론 규제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드론 규제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펴고 있을까. 미국과 유럽은 서로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드론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반면 유럽은 자유롭다. 미국은 드론 규제를 연방항공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연방항공청은 안전을 위해 상업용 드론 최고속도를 시속 161㎞/h 미만으로 제한하고 무게도 최대 25㎏ 이내로 제한했다. 드론을 날리기 위해서는 공항에서 최소 8㎞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드론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조종 면허증을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종 면허증은 만 17세 이상이면 응시할 수 있고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갱신기간은 2년이다. 드론 조종은 조종사 시야범위 내에서만 조종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에 아마존 무인드론 서비스가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반면 유럽은 드론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규제 적용대상은 150㎏을 초과한 드론에 한해서만이다. 150㎏ 초과 드론은 사람이 살지 않은 지역에서 운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전승인을 얻어야 한다. 150㎏ 이하에 대해서는 유럽 국가별로 규제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드론 규제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의 경우 25㎏ 이내의 드론에 대해 촬영만 엄격하게 규제할 뿐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미국과 유럽을 비교해볼 때 드론의 활성화와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바람직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선 드론 조종 실수로 발생되는 충돌과 사고를 막기 위해서 조종사 자격증 소유를 의무화해야 한다. 미국처럼 엄격하게 할 필요는 없고 갱신주기를 5년, 연령제한을 만 13세로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 각종 몰카범죄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무허가 촬영에 대해 엄격한 처벌규정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지난해 뉴욕과 시카고 도심 상공 비행 제한구역 등에 드론을 띄워 항공사진을 촬영한 시카고 사진 서비스 전문업체 ‘스카이팬 인터내셔널’에 대해 190만달러라는 벌금 폭탄을 내렸다.

끝으로 드론 등록제가 필요하다. 등록제는 드론 소유에 책임감을 부여해 사고와 범죄에 주의하도록 한다. 대신 드론 등록절차를 간소화해 등록에 반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은 1㎏ 이상의 드론 등록제를 추진 중이다.

요약하면 드론 규제 범위는 넓게 적용하되 규제 정도는 가볍게 해 드론 사용자들의 반발이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 동시에 드론 규제정책을 늘려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항공우주무기 시장 컨설팅업체인 틸그룹은 전 세계 드론시장이 2014년 52억달러에서 2023년에는 11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기준 민간 부문은 1.2%밖에 되지 않지만 민간시장 성장률이 군용시장 성장의 5배에 달해 2023년엔 8%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사는 필자의 개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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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민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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