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라스베이거스 인근 사막에서 실시된 하이퍼루프 추진체 주행 테스트. 1.1초 동안 시속 186㎞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photo www. digitaltrends.com
지난 5월 11일 라스베이거스 인근 사막에서 실시된 하이퍼루프 추진체 주행 테스트. 1.1초 동안 시속 186㎞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photo www. digitaltrends.com

현존하는 가장 빠른 이동수단인 비행기보다 더 빠른 초음속 열차가 실용화될 것으로 보여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근교의 사막지대에서 초음속 열차인 ‘하이퍼루프(Hyperloop)’의 추진체 주행 테스트가 있었다. 추진체는 1.1초 동안 시속 186㎞ 속도로 주행한 뒤 멈춰 섰다. 최고속도는 483㎞. 이번 주행 테스트 성공으로 실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시속 1200㎞ 기술 눈앞에

하이퍼루프는 2013년 8월,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모터스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구상해 발표한 개념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사람을 태운 채 진공 튜브형 터널 속을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캡슐(열차)이다.

하이퍼루프가 지나가는 길은 일반 도로처럼 옆이나 천장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 기존 열차와 달리 공기를 뺀 진공 튜브(터널) 안에서 열차를 자기부상 원리로 띄운 상태에서 달리도록 한 것. 지난 5월의 테스트에서는 실제로 진공 터널을 설치하지는 않았다. 전자석을 이용해 무게 680㎏짜리 차체의 가속 시스템만 시험했다. 거리도 시험용 궤도 1㎞만을 달렸다.

지구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저항을 받아 마찰이 생긴다. 기차·자동차·비행기는 공기저항을 받고, 보트와 잠수함은 물의 저항을 받는다. 이로 인해 속도의 제한을 받고 열이 발생한다. 하이퍼루프는 공기저항을 제로에 가깝게 줄이기 위해 도로를 진공상태로 바꾼 것이다. 공기저항이 낮을수록 물체가 가속하는 데 따르는 에너지의 손실도 그만큼 줄어든다.

진공을 만들기는 비교적 쉽다. 진공펌프를 활용해 터널 속의 공기를 뽑아내면 된다. 이렇게 진공과 유사한 수준으로 공기를 제거하면 공기마찰이 최소화되어 열차가 터널 속을 최고시속 1220㎞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설명이다. 이 정도 속도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 걸린다. 아직 시속 1000㎞를 넘는 민간 항공기가 없다는 걸 감안하면, 현존하는 모든 교통수단을 초월하는 속도다.

하이퍼루프가 움직이는 원리는 자기부상열차와 비슷하다. 하이퍼루프는 기차처럼 여러 량이 연결된 게 아니라 1량만 움직이도록 무게를 최소화해 설계되어 있다. 그렇더라도 시속 1200㎞로 움직일 경우 엄청난 마찰열이나 마모 등으로 철로가 버텨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시속 400㎞를 넘는 열차의 경우 레일 위에서 바퀴가 헛돌면서 쇠로 만든 바퀴가 깎여나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영구자석을 이용한 기존의 ‘자기부상’을 적절히 조합한 방식이다.

하이퍼루프는 출발하고 나서 곧 충분한 가속도를 얻게 된다. 이때 열차에 달린 거대한 팬(압축기)이 공기 베어링(Air Bearing)을 형성시키며 열차를 공중에 살짝 띄운다. 공기 베어링이란 압축기에서 나온 높은 압력의 공기로, 물체 간의 마찰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즉 공기 베어링이 열차 앞쪽의 희박한 공기를 빨아들여 공기저항을 줄이는 동시에 압축공기를 바닥으로 뿜어내는 방식으로 열차를 공중에 떠오르게 만든다.

사실 공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은 튜브의 유지비용 때문이다. 기존의 자기부상열차는 전기로 열차를 띄우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기 일부를 남겨 그것을 활용하게 되면 차체 부상에 필요한 전력을 따로 공급할 필요가 없어 운영비가 크게 줄어든다. 하이퍼루프는 완벽한 진공터널을 지향하지 않는 대신 튜브의 내부 압력을 100파스칼(Pa), 즉 0.000987기압이 될 때까지 공기를 제거한다. 그렇게 해도 공기저항이 1000분의 1로 낮아져 비교적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초음속에 근접하는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이퍼루프를 ‘신의 한 수’의 기술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초음속 열차의 운용에 필요한 모든 동력은 태양전지로부터 얻는다. 승객이 탄 열차를 엄청난 속도로 추진하는 힘은 튜브 외부에 달린 리니어(직선) 모터를 이용해 자기력으로 얻는다. 감속을 할 때도 일반 자기부상열차처럼 리니어 모터를 역방향으로 돌려 속도를 재빨리 줄인다. 리니어 모터는 전기를 사용해 직선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동력원인데, 이 모터의 전기에너지를 튜브 바깥쪽에 설치된 태양열 전지판을 이용해 공급받는 것이다.

미국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614㎞ 구간에 하이퍼루프를 설치할 예정이다. 두 구간을 연결하는 튜브 건설이 완료되면 그때부터 하이퍼루프가 본격 운용될 예정이다. 2020년이 완공 목표다. 이 노선을 중심으로 가지를 뻗듯 튜브가 확산될 전망이다. 머스크가 추정하는 건설비용은 약 60억달러.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토지 매입 비용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고 평가하면서 실제 건설비는 60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1량, 28인승이 최대 약점

현재 스페이스X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 하이퍼루프 테크놀러지(HT), 하이퍼루프 교통 테크놀러지(HTT), 나사(NASA)의 지원을 받는 스카이랜 등이 참여해서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HTT는 캘리포니아주 일대에 약 8㎞에 이르는 트랙을 건설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러시아는 자체 기술로 건설에 들어갔다. 첫 단계 공사는 발트해 연안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구간(640㎞)에서 시작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 열차를 극동과 러시아 북쪽까지 연장해나갈 계획이다. 동유럽의 슬로바키아에서도 하이퍼루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구간은 브라티슬라바에서 코시체까지 400㎞.

현재 구상 중인 하이퍼루프 시스템은 한 번에 30t까지 실어나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열차가 1량(28인승)밖에 되지 않아 탑승인원이 소수라는 것. 하이퍼루프의 튜브는 밀폐형이라 외부 풍경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열차 내벽에 창문 대신 평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다. 디스플레이에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농지, 호수, 숲 등의 풍경이 차례로 나타난다.

머스크가 예상하는 열차의 티켓은 단돈 30달러. 30달러로 30분 만에 600㎞를 이동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이퍼루프가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생활방식은 혁신적 변화를 맞을 것이다. 편리성과 경제성은 물론 그야말로 물류혁명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이 기존 기술의 조합에 불과하지만 우리 삶을 바꿔 놓은 혁신이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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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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