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거대 과학기술 프로젝트인 ‘해양 관측 이니셔티브(OOI·Ocean Observatories Initiative)’가 최근 본격 가동되었다. 10년 동안 수백 명의 해양과학자가 참여하여 대규모 작업을 해온 끝에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해양 관측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 ‘OOI’는 바다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바닷속을 관측할 수 있도록 해저 무인관측소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투자비용은 3억8600만달러(약 4490억원). 단일 프로그램에 이처럼 거대한 예산과 노력을 투입한 것은 미국 해양과학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 세계가 바다의 변화를 주목할 만큼 갈수록 바다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바다도 알고 보면 머나먼 우주만큼 다가가기 어려운 곳이다. 바닷속은 수심 10m씩 내려갈 때마다 압력이 1기압씩 높아진다. 즉 평균 수심인 1000m의 바다에 가면, 손톱 위에 100㎏의 역기를 올려놓은 것과 같은 압력이 가해진다.

또한 수심이 깊은 바다는 햇빛이 물을 통과하지 못해 매우 컴컴하다. 보이지 않아 그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감지하지 못하면 바다를 잘 활용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바다를 관측하고 탐사하기 위한 첨단 과학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기획된 것이 ‘가상 해양 관측(virtual oceanography)’ 기술을 동원한 ‘OOI’이다. OOI는 바다에 매번 나가지 않아도 인터넷만으로 관측이 가능한 해양 원격 탐사 프로그램이다.

OOI라는 아이디어는 미국 이동통신 회사 AT&T의 구식(舊式) 해저케이블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나온 작품이 ‘해저케이블로 연결된 4개의 심해 관측 지역과 2개의 연안 장비를 미국 연안에 설치하자’는 OOI 프로젝트다. 2005년 부시 행정부에 의해 제안돼 2007년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

NSF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OOI를 추진한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해양 현상을 잠깐씩 훑어보는 조사선·잠수정이나 바다 표면만을 관측하는 위성 관측으론 바다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OOI는 이런 한계를 극복해 지속적으로, 쌍방향 통신으로, 24시간 실시간으로 해양을 관측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목적이다. 데이터가 없으면 미래의 모델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법. 해양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데이터이다.

기본적으로 OOI 프로그램은 3가지 연구를 목표로 한다. 하나는 해저케이블망을 이용해 지구를 가로지르는 지각판과 심해를 연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계류와 부이(buoy), 자율무인잠수정(AUV) 등을 이용해 연안 환경 등을 관측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표류계, 부표, 부이 어레이, 기타 쌍방향 통신 시스템을 이용해 영양염(營養鹽·바닷물 속의 규소, 인, 질소 등의 염류를 총칭) 순환, 대기·해양 반응, 해류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이 처음 설치한 네트워크는 시애틀 남서부 해역의 후안데푸카(Juan de Fuca) 지각판의 수십 개 장비들을 연결하는 광섬유 네트워크다. 후안데푸카 지각판은 캘리포니아에서 캐나다 밴쿠버섬에 이르는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로 설치한 네트워크는 미국 연안에서 엽록소, 용존산소 등을 측정하는 고정관측(mooring) 장비로, 6개의 무인관측기(glider)가 고정관측 정점 사이를 커버한다. 세 번째는 4개의 심해 장소에서 고정관측 장비와 무인관측기를 이용하여 관측하는 네트워크다. 모든 네트워크는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

현재 OOI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곳은 7개 지역. 미국 동부와 서부, 그린란드, 알래스카,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태평양 등이다. 정해진 수심의 특정한 위치에 설치한 900여개의 센서를 통해 해수 온도의 변화와 해류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심해 미생물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해양 환경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또 음파를 이용해 수직적인 유속 구조 등도 측정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까지의 고래 이동 경로 등도 수집하는 데이터의 하나. 수집한 데이터는 화산 폭발, 지진, 폭풍, 쓰나미 등의 자연현상과 해양의 물리·화학적 상태 변화, 해양생물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자료는 지속적으로 수집되며, 수집된 자료들은 인공위성을 통해 바로 전송돼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따라서 누구든지 홈페이지(OceanObservatiories.org)를 통해 바다의 환경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 OOI 네트워크는 우즈홀해양연구소, 스크립스해양연구소, 오리건주립대학에서 관리한다. 예상 수명은 25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정 범위는 전 세계 해양의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동해에도 유사한 네트워크 구축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OOI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 9개 회원국 19개 연구기관이 공동 참여하여 GROOM(Glider for Research Ocean Observing Management)이라는 해양 관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중글라이더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적도 관측용 TAO/TRITON 부이를 수중글라이더로 대체하기 위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해양환경측정망을 발전시켜 OOI와 유사한 수준의 해양 관측 네트워크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동해의 MMS(Multi-Marine Station) 구축이 그것. MMS는 동해의 천해 조건과 심해 환경을 고루 활용하여 해양을 입체적으로 관측하고, 동시에 다양한 시험까지 하여 기존에 할 수 없었던 동해 해양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프로젝트의 하나다.

동해의 환경은 태평양이나 인도양과 비슷하다. 따라서 대양에서처럼 무인자율관측선이나 수중글라이더를 통한 해양 관측 연구를 할 수 있고, 각종 심해로봇이나 해저 광물자원을 채광할 수 있는 로봇 등을 이용해 다양한 자료 수집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해는 태평양이나 인도양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 이러한 동해의 해양 환경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동해연구소에서는 임해 접근성을 최대한 활용한 수시·장기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현재 양질의 관측 자료를 생산 중이다.

그러나 동해의 전체 환경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관할수역 연구가 필요하다. 동해는 북한, 러시아(동해 북부), 일본(동해 동부) 등과 접해 있기 때문이다. 해양 관측에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적인 협력체계 속에서 전 지구적 규모의 관측 네트워크가 구축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다. OOI는 해양과학자들의 꿈을 현실로 이루었을 뿐 아니라 해양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협력하는 방식을 찾고자 우리의 해양과학자들도 해양 관측 시스템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키워드

#과학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