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 ‘빙’.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 ‘빙’.

유로2016의 열기가 프랑스의 여름보다도 더 뜨겁다. 유럽 국가만이 참가해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는 유로2016은 ‘제2의 월드컵’ ‘브라질이 빠진 미니 월드컵’ 등으로 불리며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많은 관심을 받는 대회답게 우승팀에 관한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통계학 이용한 인공지능 시스템 ‘kickoff.ai’

운동경기 예측은 전 세계 스포츠팬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특히 전 세계 인구가 사랑하는 축구는 사소한 정보에도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독일 오버하우젠에 있는 한 수족관의 문어 ‘파울’이 7번의 독일 대표팀 경기와 결승전 승패를 정확히 예측해 ‘점쟁이 문어’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두 나라의 국기가 새겨진 유리상자 2개 중 한쪽을 선택해 홍합을 꺼내 먹는 방법으로 결과를 맞혀 경기 이상의 관심과 재미를 선사했다.

적중률 100%의 신기(神氣)를 자랑했던 파울은 2년9개월의 짧은 생을 마치고 2010년 10월 자연사했다. 이후 코끼리, 너구리, 수달 등 각종 동물들이 파울의 후예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과연 ‘유로2016’에서는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할까.

이번 유로대회 이슈의 백미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축구 경기를 예측하려면 방대한 양의 기존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소속팀, 포지션, 경기 참가 횟수와 시간 등의 외부 요인뿐 아니라 선수 개인의 특성과 능력까지 샅샅이 살펴야 향후 경기력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스위스 로잔공과대학(EPFL) 연구팀이 축구선수별 득점 수는 물론 우승팀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해 화제다. 새로운 알고리즘의 ‘kickoff.ai’가 그것. 이 예측 시스템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통계학을 이용한 수학적 모형이어서 신뢰도가 높다. 연구진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유로2016’에 참가하고 있는 팀별 리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참가한 모든 선수들의 개인별 특성까지 정량화한 덕분에 베이지언 추론(Bayesian inference)의 예측 모형을 완성했다. 통계학적인 이 추론 방식은 가설(hypothesis)을 세워놓고 그 가능성을 철저히 분석해 들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kickoff.ai’에 설정한 핵심은 두 가지. 첫째는 성격이나 특성 등 각 선수에게 내재되어 있는 개인적 요소들을 정량화한다. 선수의 능력은 물론 그때그때 컨디션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세밀하게 참작하여 자료를 분석하는 것. 둘째는 각 팀의 리그 시즌별 득점 수를 통해 ‘사후 예측 분포’를 구한다. 즉 변수가 많은 선수들의 활약 정도를 추적 분석해 팀 전체를 평가하고, 그 분석 결과를 통해 승부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전의 축구 예측 시스템이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 팀 전체의 활약 정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kickoff.ai’는 선수 개개인의 활약도를 기반으로 우승팀을 예측하기 때문에 정확도에서 더 앞설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예측 시스템은 ‘유로2012’ 때 실험적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토너먼트 게임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정확도가 축구 도박 사이트에서 할당하고 있는 배당률과 거의 일치할 정도로 높았다. ‘kickoff.ai’는 현재 ‘유로2016’에 적용돼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부터 시작된 토너먼트의 승자를 정확히 알아맞히고 있는 중이다. 이번 유로대회에서 그 정확성이 입증되면 월드컵 등 다른 축구대회에도 이 프로그램을 적용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 ‘블루욘더’.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 ‘블루욘더’.

MS의 빙 vs 블루욘더와 골드만삭스

세계적 IT 기술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야후도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유로2016’ 우승팀을 예측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검색 엔진 ‘빙(Bing)’이 소셜미디어 분석, 온라인 검색, 선수 지표와 부상, 최근의 팀 성적 평가를 바탕으로 특수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 ‘유로2016’의 모든 경기 결과를 내놓고 있다.

먼저 ‘빙’이 예측한 8강은 스페인 vs 우크라이나, 잉글랜드 vs 포르투갈, 독일 vs 이탈리아, 프랑스 vs 아이슬란드, 4강은 스페인 vs 잉글랜드, 독일 vs 프랑스이다. 그럼 과연 우승팀은 어디일까. ‘빙’은 스페인과 독일이 결승에 진출해 전차군단 독일이 우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독일의 우승 확률은 66%. ‘빙’은 오스카상과 크리켓 월드컵(Cricket World Cup) 우승팀도 정확하게 예측한 적이 있다. ‘빙’의 예측대로 독일이 ‘유로2016’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20년 만에 우승컵을 거머쥐는 셈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 회사인 ‘블루욘더(Blue Yonder)’도 ‘유로2016’ 우승팀을 점치고 있다. 프랑스가 스페인을 누르고 우승할 것이라는 것. 프랑스 팀이 토너먼트에서 이길 확률은 34.1%로 단연 으뜸. ‘블루욘더’는 물리·수학적 방식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인 ‘몬테 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을 사용해 940억번의 정밀 분석을 거쳐 이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스위스 로잔공과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 ‘kickoff.ai’.
스위스 로잔공과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 ‘kickoff.ai’.

거대한 수퍼컴퓨터를 통해 금융 예측을 하고 있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도 이번 대회 우승자를 프랑스로 꼽았다. 1958년 이후 개최된 총 4719번의 국제 경기를 토대로 분석하고, 변수로 최근 10경기에서의 득점 수, 상대방의 최근 2경기 실점 수, 안방과 방문 경기에 따른 성적 변화 등을 포함해 경기당 10만번에 육박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다.

골드만삭스가 예측한 4강전 진출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이 예측한 것과 같다. 하지만 4강전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승리하고, 스페인이 잉글랜드에 승리한 후 결승에서 프랑스가 스페인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의 우승팀 예측은 스포츠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 기술은 스포츠 경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각종 센서를 기반으로 가시성을 높이는 사물인터넷(IoT),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등을 통해 경기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회 우승국은 2017년 개최되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유럽 대표 자격으로 출전하게 된다. 그런 만큼 인공지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럽 축구 강호들의 자존심을 건 뜨거운 승부가 예상된다. 세계적 축구 스타들의 환상적인 골 퍼레이드와 눈을 뗄 수 없는 치열한 승부는 오늘도 축구 팬들의 잠 못 이루는 새벽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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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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