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31일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업체에 3000만달러를 지급한다는 구글의 ‘루나 X프라이즈’ 포스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업체에 3000만달러를 지급한다는 구글의 ‘루나 X프라이즈’ 포스터.

지난 6월 29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에서 2017년 12월로 예정된 달 탐사를 위한 한국형 시험발사체 발사를 10개월(2018년 10월) 연기한다고 보고했다. 우주 로켓의 핵심인 시험발사체 75t급 액체엔진과 연료탱크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75t급 엔진의 경우 연소 시 일정 시간(1단:120초, 2단:140초) 불꽃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75초 정도만 일정한 모양을 보이고 있고, 연료탱크 또한 초정밀 용접 기술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해명이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2020년 달 궤도선 최종 발사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마지막 목표인 달 착륙선 계획도 자동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3000만달러 상금 내건 ‘루나 X프라이즈’

‘2020년 달 탐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업. 우리의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시험발사체를 발사하는 것은 그 1단계(2015~2018년) 목표다.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과 심우주통신지상국 구축도 1단계 목표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까지 달 궤도선과 달 착륙선을 발사하는 것이 2단계(2018~2020년) 목표다.

달 탐사는 원래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의 계획이었다. 2018년 12월 시험발사체 발사, 2020년과 2021년 위성 실은 로켓 발사, 2023년 달 궤도선 발사, 2025년 달 착륙선 발사가 그것. 이 모든 일정을 앞당겨 현 정부는 달 탐사 계획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다 보니 기술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가장 중요한 예산 반영도 미흡한 수준이다.

1단계 사업기간에 필요한 예산액은 1978억원. 하지만 지난해는 전액 삭감됐고, 올해 겨우 200억원이 배정된 상태이다. 달 탐사 계획이 성공하려면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해외의 우주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지원돼야 한다. 투자도 하지 않고 성과만 요구한다면 당연히 기술의 틈새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만일 정부의 예산이 부족하다면 민간 업체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정부 주도로 추진되어온 달 탐사 경쟁에 이제는 민간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은 2017년 12월 31일까지 달 착륙에 성공하는 민간 업체에 총 3000만달러(350억원)를 지급한다는, ‘루나 X프라이즈’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에 민간 기업이나 연구기관, 비정부기구(NGO)의 달 탐사 경쟁을 촉발하기 위해 기획한 경진대회. 현재 전 세계의 대학, 기업 등에서 모여든 16개 팀이 경쟁 중이다. 각 팀은 임무 수행비용의 90%를 민간 자금으로 지원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구글이 내건 조건은 참가팀이 직접 만든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킨 뒤 바퀴 달린 로버(rover·이동식 탐사로봇)로 최소 500m를 탐사하면서 그 과정을 고해상도의 동영상으로 지구에 전송해야 한다는 것. 다행히 ‘루나 X프라이즈’는 발사체 개발을 포함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약 38만㎞ 떨어진 달까지 탐사선이나 로버를 이동하려면 고성능 우주발사체가 필요하다. 참가 팀은 민간 우주로켓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달 궤도에 진입한 후부터는 참가 팀이 모든 조작과 제어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구글이 보는 ‘루나 X프라이즈’의 핵심기술은 3가지. 안정적인 달 착륙 기술, 달 표면에서의 안정된 이동성, 영상전송 기술(이미징)이다.

지난해 1월 26일(현지시각), 구글은 참가팀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그때까지 연구 성과가 가장 우수한 5개 팀을 선정해 525만달러(약 57억7500만원)의 상금을 나눠주기도 했다. 미국의 ‘애스트로보틱’과 ‘문 익스프레스’, 독일의 ‘파트 타임 사이언티스트’, 일본의 ‘하쿠토’, 인도의 ‘인더스’ 팀이 수상자들이다. 그러나 16개 팀 가운데 어느 팀이 우승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이를 두고 벌써부터 전 세계 항공우주학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16개 팀 중 이스라엘은 비영리기관으로 출전한다. 이스라엘의 전 국민 프로젝트인 ‘스페이스아이엘(SpaceIL)’이 그것. 원래는 ‘루나 X프라이즈’에 참가하기 위해 2010년 말 엔지니어 세 명이 스페이스아이엘을 창립한 것이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세 청년의 프로젝트가 알려지자 이스라엘 정부가 우주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이스라엘판 ‘아폴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 투자자 연계와 기술지원 등을 제공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이스라엘식 우주 꿈나무 교육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 이후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처럼 자원부족 국가인 이스라엘이 과학기술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현재 대학생과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20명의 텔아비브대 상주 인력과 테크니언공대,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등에 소속된 후원자 250여명이 달 착륙선에 필요한 각종 구성품을 직접 개발하고 있고, 개발이 어려운 장비는 기부금을 통해 외부에서 구입하고 있다. 스페이스X 등 민간 업체와 달로 가는 로켓 발사체 계약도 마쳤다. 만일 스페이스아이엘이 성공한다면 3000만달러의 상금과 함께 미국과 구소련, 중국에 이어 4번째 달 착륙으로 기록된다.

우주 벤처기업 ‘문 익스프레스’

민간 업체들이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달 여행도 열릴 전망이다. 미국의 우주 벤처기업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의 상업용 달 관광이 내년에는 현실화될 것 같다.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 주도의 ‘달나라 여행’을 곧 승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 익스프레스는 수년 동안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달 여행 상품을 준비해왔다. 이 계획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민간 기업이 지구 궤도를 넘어선 우주 미션을 진행하는 첫 사례가 된다. 문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루나 X프라이즈’에서 기술을 인정받아 100만달러의 상금을 확보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민간인의 달 여행이 가능해질 경우 인류의 거주지로 달을 개발하는 것 또한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상주할 수 있는 모든 시설물이나 광물 탐사 기술에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달 관광은 단순히 관광 상품으로의 가치도 있지만 본격적인 달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달을 소유할 수 없지만 기업이나 개인은 달에서 연료와 빌딩 재료, 희귀광물을 채굴할 수 있다. ‘문 익스프레스’는 NASA의 달 착륙선 개발 계획에도 참여한 민간 기업 중 하나로, 그동안 광물 채굴 등을 추진해 왔다.

우주 탐사와 여행의 개념은 이처럼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이지만 우주기술은 개발에 나선 나라 중 최하위권. 우주 탐사에 길게 보고 투자한다면 언젠가는 거대한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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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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